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떠올리는 건 굉장히 두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울감,
노화의 불쾌감을 자연히 늘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걸 보면
지금의 나는 점점 기능을 상실해가는 상태가 되어가는가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문제가 사회 전반적인 관심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나라고 예외가 될 수 없는
노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의 때를 향해 달려가기에
이 책에서 노인 환자들의 경험담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관심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전문의의 기록이
현재의 나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생각과 질문들에 답을 던져주는 듯했다.
치매는 삶을 끝내는, 경험과 배움으로 가득 찬 삶을 살며
한때는 지혜로웠던 사람을 더는 지혜롭지 않게 만드는 매우 불합리한 방법이자 큰 낭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매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놔두는 것은
지혜나 인격이 서서히 사라지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며, 그것이야말로 정말 잘못된 일이다.
p215
노인성 질환 중 가장 가슴 아픈 질환인
치매에 대한 긍정적인 동력은 과연 무얼까.
치매에 걸린 걸 알면서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불행하며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는
이 수치심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환자와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제같아 보인다.
돌보는 이들도 지치게 만드는 다양한 반응들이
반복되어 일어나다보니 지독히 괴로운 병이라고도 하는 걸 보면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스로의 질책을 거두고
함께 대응해 나가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심폐소생술이 일반적인 죽음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심폐소생술은 21세기 의학을 나타내는 삶과 죽음의 상징이자 전형이 됐다.
많은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자연스럽고 위엄 있는 죽음을 막는 불필요한 장벽이자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p323
생명 연장의 기회를 갖는 것.
삶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빠르게 정상 박동을 되찾게 해줄 수 있는 소생술.
심근경색이든 심장박동의 불안정이든 심장문제로 인한 질환들이 많아지다보니
이 문제 또한 간과하기 힘들다.
복잡한 주제이기도 환자 가족들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이를 희망 안한다고 해서 치료를 희망 안한다는 결론으로 이어 설명하기 참 복잡하다.
다양한 질병,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기에
희망을 파괴하지 않고서 현실을 전달하는 일이 쉬운 문제는 아니어보인다.
여러 사례들과 민감한 문제들,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이들의 문제가 텍스트 안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기에
더없이 죽음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바라본 책이 아니었나 싶다.
내 삶의 종착지를 향해 온 몸을 불사르며 살아가기에
무수히 많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함께 고민해 나갈
다양한 일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느낌이 든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동안 우린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존중받고 연대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과제를 다 끝마치는 그 순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