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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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영어 공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소운

좋아하는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 통역 현장을 발로 뛰며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통하도록 전해주는 일을 한 지 10년이 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고 WHO(세계보건기구), UNICEF, UNESCO, 외교부, 삼성전자, KOTRA 등의 통번역 업무를 해왔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6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3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졸업 후 통역사로 꾸준히 활동하며 2019년에는 경향신문 칼럼 ‘통역으로 통하는 세상’을 연재했다. 앞으로도 말과 글을 통해 열심히 일하고 세상과 소통할 생각이다.

산뜻한 소통이란 경청과 존중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통역사와 개인 사이, 한국어와 영어 사이, 언어적 소통과 비(非)언어적 소통 사이, 말과 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영어 공부에 대한 갈증은 늘 가지고 있다.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너머의 세계라 그런지

잘하고 싶은 의욕과 열정은 있는데 여전히도 꾸준함이 문제였고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올해 시작도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자고 해놓고

한 해의 절반이 넘은 지금은 다음을 기약해볼까하고

게을러진 상태이기에 말뿐인 허상을 쫓기보다

내실을 찾아 공부해야겠다란 결심을 다시 먹어야 할때라는 걸 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하는 건지

그저 부럽기만 한데 그 대상이 실제하고

내가 될 수 있다란 생각은 왜 찰나의 호기심으로만 끝나는지 모르겠다.

정말 나는 잘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걸까.

그럼 왜 영어 공부를 하고자 했을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영어라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한

막내를 보면서 알파벳부터 기초 문장을 배워가는 걸 보면

내가 배우는 때와는 공부방법이 많이 달라졌을까 싶어

다시 반짝이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영어 학습을 같이 해나가면

나도 아이에게도 좋은 피드백을 줄거란 생각도 들기에 말이다.

다시 마음을 재정비해서

놓칠 수 없는 영어 공부를 계속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참고삼아 공부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고수는 아니더라도 초보 딱지를 좀 떼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는 그 나라 문화도 함께 공부하게 되고,

그러한 문화를 내 자신의 정체성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어는 그런 면에서 매력은 좀 떨어지지만 대신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 수 있게 해주는 튼튼하고 쓸모있는 도구입니다.

쉽게 말해 영어는 '덕질'에 최적화된 언어입니다.

p72

덕질이란 접근이 참 참신하다.

그런데 말이 되는 것이 뭐든지 접근 장벽이 낮고

호기심이 생겨야 뭔가에 몰두하고자 하는 일이 재미있어지니 말이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으로 다양한 덕질의 분야들을

찾아 검색해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참 많다.

한 때 좋아했던 미드를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해볼까 싶었는데

독박 육아에 지쳐있을 때라 좀 여유가 없었던 이유를 핑계삼아 제대로 공부를 해보지 못했다.

최근 다시 미드를 보면서 그때와는 다른 시간적 여유와

언어적 접근으로 좀 더 자유롭게 재미있게 하나 하나 파고들어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주변에 스페인어, 라틴어를 공부하는 지인이 한 둘 있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한참동안 이야기하면서

뭐니 뭐니해도 덕질만큼 재밌는 공부 접근도 없어보였다.

다시 영어 공부의 활력을 찾게 되는 기분이 든다.

읽을 책의 난이도와 콘텐츠를 굳이 '학습용'으로 국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책을 레벨별로 나눠서 오로지 읽기 훈련용으로만 대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원해요.

한국어책, 영어책 모두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면 '노는 물'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하고요.

p158-159

사실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기도 바란다.

책덕후인 내가 한글 책은 마음껏 신나게 읽으면서

원서로 된 책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니 말이다.

번역본을 늘 읽게 되지만

사실 원서를 찾아 읽고 싶은 갈증이 늘 있었다.

그런데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란 이유로

아주 쉽게 포기하고 번역본을 들여다본다.

지금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이

한국어 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언어적인 접근이 자유로워서 영어와 한국어가

편안하게 넘나들 수 있는 영역이 된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로 시야가 넓어짐이 분명해보인다.

책이 한 권의 세계라는 멋진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뭐든 쉽게 가려고 하면 머릿 속에 꼼수를 부리게 마련이기에

좀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영어 원서를 읽는 편이

핵심을 가로지르는 내공을 쌓아가는 길일테니까.

좀 더 구체적인 공부법에 대한 방법적인 부분은

책 속에서 더 깊이 다루고 있다.

나에게선 반복되고 있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다시 영어 공부를 해야할 이유를 찾고

좀 더 젋은 시야과 세계를 경험할 기대를 가지게 만들어줘서 참 고마운 책이었다.

다시 마지막 영어 공부를 시작해볼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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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문장들 - 서툰 어른을 위한 진화심리학자의 위로
유지현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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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문장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유지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했다. 현대건설 재정부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 진화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생물인류학 연구실에서 인간 마음과 행동의 진화에 관해 연구 중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코로나 19 정신건강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참여했고, 한국가스공사 등 다양한 사보에 진화심리학 칼럼을 연재하며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 공저로는 《한국의 논점 2021》, 《휴먼 디자인(출간 예정)》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아직도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는 날 자주 발견한다.

책 속에서 마음이 꽂히는 문장들이 모여

마음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좋은 진정제가 되어준다는 건 참 괜찮은 치료제같다.

조금씩 꺼내먹는 좋아하는 간식을

마주하는 것처럼 설렜던 문장들도

마음을 살랑거리게 만들어주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때론 아무런 열정도 낼 수 없고 동력을 상실한 듯 할때도

어김없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문장의 힘.

난 그렇게 오늘도 책을 보며 내가 흘러가야 할 방향과

표류하지 않고 방향키를 잘 잡을 수 있는

유연함을 책 속에서 찾아간다.

뭔가 이루어 내는 삶도 의미 있는 삶이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삶이라도 괜찮다.

하나의 역할에 몰두하는 것은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주지만,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삶이라도 나름 괜찮은 삶이다.

마흔은 그 또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걸,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p118

사실 여태까지 대단한 걸 이루며 살아왔다고 볼 수 없다.

크나 큰 성공을 맛보진 못하고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매일의 삶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마흔이 넘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젊을 때보다는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한층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잘하고 애를 쓰며 몰두한 모든 것들로부터

나의 기대와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워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더 받아들이고

겸손할 줄 아는 태도를 배워가는 중년이 되어가나보다.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한 가지 큰일이 아니라,

남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워 거절하지 못하는 수천 개의 작은 의무들이다."

좋은 평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흔이 넘어서도 거절하는데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미 좋은 사람이란 평판은 넘치도록 쌓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아닌 건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란 평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p283

거절이 두려운 건 상대의 실망을 마주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다.

그 불편함이 싫어서 마지 못해 할 수 밖에 없었던

딱한 나를 편들어 줄 수 없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여전히도 거절은 힘이 든다.

미음 받을 용기가 나에겐 더 필요하기에

좋은 평판 따위를 내던질 수 있는 패기와 용기가 간절하다.

마음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좀 더 많은 생각을 따지게 되는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나에게

나이들어서까지 그래야 할 소모적인 에너지를 써야할까를 반문하게 된다.

내 맘이 좀 더 편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지고 보게 되니

조금씩 거절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진 않고

상대도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에 상당히 놀라웠지만

꽤 괜찮은 경험치가 쌓여가는 것에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좀 더 꺾어지는 나이가 되면

마음의 결도 좀 더 유연하면서도 단단해지리라 생각한다.

마음을 두드리는 작고 큰 문장들을 만나

서툰 나를 조금씩 빛나게 해주는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설렌다.

그런 마음으로 좀 더 나이든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받아주며

오래도록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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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 - 내가 지금 뭐 하고 사나 싶은 당신에게
김혜원 지음 / 느린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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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혜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제일 좋아했다. 자유와 충동과 여행을 사랑하는 예술가로 살고 싶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글 쓰는 일로, 누군가의 글을 지도하는 일로 돈을 벌면서 경제적 자립을 일찍 이뤘다.

대학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방송 작가가 되었고 방송국으로 출퇴근했다. 밤낮없이 일했지만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일은 꽤 짜릿한 일이었다.

MBC 〈생생정보통〉, 〈의학다큐 닥터스〉, SBS 〈다큐 스페셜〉 등 교양 프로그램 만드는 팀에서 일했다. 그 후 EBS에서 수능 생방송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글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밤이 되고 자신만의 시간이 생기면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등에 글을 쓰고 연재했다.

이 책은 전업주부로 산 지 10년 째 되던 어느 날, 알 수 없이 헛헛한 마음이 들던 어느 날,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던 글을 바탕으로 하여 완성해나간 그녀의 첫 번째 책이다.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재료로 삼아 어쩌면 자신과 같은 마음일지도 모를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어보고자 한다.

브런치 BRUNCH.CO.KR/@ELLIS129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서의 역할적인 부분에

많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정작 나에게 허락하는 시간이 적을 땐

말할 수 없는 공허함과 불안함이 찾아온다.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이 나의 전부를 설명하는 듯

매일의 삶이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왜 이렇게 벗어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나라는 이름을 그토록 찾고 싶어했다는 걸

철저히 외면하고 살아와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군분투를 어딘가에 해소하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부터 하나씩 찾아가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읽기가 시작됐고,

책으로 이어지는 세계는 나를 또 다른 발견과 성장으로 이어나가게 만들어주고 있다.

무척이나 기운이 나는 이 책의 메세지가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것이다.

한 여성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뜨거운 즐거움과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말이다.

10년간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주부라는 직업에 투신해본 내가

이제 와 깨달은 게 있다면 아무래도 주부는 직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짜 진실은 주부는 직업이 아니라, 주부라는 이름으로,

사랑에 기반을 두는 무보수, 무한대의 봉사활동이다.

나는 그렇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자발적인 봉사활동임이 밝혀진 마당에, 나에게 사정이 생겨 이 활동을 그만두거나

대폭 축소한다고 해도, 나를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p37

아내로 엄마로 충실히 살아내느라 가정과 가족만을 향했던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어떨까.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라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집단에 속해 있다.

내가 남들 앞에서 나를 정의할 수 있고 나의 관점들을 공동체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그만큼의 힘이 더 생기는 것과 같다.

서로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수록 여자인 우리는 더 강해진다.

p215

적당한 선에서 집안 일을 마무리 짓고 책을 꺼내 든다.

이 시간은 나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숨을 고를 수 타이밍이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나를 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소홀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들에게 미칠 행복의 파급력이

이 시간을 통해 흘러간다고 봐도 좋다.

나의 주류 관심사들을 찾아 탐색하는 시간이 좋아서

요즘 기웃거리는 키워드를 관련 책들과 자료, 영상을 보면서

관심의 방향을 천천히 따라가본다.

그러다보니 읽은 책탑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이 커가는 걸 알게 되고

관심사가 같은 이들과의 연대는 나를 더 관계 안에서

맛볼 수 있는 풍요로움으로 다채로워져서 감사하다.

엄마에게 필요한 비상구같은 시간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지금도 매일의 집밥 메뉴를 고민하면서도

보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저장해둔 영상을 보고

관심의 흐름을 이어가는 시간을 매일 가진다.

모든 엄마들이 좀 더 용기있게 나를 위할 수 있는,

나를 찾아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삶 위에서 더 큰 행복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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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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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알베르 카뮈

그 모든 것에 항거하며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난, 알제리의 빛나는 자연과 알제 서민가의 일상은 카뮈 작품의 뿌리에 내밀하게 엉기어 있다. 구역의 공립 학교에서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자유를 빈곤 속에서 배웠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알제리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가 작가적 양분을 공급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1923년 프랑스 중등학교 리세에 입학했고, 이후 알제리 대학에 입학했으나 1930년 폐결핵으로 자퇴를 했다. 결핵 발병으로 누구보다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했다.

바칼로레아 준비반에서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이후 평생 그와 교류를 이어갔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정치 활동과 연극 활동에 집중했다. 1932년 장 그르니에가 주도한 조그만 월간 문예지 [쉬드Sud]를 통해 처음으로 첫 에세이 『새로운 베를렌Un Nouveau Verlaine』을 발표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37년 첫 산문집 『안과 겉』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알제 레퓌블리켕]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파리수아르]의 기자가 된다.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검열을 피해 지방으로 옮긴 [파리수아르]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한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자신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되는 문제작 『이방인(異邦人) L' tranger』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즈음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한 카뮈는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1943), 희곡 작품 「오해」(1944)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지성계에 큰 논쟁을 촉발한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를 발표하며 문학가를 넘어 사상가로도 인정받기 시작했고, 실존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엄마, 무명인, 그리고 나의 ‘죽음’을 연달아 맞닥뜨리며 삶의 부조리를 고뇌하는 모습은 이후 오랫동안 수많은 독자를 실존주의의 세계로 이끈다. 「오해」와 「칼리굴라」라는 희곡을 쓰며 희곡 작가로도 활동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가지만, 카뮈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더 부조리한 죽음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 1월 4일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때 사고 차량에 있던 가방에서 초고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인간』은 1994년에야 빛을 보게 된다.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는 『이방인』에는 살인 동기를 '태양이 뜨거워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삶과 현실에서 소외된 철저한 이방인으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한편으로는 그 죽음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인간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부조리에 대한 추론을 시작으로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인간, 철학과 소설, 키릴로프 등 철학적 에세이를 엮은 『시지프의 신화』는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벌로 큰 돌을 산 정상에 올리는 행위를 무한정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의 죄를 모티브로 하여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측면을 명쾌하게 분석한 철학 에세이다.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에서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 즉 감옥 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모순에 찬 삶 평온한 삶 위에 덮친 모순과 허망, 즉 부조리 속에서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낙관적 기대 없이 묵묵히 그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여름』, 『유배지와 왕국』, 『행복한 죽음』, 『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 『결혼, 여름』, 『태양의 후예』, 『젊은 시절의 글』, 『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 『최초의 인간』, 『여행일기』, 『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전락·추방과 왕국』, 『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

[예스24 제공]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로

기념비적인 고전문학으로 손꼽히는 책을 이제야 읽게 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이 책을 만날 기회가 많았음에도

우울한 현 상황을 대면하면서 묘하게 닮아있는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미뤄왔었다.

지금 현 상황과 비슷하기만치 일치하는 모습이 소름이 끼쳤다.

정말 이 책이 1947년에 쓴 책이 맞는 건지..

카뮈는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인지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가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공허함, 정확히 말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

혹은 반대로 시간의 흐름을 재촉하고 싶은 어이없는 욕구,

저 불타는 화살처럼 스치는 기억, 이것이 바로 유배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p94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서 덧문이 닫힌 창문들을 지나 걸어가고 있을 때도

기쁨의 소리는 계속 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피곤에 지쳐 덧문 뒤에서 아직도 계속되는 괴로움과 좀 더 떨어진 거리를 가득 채운

기쁨을 세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다가오는 해방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p356

잊혀진 사람들, 이제는 동반자라고는 생생한 고통만 곁에 남은 사람들,

사라져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만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이별의 슬픔을 극도로 느끼고 있었다.

이름 없는 구덩이에 허무하게 묻힌 가족,

잿더미 속에 녹아버린 가족과 함께 모든 기쁨을 잊은 어머니들,

배우자들, 연인들에게 페스트는 아직도 끝난 게 아니었다.

p384

평범한 도시에서 갑자기 죽은 쥐들이 거리에 넘쳐나기 시작하며

원인 불명의 환자들이 속출하게 된다.

해당 지역은 페스트 선고가 내려지고 도시가 폐쇄되고 만다.

늘어나는 사망자와 감염원을 막기 위해

소통 수단들이 하나 둘 차단되고

많은 이들이 갑작스런 이별에 혼란을 겪게 된다.

봉쇄된 도시, 오랑에 남은 이들은 가까워지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 부조리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페스트에 저항하며 끝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랑, 랑베르, 타루, 리유..

소설같은 현실에 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막막한 현실 속에서 한동안 우울했던 상황이

다시금 그려져서 마음의 피로감이 지금도 남아 있다.

고통스러운 시간과 망각의 시간.

해방된 기쁨 속에서 페스트에 승리한 기분을 맘껏 누려도 되는 걸까.

이젠 모든 것이 쉽게 변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더이상 이 비참한 상황을 맞고 싶지 않고

시끌벅적한 기쁨의 행복감을 다시금 만나보고 싶다.

전생같은 그리운 시간이 꿈처럼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잠재적 죽음을 대면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리만큼 닮은 이 책은

빛을 삼키는 듯한 어둠의 세력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던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의 즐거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던 기억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럼에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감이 의미하는 삶의 원천이 되는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지금의 현 상황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남아야 할지를 다시금 고찰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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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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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함께 고민해 나갈 다양한 일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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