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잘 부탁해, 도쿄! - 도쿄 새내기의 우당탕탕 사계절 그림일기
장서영 지음 / 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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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잘 부탁해, 도쿄!



도쿄 새내기의 우당탕탕 사계절 그림일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행 일기 책을 받아들고서

그 매려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너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아껴서 읽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오밀조밀 귀여운 글씨체로 쓰여진

소소한 여행 일기장이라니.

일기장 가득 채워진 그림들은 하나의 멋진 작품처럼 느껴져서

손글씨, 손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에 푹 빠져 버리게 만든다.

어쩜 이렇게도 잘 그리고 잘 쓰는 건지

아직도 읽고 쓰는 생활자의 길은 나에겐

멀고도 먼 길 같아 보여서 그저 동경하고 존경스러운 마음 뿐이다.

어쨌든 이 책은 기록을 좋아하는 저자가

그림과 스크랩북, 글로 채운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일기장 형태이다.

여행지에서 모은 영수증, 팸플릿 등을 스크랩하고

맛있는 맛집의 음식들을 따라 그려도 보고

즐거운 쇼핑과 여행지마다의 맛과 멋을 그리고 쓴 책이다.

첫 장부터 넘기자마자 군침이 도는 그림에 매료되고야 말았다.

탄 카페 정식, 캬라반의 메인 요리인 철판 야키소바가 먹고 싶어

곧 있을 여행지를 해외로 바꿔야할까를 진심 고민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 먹는 음식으로 오세치요리는

한 달 전부터 예약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일식, 양식, 중식을 한꺼번에 먹어볼 수 있다니

굉장히 근사하고도 선물같은 음식이라 실물과 맛이 궁금해진다.

어묵을 좋아하는 나에게 추운 겨울에 편의점 어묵으로

치쿠와부, 모지 킨차쿠, 타코, 자가이모, 사츠마아게, 지쿠와, 간오,

토리 츠쿠네 쿠시, 아츠아게, 야키도후를

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도 보고 싶다.

1965년 도쿄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살아받고 있다는

커피 하우스 소레이유에 방문하게 되면

여름 한정 아카시소 주스와 라피스 라줄리를 꼭 시켜먹고 싶다.

이 겨울에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음료가 왜 이렇게 당기는지

이와 곁들여 먹을 디저트도 눈이 돌아간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기장을 마주하게 되면

안쓰던 일기도 써보고 싶은 매력에 빠져버린다.

작년에 사두었던 일기장을 몇 장 채우지 못하고

덩그러니 구석에 처박혀 있는 걸 다시 꺼내보니

밋밋하고 깨끗한 일기장을 보면서 부끄러워진다.

새해엔 이렇게 저렇게

기록이란 형태로 다양하게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쓰며 재미있게 다꾸를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좋은 영감을 이 책을 보고 얻게 되었다.

물론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전무한 나에게

식도락을 즐기는 휴식같은 시간들이

좋은 정보가 되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어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도쿄살이의 소소한 모든 것들을

작은 일기장 속에 방대하게 모아놓은 걸 보면

꽤 근사한 하나의 세계처럼 보여

나에겐 기록의 매력과 일기장을 꾸미고 쓰는 재미에

좋은 자극과 영감을 주는 책이었다.

내년엔 나도 그럼 다꾸를 시작해볼까나.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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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인 - 온전한 나를 만나는 자유
서지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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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인





아날로그 라이프는 뭔가 모르게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그런 점에서 내 삶의 곳곳에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단면들이 있다는 것이 참 인간적이라 좋다.

이 책은 그런 감성들을 느낄 수 있는 쉼표같은 책이었다.

연료를 채우는 마음으로 연필을 깎는다.

아이들이 원하는 크기대로 꿈을 꾸고,

그 꿈에 온전히 마음을 쏟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뎌진 연필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에는 연필깎이만 한 도구가 없을 테지만,

수월함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연필을 깎을 때만큼 손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p152

연필을 깎는 행위 자체가 주는 경건함이 있다.

손 끝에 신경을 집중해서

오로지 손맛으로 깎아내는 그 맛과 멋을 아직 고수하는 편이다.

가끔 머리가 많이 닳아 있는 연필들이 잔뜩 밀려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긴 하지만

그땐 뱅글뱅글 손으로 돌려 연필깎이의 힘을 빌린다.

사각거리는 필기감이 좋아서

샤프보다도 연필을 쓸 때가 많아

집안 곳곳마다 놓여 있는 연필을 보고 있노라면

자기 자리가 없는 모든 영역의 연필이 제법 이 집 주인같아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인생에서 한번쯤 문학소녀 노릇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들.

하마터면 진정 꿈꾸던 삶을 폐기할 뻔 했는데,

끝내 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소중한 존재.

그것들은 이미 나의 반려서적이다.

집안 살림을 미니멀로 해나가는데에는 영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이어나갈 내 삶과 꿈을 분명 벌크 업 해줄 동반자, 둘도 없는 나의 길동무.

p172

책에 대해선 이유 불문하고 마냥 좋다.

종이책을 고수하는 편이지만 가끔 읽는 이북도 괜찮은 편이다.

집안 물건들 중에 함부로 버리지 못해

영역 차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책은

우리집 대들보와도 같다.

이렇게 이고지고 사는 게 참 싫기도 하지만

미련없이 버리질 못하는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덕후인건가.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있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물건에 대한 소유는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삶이 굉장히 소소한 것이지만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삶이다.

그래서 몇 안되지만 더 아끼고 살피는 아날로그의 삶을

먼 미래에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는

외골수가 되어도 참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에

나의 정신과 나의 인생이 투영된 산물이기에

좀 더 몸의 감각에 의지해 오랫동안 곁에 두며 살고 싶다.

그런 반려 생활들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모처럼 굉장히 신이 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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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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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이지니

2022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홈쇼핑 광고에 금세 결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생후 18개월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청소를 마치면 곧장 서재로 출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거실, 부엌, 화장실 모두 그녀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이 있는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 곳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다들 시간이 많은 줄 안다. (실상은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짬’조차 내기 어렵다) 그녀는 일도 하고 나라에 세금도 내지만 말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줄 아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티 좀 내려고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단다. 그 외 저서로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외 3권의 전자책이 있다.

블로그 '이지니의 글쓰기 놀이터'

인스타그램 @leejinny_writer

[예스24 제공]




글쓰기에 진심인 저자의 책을 보면서

성실 근면함이 떠오른다.

역시나 좋아하서 하는 것이니만큼

즐기는 자를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꿈꾸는 엄마들의 글쓰기가

육아의 해방감을 느껴지게 하는 함성처럼 다가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평생 글을 쓰겠다'라고 다짐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쓰기'에 미쳐 있다.

누가 들으면 잠도 안 자고 글만 쓰는 줄 알겠지만 그건 아니고,

약 10년 동안 한 번도 메모장에서 손을 뗀 적이 없고

5년 동안 단 하루도 한글 문서를 열지 않은 날이 없다.

p21

역시나 글쓰기는 엉덩이의 힘으로 하는 것인가.

마음 먹었다고 해도 금방 수포로 돌아설 수 있기 마련인데

그 성실함과 지속성이 놀랍기만 하다.

10년 동안 매일 기록을 남기며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또한 써보겠노라 마음 먹고

정말 한 달동안 글을 붙잡고 산 적도 있었다.

처음의 결심과 동기가 무뎌지니

지금은 한글 문서를 열고 싶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싶은 마음에

책은 늘 읽으나 이따금 기록을 남긴다.

여러 핑계를 변명 거리를 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게으른 글쓰기로 여전히 뒤에 숨어 가끔 쓰고 싶다란 갈망이 있는

난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꽤 좋아하는 사람임은 분명한데 말이다.

저자의 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닮고 싶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꾸준히 쓰는 게 습관이 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감히 '곤욕'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시간일 수 있다.

물론 곤욕스럽다고 느낄 정도라면 쓰지 않는 게 낫다.

쓰는 행위 자체가 말 그대로 '즐거워야' 꾸준히 할 수 있을니까.

p128

뭐든 나에게 재미와 흥미로 다가와야 할 수 있다.

아마 글쓰기에 처음 맛을 본 건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경험을 시작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써본건데

좋은 결과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으니

어린 그 때에 굉장히 흥분되고 꽤 짜릿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상경력들이 화려해지면서

뭔지 모를 자신감과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라는 걸 경험하면서

취미로의 글쓰기를 제대로 맛들였던 그 때가 생각난다.

세월이 지나 글쓰기를 전공을 삼지 않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며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로

퇴근이 없는 독박 육아를 감당하면서

늘 나로써 완전해지는 갈증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별로 거창하진 않아도 좋아하는 것을

매일의 삶 속에서 나를 위해 해나가는 것들을 찾다보니

번잡하지 않은 책읽기와 글쓰기가 어느덧

내 삶 속에 다시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건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래왔다.

문서 파일에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는 멋진 행위 예술과도 같았고

꽤나 근사한 기록의 형태가 완성되면

혼자 모를 뿌듯함에 웃음 짓게 되는 별 것 아닌 재미가

나를 살게 하는 새로운 동력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무얼 먹을까를 고민하다가도

무얼 읽을까로 빠져드는 독서로 경로를 이탈해

점심 준비도 뒤로하고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고 감상을 남긴다.

이게 뭐라고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걸까.

먹고 사는 즐거움도 좋지만

맘껏 읽고 사유하는 재미 또한 오롯이 나를 위한 즐거움이라

좀 더 부지런히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싶다.

노는 걸로 보이든 말든 말 안 해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꿈꾸는 삶을 그냥 살면 그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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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행복해지고 싶은 너에게
전형인 지음 / 하늘아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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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행복해지고 싶은 너에게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면

천천히 곱씹어 보고 호흡이 느린 책을 골라 읽는다.

그럴 때는 에세이가 제격인데

빽빽한 텍스트만 보다가 모처럼 짧은 문장을 읽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는 기분이 상쾌하다.

천천히 말 걸어주는 문장을 따라 읽다보면

소리내 읽기도 좋은 문장은 필사하기도 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지금이 좋다.

그렇게 조금 지쳤던 나를 돌보는 이 시간이 난 행복해진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닫고

당싱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빌리 조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굉장히 중요하다.

시간과 돈을 들이더라도 꼭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나를 탐험해 나가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해보인다.

허투로 쓰는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안다면

짧은 인생동안 내가 눈 감기 전까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는 건 유쾌한 일이니까 말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니라

비울 때 열린다.

-에피쿠로스

삶의 기대치를 낮추고 사는 것.

지금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다.

이걸 깨닫고 실천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포기하라는 게 아닌데 처음엔 비우고 내려놓는 것이

어찌나 겁이나고 힘든지...

여전히도 욕심을 채우려 하다보면

행복의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 그런 걸 느낄 때가 많아서인지

엄마의 욕심을 한없이 비워내는 연습은

아이도 나도 사는 방법이란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두려움은 환상이다.

-마이클 조던

유난히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 탓에

뭐든 작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것들이 많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많은데

그 실체를 파악하고 있기에

실제 일어나지도 않을 허상에 또 내가 떨고 있구나 싶어

마음을 만져주고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법을 배워 가고 있다.

이로써 세상을 살면서 더 풍요로워지는 법을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경험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며 인생의 값진 것들을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는 여정 속에 있다고 하겠다.

마음을 돌보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좋은 글과 보내는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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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방인 - 독한 여자의 리얼 독일 생활기
강가희 지음 / 모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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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방인



독한 여자의 리얼 독일 생활기




낯선 곳을 여행 아닌 거주지로 두고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이전의 편안함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겐 굉장히 두려운 도전이 될 것만 같다.

어쩌면 내가 책을 읽는 건

일상에 이같은 일탈을 현실로 재현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갈증을 책으로 풀어내려는 것이 크다.

번아웃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긴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서 모든 걸 포기하고서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대단한 용기가 잘 서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에

이 책은 생각의 방향과 폭을 넓혀주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반짝이는 설렘이 있다.

내가 책에 집착한 이유는 희소가치가 높을수록 더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더불어

일종의 '품위' 떄문이었던 듯하다.

독일에서의 삶은 막연히 상상했던 여유 한 웅큼,

우아 한 스푼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독일에 왔는데 외려 자주 초라했다.

무엇보다 이 사회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었고 직장이 없다는 점이 컸다.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졌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묘한 인종차별 앞에 하이힐로 걷어차기는커녕 집에서 홀로 이불 속 하이킥을 해대기 일쑤였으니까.

p52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는 것에

조용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카페에서 커피와 여유를 즐기는 유러피언의 모습이

다른 여행지의 멋진 배경 사진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그들 손에 쥐어진 책 때문에 나에겐 더 크게 다가왔다.

그곳에 앉아 있기만 하면 꽤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나도 좀 흠뻑 취에 분위기 속에 스며들고 싶다란 꿈을 꾼다.

현실은 비록 나를 초라하게 만들거리가 많더라도

추운 독일의 겨울을 녹여줄 책 한 권과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누릴 여유만으로

그 순간 순간은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을 믿고 싶다.

시공간을 초월한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

고단한 하루를 잊고 살아가는 데 쉼을 얻는 건

한국이든 독일이든 똑같구나란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을 좇는 그 길에서 타인의 삶을 자주 훔쳐봤다.

가끔은 낯선 독일인들의 얼굴에서 신기루처럼 느껴졌던 행복이 보였다.

일요일 오전, 공원에 의자와 테이블을 가져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침을 먹는 노부부,

갓난아기와 함께 풀밭 위에서 요가 수업을 받는 엄마들,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 줄타기와 공놀이만으로 즐거운 젊은이들,

호텔 수영장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p198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삶이란

얼마나 고독할까.

우리의 삶은 어디에 속해 있든 고독함을 늘 품고 있지 않을까.

여기선 낯설지 않은 환경과 사람이 있어서

언제든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 만나면 조금의 외로움을 풀어낼 수 있지만

타지에서 친구가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내는 외로움은

굉장히 불편하고 자주 괴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숱한 상념들로 잠을 들지 못하는 밤이 많았다는 것이

왜 이렇게 이해되는 것인지.

그들의 삶은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반면

나의 시간은 절대 고독 안에서 헤매이는 듯 보이는 것이 참 웃프다.

그들의 행복을 기웃거리며 살펴보는 모습이라니.

나라고 별 수 있을까.

아마 몇 달 못 채워 곧장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 같다.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은

거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감당하기 힘든 과제이기에 이 같은 도전은

애초에 나에겐 무모해 보여서 그냥 포기할테지만 말이다.

꿈같은 일을 현실에서 맛보고 돌아온

독일에서의 삶은 분명 나에게 뿌리 깊은 성장의 시간이자

성찰의 시간이 되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젠 맘껏 한국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이 나라의 아름다운 이 곳 저 곳을 마음껏 여행하며

맘껏 즐겁게 지내길 바래본다.

내가 발 딛고 사는 이 곳이 꽤나 매력적이었다는 걸

이방인의 삶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오늘 읽을 책을 고르며 더 기분이 유쾌해지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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