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 차곡차곡 쌓인 7년의 기록
김수경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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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수경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기르며 집 안팎의 다정한 생활의 모습들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오래, 진심을 쓰는 사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집, 사람』, 『소박하고 근사하게』를 지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집이라는 공간을 너무도 사랑하는 일인으로써

진정한 집순이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이 공간을 살뜰히 보살피며 산다.

누군가의 집을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이 책을 보며

사람 사는 냄새는 물론이고

집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좋았다.

7년 간의 집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을 남긴 것이기에

소소하고 사적인 삶의 모습들이 정겨워보였다.

해가 천천히 저물어 가기 시작하는 이른 저녁을 좋아한다.

집안의 조도가 찬찬히 낮아지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처럼 창에 커튼을 그리고 초콜릿색 작은 스탠드를 켠다.

그리고 이불로 만든 동굴 속에 폭닥 들어가 누워 저녁을 짓기 전까지 잠깐을 멍하게 쉰다.

아무 말 없이 있는 것 같아도 속으로 무수한 생각을 한다.

p44-45

집 안 곳곳마다 스탠드를 설치하고

저녁 시간이면 큰 전등을 끄고 스탠드 불빛으로

은은한 조명으로 집 안 가득 따뜻함을 물들인다.

조명이 물들이는 감성은 공간을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어줘서 특별하다.

그래서인지 좀 더 이 부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굉장히 작은 부분이지만 일상의 질을 바꿔놓는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조명 아래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하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이 재미야말로

집을 가꾸며 살아가는 참 맛이 아닐까 싶다.

공간을 더 근사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조명 아래에서

분주함을 내려놓고 마음을 쉼을 얻어본다.

나만의 책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나의 우주를 짓고 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과 같다.

책을 펼치거나 거창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빨강머리 앤처럼 턱을 괴로 앉아 공상에 빠져 있어도 충분한 그런 공감 말이다.

책상 앞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보낸 시간은 반드시

나에게 즐거운 에너지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p104

이사를 오면서 서재방을 만들었다.

그곳에 책상을 두고 공동 서재로 쓰려고 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내가 주로

이곳의 내 공간처럼 사용중이다.

그렇다보니 좋아하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책상 위에 두고

자그마한 반려 식물도 올려두어

서재를 더 반짝이는 나의 우주로 만드는 중이다.

이런 공간이 필요한 건 나에게도

더불어 가족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공간이 부엌말로도 사적인 공간이 생긴다는 건

가족의 배려와 사랑에 기반되어

더 감사하고 애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질 수 밖에 없고

그 덕분에 가족이 집 안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작지만 소중한 이 공간을

편히 쉴 수 있도록 매일 정비하고 사는 삶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일상을 즐겁게 해주는 이 공간이 우리 집이라 좋고

매일 보듬고 사는 이 곳을 애정을 담아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우리의 아지트로 만들어갈 생각에 신난다.

오래도록 가족의 사랑으로 여물어가는

우리 집을 매일 사랑하며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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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 - 헤매고 있는 초보 가드너를 위한 홈가드닝 플랜 4
한진아 지음 / 책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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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한진아

천천히 자라 그 시간만큼의 안온함을 선사하는 초록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식물의 속도가 그러하듯 서서히, 많은 이들에게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전하고 싶단 바람을 갖고 플랜트숍 ‘서서히’를 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후 평범히 회사 생활을 하다가 식물의 매력에 매료되어 퇴사를 결심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마음이 일상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고, 플랜트숍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후 식물로써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원예치료 분야를 공부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며 식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식물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나눈다.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전시, 공간 연출 등의 작업을 진행하며 식물 연출가로서의 꿈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식물과 우리 사람은 무척이나 닮은 부분이 많다고.

인스타그램 @SERSERHEE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팬데믹을 겪으며 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갑갑한 실내 생활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더할 수 있는 홈가드닝에 나도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식물과 나는 상극인 것인지

우리집에 들어온 식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맥없이 시들어 죽는 걸 보면

아직은 식물을 키울 준비가 안되었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작년부터 부쩍 식물에 관심이 가서

하나씩 키워가는 재미에

지금은 제법 다양한 반려식물을 집에 들여 함께 살고 있다.

내 애절한 마음을 아는 것인지

첫 실패를 경험한 패배자로서 용기내지 못했던 마음에 다시 용기가 생겨났다.

오랜 실내 생활로 답답했던 마음이

창가에 둔 화분들을 보며

초록으로 싱그러움을 선물해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식물을 대하게 된다.

지금도 초보 띠를 다 벗진 못했지만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늘 관심이 많다.

책이나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진 못했으나

이 책 한 권으로 홈가드닝에 대한 기초와 실전까지의

유용한 팁을 배워보고 적용할 수 있는 여러 플랜을 배워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흙이 과하게 젖어 있을 경우 공기가 적게 통해 흙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뿌리의 호흡 작용이 억제되면 양분과 수분의 흡수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뿌리의 생육이 느려지죠.

뿌리는 흙이 적당히 말랐을 때 움직이기 때문에 늘 습해 있는 환경에서는

물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아

결국 식물 자체의 생육이 느려집니다.

p56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과습이었다.

흙에 물이 과하게 많은 상태.

적당히의 기준이 늘 어려웠다.

식물이 어떤 원리로 생육하는지를 이해하면 좀 더 그들만의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해보인다.

축축한 환경이 균이 번식해 식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니

과습 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들과

대처 방법들을 살펴보면서

물의 양도 양이지만, 통풍에서 신경을 써줘야 할 필요를 느꼈다.

최근 들여온 화분 하나를 보며

책에서 말하는 증상 중 하나를 발견하면서

뿌리가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아파하는 걸 알았다.

배수 불향이나 물을 자주 주는 것인지

계절과 특성도 파악하고 있다면

좀 더 건강하게 식물을 키울 수 있겠다란 생각에 자신감이 붙는다.

직접 분갈이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분갈이를 직접 해보고 싶었다.

상세한 설명과 사진 컷을 보고

필요한 물품과 재료를 준비해서

집에서도 분갈이를 해볼만도 하겠다란 생각이 들어

몸집이 제법 크게 불어난 반려식물 하나를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야하는 숙제를 끝내야겠다고 맘 먹게 된다.

꽃집 사장님께 늘 부탁했었던 분갈이를

내 손으로 한다는 것이 뭔가 모르게

나도 제법 초보 가드너의 티를 조금은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난다.

마지막 장에 소개되는 식물들 소개를 보며

예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멋지고 근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 중에 '아라우카리아'라는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외관상은 뾰족해보이지만

쓰다듬으면 반전 매력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환경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사계절 푸르른 상록수라는 것에 더 욕심이 났다.

초록을 더 가까이 두고 싶은 내 마음을 움직인

내 취향의 식물을 또 발견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예전같으면 이런 책들을 지나치기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가만히 식물을 바라보는 관심과 주의력이

책에도 마음이 기울어져있어 딱 필요한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흡족한 마음으로 책을 살펴보고

오늘도 내일도 싱그럽게 초록을 선물하는

나의 반려 식물을 오래도록 보살피며 살아가길 소망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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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삶에도 문진표가 있나요?
박세은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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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삶에도 문진표가 있나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세은

밝고 정겨운 사람들 사이에서 화초처럼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듣는 게 더 편안한 타입이다. 저자의 한해살이는 언제나 책으로 꽉 채워져 있다. 햇빛과 바람을 쏘이며 천천히 책을 곱씹다 보면 그 속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기둥을 세워주고 가지치기를 해주며 부지런히 자신을 가꾸어간다.

해질녘 식물을 바라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키우는 반려식물이 시들해지면 김빠진 맥주를 뿌려준다. 훌륭한 비료가 되어준다. 덩달아 맥주도 열심히 마신다. 홉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IPA를 좋아한다.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밤 샤워를 마치고 따는 맥주 캔처럼 이 책이 나와 다른 이들에게 위로 한 잔이 되기를 바란다.

일곱 살 터울 두 딸의 엄마.

대한상공회의소, 호텔 마케팅팀, 입시영어학원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아이들을 돌보며 집으로 출근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14년째 장기근속 중이다.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같은 호흡으로 소통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스24 제공]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를 위한 힐링 육아 에세이

엄마인 나는 제대로 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문득 요즘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이 지쳐있는 건 아닌지 모를 요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주변 환기를

책 속에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압력솥을 열고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흰 쌀밥을 퍼올린다.

기름을 두르고 밥을 지은 듯 윤이 났다.

흰 쌀밥한 수저에 브로콜리 나물을 올려 한 입 꾸울꺽.

'아베마리아!'. 카스트 제도 밑바닥에 납작 엎드린 불가촉천민 같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나지 않는 집안일은 잘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된다.

밥벌이가 삶의 고단함이라면 집안일은 보이지 않는 희생과 사랑이다.

p56

집밥을 준비하는 마음.

차린 건 많이 없어도 가족이 모여 앉아있는 부엌의 공간이

나에겐 노동의 행복의 땀과 희생을 절인

묘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우리가 서로 마주보며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삶은 매일이 새롭다.

사실 매일 매끼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 곳에서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가도

손수 차린 밥상의 결과물을 보면 크고 작든 나의 수고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 잔잔한 기쁨을 나에게 허락하고

비워진 그릇들을 보면서 흐뭇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전업맘인걸까.

숙명인지 몰라도 난 이 부엌에서

내가 중심잡고 서있을 때 스스로가 빛나다고 생각하기도

대견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둠이 오면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혼자라는 고독함 때문일 것이다.

어둠이 밝은 시야를 막고 시끄러운 소음도 적막해지면 몸은 그제야 긴장감을 푼다.

캄캄한 적막 속에서 감각기관들도 휴식시간을 갖는다.

도로 위에 소움이 멈추면 작은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하루 종일 들리지 않던 마음속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종알종알 말들이 머릿속에 차오른다.

다크 초콜릿처럼 고독하고 적막한 이 시간을 사랑한다.

p255

오롯이 혼자가 되는 고요한 밤시간을 난 정말 사랑한다.

부엌에 불이 꺼지고

각자 아이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 잠이 들고

적막 속에 어둠이 내려앉은 깜깜한 거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밖을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평온한 마음에 휩싸이는 이 시간이 난 너무 좋다.

잠깐의 명상과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는 밤독서의 시간은 기가 막힌다.

얼마전에도 읽고 싶었던 책들을 장바구니에서 골라

결제창으로 넘긴 책들이 집 앞에 도착해

혼자 조용히 택배를 조심히 뜯으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려 설렜다.

밤이 되면 다시 활력이 끌어오르는 건

오롯이 내 시간을 혼자 만끽한다는 것에서 오는 힘이 커서일까.

이 시간은 무조건 사수해야 할 엄마만의 시간,

내가 되어가는 시간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도 협상할 수도 없는 소중한 내시간이다.

엄마가 되고보니 나에게 내어주는 시간이 적었다.

이젠 가족을 위해서라도

내 마음의 행복을 살짝이 먼저 챙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엄마의 삶이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표류하고 있는지

글 속에서 나를 떠올려보고 가만히 점검해보게 된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것 같지 않아

섭섭하기도 한 엄마이지만

나조차도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조용히 내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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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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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팻 바커

1943년 5월 8일 영국 쏘너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유니언 스트리트》로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기억과 트라우마, 생존과 회복을 중심 소재로 15권의 작품을 집필하였다. 1995년 부커상 수상작인 《고스트 로드》로 절정을 이룬 팻 바커의 ‘갱생 3부작’은 그녀를 ‘영국 역사소설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시대적 진실성과 서사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팻 바커의 역사소설을 순문학의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역자 : 고유라

중학생일 때 ‘딜버트’를 만난 이후로 스콧 애덤스의 팬이 되었고 그 인연으로 《열정은 쓰레기다》를 번역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과 프랑스에 체류하며 외국어를 익혔다.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책 읽는 소녀》, 《쓸모없는 짓의 행복》,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 《승리의 기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트로이 전쟁에서 노예로 데리고 온 여인 브리세이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보게 되니 영화 <트로이>가 먼저 생각이 났다.

아직 <일리아스>를 완독하지 못했는데

모처럼 영웅적 서사에 깊이 몰입해 읽다보니

<일리아스>를 다시 꺼내 읽어볼까도 생각중이다.

이 책을 보며 전쟁속에서 여성의 삶과

패전국 여성들의 모습과 그 참혹함을 보며 아찔하고도 공포스러웠다.

더욱이 이 책이 여성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의미 깊게 느껴졌다.

좀더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신화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다란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 알키모스가 왔고, 갈 시간이다.

나의 남편 알키모스. 조금 멍청할지는 몰라도 아킬레우스의 말처럼 좋은 사람이다.

모르긴 몰라도 바보와 결혼하는 것보다 나쁜 일은 많으니까.

나는 봉분에서 몸을 돌려 그를 따라 배로 간다.

그렇게 오래전 일은 아니지만, 처음에, 나는 아킬레우스의 서사에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고,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이야기이다.

p434

남성 중심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전쟁 속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의 입장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며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가족을 살해한 아킬레우스의 선택을 받아 노예가 된 브리세이스.

브리세이스의 시선에서 전쟁의 비극을 보며

하루 하루 침묵으로 버티는 삶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왕비에서 노예로 전락한 브리세이스의 처한 상황을 보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처참한 현실감이

전에 읽던 영웅적 서사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여자 노예의 삶을 이렇게 생생하게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패전국가의 전리품으로 살아야했던

처절한 여성의 삶이 마음을 울리고

뜨겁게 따오르는 분노와 좌절, 깊은 침묵을 통해

여성의 깊은 울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신화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가 엉켜있어서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이지만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당시의 전쟁통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자의 삶을 단순히만 생각할 수 없는

지금의 복잡한 현실을 투영하면서 해석할 수 있어 좋았다.

그 희생과 눈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숭고함을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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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 - 신도시 맘 고군분투 아줌마 사귀기 프로젝트
박혜란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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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박혜란

전자공학과 졸업 후 IT개발자로 11년을 일했다. 그러다 잘 웃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 신도시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로 살고 있다.

30대 초반에 여러 취미를 전전하다 접하게 된 인문학 공부는 책 읽고 글 쓰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일깨워 줬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이 책이 나오게 됐다. 주로 아이가 등교한 오전 시간에 집안일은 왠지 하기 싫은 마음에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곤 하는데, 글쓰기로 인생역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러나 글감은 너무 없고, 누워 있고만 싶은 것이 매일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매일 오전 9시 30분이면 용기를 내서 조금이라도 쓰려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남편 직업상 이사가 많았던터라

아이들이 매번 이사를 갈때마다 적응하는 애를 먹는다.

아이뿐 아니라 어쩌면 어른도 완전한 관계 안에 있지 않기에

새로운 모임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나의 내향적인 성격이 감당하기엔 좀 벅찰 때가 많다.

작년에 잠시 거주했던 신도시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나름의 고충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고군분투했던 적응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엄마도 엄마친구를 사귀는데 애쓰고 산다는 걸

아이들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인 내가 좀 더 생활에 일찍 적응해 나가기 위해선

엄마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뭔가 씁쓸하기도 하다.

삶의 조건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게 되면 일단 처음에는 편안하다.

서로 간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딱 보면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동네를 오다가다 만나면서 자신의 속내도 이야기하게 되고,

이내 원만하게 친해지곤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관계가 블랙코미디처럼 웃기면서 씁쓸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인간은 동류와 '무리 짓기'를 원하는 동시에 '구별 짓기'를 원한다.

p118-119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에 동의한다.

구별되기를 원하는 마음과 속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둘 다 내 맘에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형편이 비슷하고 조건이 비슷한 이들끼리

편안한 만남을 추구하지만

약간의 구별을 필요로하는 일탈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게

한편으론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다르게 완전히 스며들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씁쓸하다.

서로 일정 수준까진 수용하면서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더 이상 좁이지 못하는 관계는

내 속좁은 기질 때문인지 몰라도

묘한 기싸움은 어디에나 있을지 몰라도

신도시 생활도 정말 만만치 않은 고충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인 게 느껴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을 나의 노력으로 굳이 친구의 영역으로 당겨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간의 '아줌마살이'를 통과하면서 알게 되었다.

p244

애매하게 지내면서도 편한 사이 정도로

가끔 만나도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들이대지' 않는 사이.

관계가 더 끈끈해질지 아닐지 모를

미지근한 온도가 나쁘지 않은 그런 애매한 관계.

생각해보면 나도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서 편하고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아서 골치 아플 것이 없어서 좋을 것도 같다.

정도껏 만족하며 관계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내가 집 안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잘 비축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관계를 난 선호한다.

상대가 호의적이지 못하고 지속적인 만남이 될 수 없다면 그만둬야겠지만 말이다.

나이들어서 친구 사람을 만나기가 더 힘이 든다.

열정이나 에너지가 예전보다 없기도 하고

서로가 탐색하고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그 시간들이

조금 지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면

스스로 나가 떨어지는 나를 잘 알고 있기도 해서다.

엄마의 친구 사귀기가 어쩌면 아이보다 더 까다롭고 예민할지도 모르겠다.

덧입혀진 프레임이 많고

굵어진 머리에 기준만 가득 세워져 쉽게 친하게 접근하기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오랜 기질적인 습성도

상당부분 굳어진 나의 삶의 태도와 성격으로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을 만나보았다는 것이 참 신선하기도 했고

꽤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실에서 밀려오는 관계의 어려움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마냥 웃고만 읽을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그렇다할 멋진 친구를 만나진 못한 것 같지만

이 곳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나의 단짝찾기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언제나 간절히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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