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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평점 :
어린 왕자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1943)는 작가 자신이 아름다운 삽화를 넣어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를 오늘날까지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그 밖에도 대표작『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전투 조종사』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 인간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한 그의 관념을 개성적으로 담아내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어린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굽슬굽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이 소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고,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미지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생텍쥐베리는 1917년 6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로 가서 보쉬에 대학에 들어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으나 구술 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파리 예술 대학에 들어가 15개월간 건축학을 공부했다. 『어린왕자』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삽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공부때문이기도 했다.
군대에 입대한 후 비행기 수리하는 작업에 복무하다가 비행기 조종사의 자격증을 따게 된 후 공군 조종사로 있다가 약혼녀의 반대로 제대했다. 자동차 회사, 민간항공회사에 각각 근무하다가 에르 프랑스의 전신인 라떼꼬에르 항공 회사에 입사하여 『야간 비행』의 주인공인 리비에르로 알려진 디디에도라를 알게 되고 다카르-카사블랑카 사이의 우편 비행을 하면서 밤에는 『남방 우편기』를 집필하였다. 1929년 아르헨티나의 항공회사에 임명되면서 조종사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를 집필했다.
1930년에는 『남방 우편기』가 출간되었고, 민간 항공 업무에 봉사한 대가로 레지옹도눼르훈장을 받았다. 그해 6월 13일에서 20일 사이 생텍쥐페리는 안데스 산맥을 무착륙 비행하며 실종된 친구 기요메를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기요메가 구조되었음을 알고, 그를 비행기에 태우고 멘도자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데려온다. 1931년 회사를 그만두었으나 『야간 비행』이 페미나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이제 그는 작가로서 공히 인정을 받게 되었다. 『야간 비행』은 곧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인들에 의하여 영화화되기까지 하나 그의 재정적 궁핍은 여전하기만 했다.결국 이듬해에 다시 우편 비행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 남짓 되어 생라파엘에서 사고를 당했으며 35세 되던 해에도 리비아 사막에 출동했다가 불시착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다.
1939년 몇 년 동안 조종사로 일하면서 틈틈히 쓴 『인간의 대지』가 출간되고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되어 「이 달의 양서」로 선정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1939년 「인간의 대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받는다. 1943년에는 『어린왕자』를 발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하여 위험한 상황에 계속 참여하였다. 결국 국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44년 44세 되던 해에 최후의 정찰 비행에 출격하였다가 행방불명되었다.
[예스24 제공]




수많은 출판사들이 번역한 '어린 왕자'의 책들을
어릴 때부터 무수히 접했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분명한 입지를
지금껏 지키고 있는 어린 왕자...
세월이 지나 어린 시절 처음 나에게 다가 온 그 한권의 책이
두 아이의 엄마로 성장한 나에겐 또다른 메시지로 다가오지 않을까란 생각에
문학 평론가 황현산님이 옮긴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보게 되었다.
내 삶의 긴 공백 기간동안 이 책을 놓고 있었던 그 시간 만큼이나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나게 된 느낌..
어릴 때 읽었던 그저 신기하고 작품으로써만 이해하기 급했던 그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은 이 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여유가 생긴건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의 세월동안 변해왔었던 것이 이유가 되는 것일지는 모르겠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 첫 장면에서 한참을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 주며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아니, 모자가 왜 무서워?"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 책 중에서 -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아직도 이 그림이 또렷히 기억나는 건
나또한 이 그림을 모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부터 나는 모든 사물이나 사람, 생물등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어릴 때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또한 모자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내 마음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나를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너무 유명한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왜 유독 이 부분이 눈에 밝히는지 모르겠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사냥을 해. 정말 난처한 것들이야!
그들은 닭도 키우지. 그네들의 유일한 낙이야. 너는 닭을 찾니?" 여우가 말했다.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마럤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유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유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 책 중에서 -
어린 왕자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내 안의 나를 바라보게 된다.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웃게 되며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던 때가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현실에 많이 때가 묻고
작은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가치가 있고 나에게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없이 그렇게 남겨져 있다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지난 시간 걸어온 내 발자취들을 돌아보면서
어른으로 커가고 나이들어 가지만 아직도 내 마음엔 '어린 왕자'와 같은
순수함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숨겨두고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