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계절의 변화를 더 빨리 느낄 수 있는
전원의 삶 속에서 누구보다도 인생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쾌하다.
이 책을 보면서 웬지 모를 흐뭇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건
자연과 어울려 사는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설렌다.
작은 알자스 레돔 테루아..
그 밭에 꿈과 사랑이 필 걸 기대해본다.
"저 하늘의 수많은 별이 우르르 쏟아지지 않고 조화롭게 돌아가는 것은
서로가 강하게 밀고 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야.
모든 행성은 서로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받아.
달의 움직임에 따라 바닷물이 밀물과 썰물이 되어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 봐.
지구는 가장 가까운 달의 움직임에 따라 굉장한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
나무들도 마찬가지야. 인간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인간보다
더 예민하게 우주 행성의 움직임에 반응을 해."
p57
별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를 짓는 모습이 이색적이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우주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란 생각에
대지도 우주도 사람도 식물도 모두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음유시인처럼 농사를 지으며
이런 멋진 낭만을 느낄 수 있고
철학적인 생각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늘 인생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며 사는 것 같아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누리는 이들의 삶이 참 멋있어 보인다.
난 어떤 낭만을 꿈꾸며 살고 있나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삶을 보면서 이런 도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일상의 작은 일탈 정도로 문득 기분 좋아진다.
다가올 여름과 가을 동안의 숙성 시간이 지나면 한 병의 와인으로 완성된다.
그때는 어떤 맛일지, 뚜껑을 여는 순간 펜팔로 오랜 우정을 나누던 친구를
비로소 만나는 느낌이랄까, 약간의 기대와 두려움,
행복감, 복잡한 감정이 올라 올 것이다.
한 모금 마실 때 기대한 맛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비로소 미소 지을 수 있다.
지난해의 비와 햇빛과 바람, 농부의 땀에 대한 기록,
자연과 인간의 숨결이 봉인된 한 병의 숲이 되어 줄 날을 기다린다.
p164-165
땀과 정성으로 만든 와인 한 병 안에
지난 날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아
이들 부부의 모습이 어찌나 소박하고 진솔해보이는지..
소신껏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남편 레돔과
같은 방향을 맞춰가는 아내의 모습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평화로워보이는 건 뭘까.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매일 흘리는 땀과 노력에
값진 하루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 이들 앞에서
난 얼마나 배부른 소리를 하며 불평했던지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가장 부러운 건 작은 우주를 품고 있는 숲 속에서
심고 가꾸는 과일과 작물들이 근사한 삶을 그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의 삶과는 사뭇 다른 자본과 경쟁의 색이 아닌 그것 말이다.
아마도 이들 부부가 이런 유쾌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일찍이 깨우친 덕에
맛보는 결실이 아닐까 싶다.
나같으면 엄두가 안날터이지만
늘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건 이들의 삶이라
참 아이러니하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내 일이 아니라 로망처럼 보이는 것인지 모를 현실을 살고 있는
시골 생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테기에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나는 텍스트 안에서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같이 호흡하고
그 안에 머물 수 있는 듯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