39와 너머의 세계 - 무소속 낀 세대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하여
박의나 지음 / 왼쪽주머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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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와 너머의 세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대와 40대의 아슬 아슬한

경계를 넘고 싶지 않아 혼자서

괜히 40이란 나이에 겁이 났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렇게 혼자서 유난을 떨었던지..

노화라는 강렬한 만남이 처음에 굉장히 낯설고 별로다.

뭐 지금도 여전히 적응하긴 쉽지 않지만

애써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눈에 띄는 흰머리와 주름, 탄력없는 피부와 무섭게 떨어지는 체력 앞에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겠는가.

젊음에 대한 집착을 좀 더 가볍게 훌훌 털고 일어서는 게

늙어가는 비슷한 처지로 담을 넘고

들어서는데 상당히 정신적인 피로도가 덜하다는 걸

이제 생각해보니 좀 내가 제법 청승이었던 것도 같다.

아무렴 지금 이 나이가 좋은 시절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난 제법 젊었던 30대보다 좀 더 힘이 빠져가는

40대가 더 괜찮은 내가 되어가는 것 같아 꽤 나쁘지 않다.

오늘의 할 일은 미룰지언정, 오늘의 기쁨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행복의 제철은 언제나 지금이니까.

p35-36

정말 기가 막히는 표현 같다.

지금 내 마음이 이러한 걸 어떻게 알고 이같은 말을 하는지

마음을 빼앗겨버린 문장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살던 내 과거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는 걸 분명 마주했다.

이젠 그때만큼의 체력과 젊음이 없어서

더더욱 하루의 행복과 기쁨을 미루고 살아가는 게

늙어가는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같아서 더 이 표현이 좋기만하다.

매일 행복과 기쁨을 조금이라도 맛보며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로 이어지고,

그 감사가 이젠 나이 들어가면서

삶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같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걸

이제야 보이고 알게 되었다는 것을 참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하니 오늘 나에게 온 기쁨을

제법 오랫동안 만끽할 수 있도록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줄 수 있는 내가 되어가길

매일 소망하며 살아가려 한다.

우리는 각자의 결핍과 만끽을 끌어안은 채 한껏 흔들리며,

마흔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p56

제법 불안한 기운을 느낄 때가 많다.

이 나이에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생각하면 밤잠 설치도록 우울하고 심각해지는

참 욕심많은 인간이란 걸 알고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사는 행동이

나를 좀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

제법 흔들리며 사는 것이 또한 인생인걸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너무 그 생각에 치우쳐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 한권과 달달한 간식 하나에

별 것 아닌 인생의 묘미를 느끼며

쉽게 행복해지는 나를 좀 더 자주 발견하는 게 더 즐겁다는 걸 깨달아가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직 이뤄낸게 많이 없어 보이는 삶일지라도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50 전에

좀 더 체력이 받쳐준다면 과감히 해보고 싶었던 걸

도전해보고 실아도 무리없겠다란 괜한 자신감에

지금 이 40이 훌쩍 넘은 충년이란 나이에 감사하다.

오늘로 족하며 살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알고

더 겸손하게 삶을 바라보며

앞으로 발견하게 될 인생의 참 묘미를 기대하는 이 나이라 좋다.

그런 나이듦의 이야기가

나에겐 그저 좋기만 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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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하여
김상민 지음 / 왼쪽주머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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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내향인으로 제법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며

나와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가

또한 있다는 것에 괜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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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하여
김상민 지음 / 왼쪽주머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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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의 재능



내향인에 대하여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의 이야기.

난 이런 이야기에 묘하게 빠져든다.

나와 결이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다.

내게는 다양한 재질의 고독이 존재한다.

집에 혼자 있는 건 고독 속의 고독이다.

세상과 단절하고 나만의 우주를 관조하는 과정이다.

머릿속 잡념들을 찬찬히 헤아리며 내면으로 편도 여행을 떠난다.

반대로 밖에서의 고독은 군중 속 고독이다.

세상과 호흡하는 내향인 특유의 방식이다.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도 없이 나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p54-55

고독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신경 쓰인다.

나와 가장 밀접한 말이 아닌가 싶어서 더 그랬나보다.

여전히 고독 안에서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고

좀 더 자발적인 고독은 나에게 괜찮은 사유활동으로도 이어진다.

근사한 독서모임을 나가서 여럿이 함께 연대하기도 하지만

혼자 읽는 책읽기의 맛은 정말이지 나에겐 맞춤이다.

조금은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눈치 아닌 혼자만의 눈치를 살피면서

군중 속에 속하려 들지만

역시나 혼자일 때가 가장 나답고 편했던 것 같다.

이불 안에서 나를 충전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나 소중하다.

어떤 형태의 고독이든 나에게든 불리될 수 없는

나의 일부란 생각이 드니 더없이 난 내향인일수 밖에 없는 듯하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이렇게 나답게 살아가는 게 좀 더 편하고 좋은 걸.

구지 선을 긋고 나와 너를 재는 관계,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 짓는 사회의 잣대, 편견 등으로

골치 아프기도 싫고 그저 나의 편안한 집에서

혼자만의 쉼을 고독을 누리며 사는 쪽이 나에겐 편한 걸 어쩌란 말인가.

결국 맞서 싸우지 않고도 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과묵함과 인내로 버티는 걸로는, 반대로 똑같이 피흘리며 싸우는 것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다.

나의 경우 선을 그었다.

하나가 아니라 온갖 경우의 수를 고려해 수많은 선을 그었다.

p152-153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선.

부딪히며 싸우는 건 나에게 굉장히 불리한 포지션이란 걸 안다.

단번에 단칼에 선을 그어버린다.

그러는 편이 나를 보호하기 쉬운 방법이란 걸

경험과 실패 속에서 좀 더 마음 편할 수 있는 쪽에 무게를 싣다보니 날 파악할 수 있었다.

관계를 끊는다는 건 내 마음과 기대를 모두 단절시킨다는 것과 같다.

모든 내향인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지극히 나의 경우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꽤나 놀라기도 공감하기도 하면서 책을 읽었다.

묘하게 빠져드는 내향인의 세계,

작가만의 생각과 세상을 글을 풀어낸

이 텍스트 안에서 난 자유롭게 호흡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며 굉장히 괜찮은 기분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충분히 내향인으로 제법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며

나와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가

또한 있다는 것에 괜히 힘이 난다.

아니, 그냥 신이 난다.

마음껏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살아도

거슬리는 것이 없는 그런 나로 행복하고 싶은 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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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생활 - 정리, 절약, 낭비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후데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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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생활






제목만으로 임팩트가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사지 않고서 살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지만

소비로 만족을 누리고 그 소비로 다시 힘들어지는

아이러니한 반복을 왜 계속하고 있는지 의문이기도하다.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오는 소유욕을

받아들이게 되면 한결 쉽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해안이 된다.

먼저는 내가 가진 이 강한 욕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핑계를 대고

이유를 따지면서 그 필요에만 장황한 설명을 덧붙이고 물건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나에게 해로운 일이었는지

책을 보면서 더 실감하게 된다.

물건을 버리고 나면 마음이 가볍고 산뜻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리하는 과정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사실 버리기가 힘들고 버리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귀찮고

그냥 갖고 있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못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쓰지 않는 물건을

몇 번 버리고 나면 '이럴 바에야 애초에 사기 전에 잘 생각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p142-143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을 한번 다 잡아 먹고 시작하더라도

선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고

미련이 생겨서 못 버리는 것들이 많다.

정말 맞는 말인데 갖고 있는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비워내는 귀찮고 힘든 일을 구지 머리쓰며 하고 싶지 않아서 더 그러한 것 같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사지 않았다면

이럴 시간 낭비도 에너지 낭비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반복적인 일들이

불편하게도 삶 속에 늘 자리잡아 살아간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말이다.

부족한 마인드의 소유자는 언제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받거나 얻거나 빼앗으려고 합니다.

반면 충분한 마인드의 소유자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갖고 있으니

남에게 조금 나눠 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마인드의 소유자는 말 그대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어서 돈에 관한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p212

만족하며 산다는 건 굉장히 건강한 삶임에도

늘 끊임없이 없는 것에 대한 강박과 불안으로

채우는 것에 급급하며 살아간다.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어 가다보면

내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 부족한 부분들을 자꾸

채우는 것으로 삶을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부족하지만 마음이 넉넉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러울 때가 있다.

채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없어서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 살아가는

그들의 건강한 삶이 참 닮고 싶었다.

일단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소비습관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단박에 소비를 끊어낼 순 없지만

마음 먹고 우선순위를 따지고 덜어낼 수 있는 것에

더 촛점을 두고 더이상 채우기 급급하게 사지 않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며 한번 살아보면 좋겠다.

가벼워진 삶 속에서 더 가볍게 생각을 털어내고

여유와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기를.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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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쓰고 엮음, 이소영 외 글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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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의 김민영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으로

입소문이 난 이재은, 임지선 작가의 작품

<성적표의 김민영>을 만나보게 되었다.

책의 구성도 참 참신해서

전혀 발상을 떠올려보지 못했던 형식이라

한 권의 책이 이처럼 다양한 맛과 색을 가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기발했다.

청주여고에서 단짝 친구로 지낸 이들은

수능 준비를 기점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대입을 포기한 정희를 보면서

괜히 난 마음이 자꾸 쓰였다.

지금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큰아이의 방황하는 시간을 보며

정희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겹쳐보이는 듯 해서

마음이 아렸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과 소원해지면서

고교 시절 삼행시클럽의 위기는 불보듯 뻔해보이는데..

그렇게 학창시절 깔깔대며 울고 웃던 여고 추억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 듯 이내 우정이 가진 영원성은 소멸하는 듯

불평과 의심을 낳게 되는 참사를 맞이하게 된다.

미처 그땐 깨닫지 못한 지금의 현실과의 괴리감에

조금은 마음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대학 진학 후에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없는 걸 보면

각자 살기 바빠서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대학이란 관문을 통과하고서 보면

이전의 내가 과거의 나를 벗어나

성장 또는 퇴화한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자기계발과 미래를 계획하며 바쁘게 살다보니

점점 순수성을 잃어가게 되며 계산적인 내가 되어가는 걸 보며

슬픈 그늘을 발견하게 될 땐 참 속이 쓰린다.

너가 한국인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생각나.

남의 눈치를 보고, 안정된 삶을 쫓는 사람들?

바쁜 일상, 좁은 땅, 인맥, 가식과 형식.

알 수 없는 불안, 기다림, 두려움, 막연한 기대,

너가 나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맞을 수 있어.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기다림?

음... 그래도. 앞으로 뭘 하든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한심하다고, 덜 절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너는 한국이 아니라 혼혈이었으면 해.

그런 의미에서 F를 줄게.

p126

어쩌면 정희는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더 깊은 나'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가 가끔 꿈꾸는 삶은 깊은 숲속에서 홀로 약초를 캐며 사는 삶이다.

사람들에게는 잊힐 즈음 자신은 약초 박사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은둔을 희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세상을 알고 싶어 한다.

민영에게는 '사차원'으로 보이는 다소 엉뚱한 정희는 오히려 제 삶을 매우 현실적인 차원으로 구축한다.

민영의 현실적 충고와는 결이 다른, 정희가 만드는 현실이다.

p153-154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 보게 만드는

꿈많던 여고 시절의 친구라는 울타리가 주는 위안이 컸던 여고 시절.

그 때가 참 그립고 애틋하면서 시린 아픔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모처럼 추억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친구들을 떠올려보며 그 때의 나를 투영해 볼 수 있었던

풋풋하고 여물지 않았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본 시간이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입시에 얽매여 살던

공부에 찌든 삶 뒤로

친구와 함께였던 별 것 아닌 그 시간들이

그토록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친구들아, 많이 보고 싶다. 잘 지내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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