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세이
#웅크린나에게식물이말을걸었다
봄날의 초록을 만끽하며 사는 요즘이다.
얼마전 집으로 데려온 식물을 거실 창가에 두며
이 계절의 푸르름을 내 집 안에서도 가득 느끼며 산다.
나른한 일상이 더 화사하게 빛이 나는
식물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개운죽과
이름도 귀엽고 생긴 것도 귀여운 연필 선인장과
잎이 싱싱하고 넓은 몬스테라를 장바구니에 담아
오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잘 키우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은 한다.
저마다의 식물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식물을 돌본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그렇게 식물도 쓸모 있거나 분위기를 내주었던 물건쯤에서 내가 책임 있게 돌봐야 하는 존재가 되었고,
무책임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듯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마음을 주게 되었다고 해서 초록과의 관계가 해피엔딩이 된 건 아니다.
그 이후에도 내 곁을 떠난 초록은 있었고, 그 떄문에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한동안 초록을 들이는 일에 주저해야 할 만큼.
하지만 결국 또 다른 초록을 데려오고야 말았는데,
마음을 주고 나서야 내가 그들을 돌보는 만큼, 그들도 나를 돌봐주고 있음을 깨달은 탓이다.
p34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싶어 웬지 모르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다.
내 곁을 지나간 초록이들을 처음엔 관상용으로
크게 관심쓰지 못하고 병들어 내보내고
의욕이 앞서 물을 너무 많이 자주 줘서 보내게 되었고
이후에도 작고 잦은 실수들로 여러 초록이들을 보낸 경험이 많다.
돌봐줘야 한다는 개념의 책임을 식물에게까지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내 이기적인 마음을 돌아 반성하기도 하며
여러 경험 끝에 나에게 적당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잘 키워서 오래도록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조금씩 나도 자라고 있는 기분이다.
어쩌면 초록에게 받는 위안이 크게 된 건
삶이 더 팍팍하게 느껴져서
나의 빈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받는 마음이 크다는 걸 알기에
반려 생활 가운데 식물 가꾸기는 이제 내 일상으로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봄이 산책을 하고 돌아와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에게 캔사료를 하나 내주고, 수국에 물을 잔뜩 준다.
매일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피고 자라고
무성해지는 변화를 알아채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길 바라면서 말이다.
p114
초록이와 보내는 일상이 나에게 주는 변화가 있다.
삶의 바라보는 여유로움과 좀 더 행복한 마음을
일상에 작은 리듬속에서 자주 느끼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산책 코스로 도는 길 위에 핀 꽃들이며 나무들이 주는
그 싱그러움과 좋은 기운 덕분에라도
나는 매순간 행복한 사람임을 느낀다.
덕분에 좀 더 자주 웃게 되고
조급한 마음을 비워낼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중이다.
식물을 키우며 오히려 내가 더 얻고 배우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런 점에서 초록의 일상을 가꾸는 저자의 모습이
마음으로 들어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행복했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숙제들을 잠깐 미뤄두고
내 마음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듯한 여유와
좀 더 제대로 쉴 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들.
나에겐 모든 계절 속에
반려 식물과 살아가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대단히 좋은 가드너될 자질은 없지만
작은 내 초록들을 자주 바라보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오랫동안 함께 할 생각이라 지금의 시간을 만족하며 산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