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정재승 선생님이 추천하는
신화 읽기라는 점에서 다시 아이와 함께
그리스, 로마 신화 탐독에 나섰다.
이 책은 네번 째 이야기로 <호기심>편인데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중 하나이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있는 아이에게
다시 짧은 글과 삽화로 어이지는 확장읽기는
아이에게도 유익한 책읽기 시간이었고
신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화속 이야기를 풀어 주고 있어
이 책을 먼저 읽는다 하더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간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욕망인 호기심.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건이 '판도라의 상자'이다.
신화 속 이야기에서 전해주는 인간의 호기심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에피메테우스, 절대로 항아리가 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항아리가 열리는 날이면 그 속에 있던 모든 악이 세상에 퍼지게 될 것이다."
p47-48
그리스 말로 '모든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판도라'.
올림포스에서 몰래 불을 훔쳐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 프로메테우스.
그런 그에게 제우스는 무시무시한 처벌로
아무도 모르게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으로 여자를 만들라고 명령한다.
매혹적이고 우아하고 훌륭한 이 선물은 바로 판도라였다.
꾀가 넘치는 헤르메스에게 시켜 판도라에게
거짓된 말을 가르치고,
간사하고 배신을 잘 하는 성격을 불어넣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는 선물로 주는데
위험을 감지한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거절하라고 경고하나
판도라의 아름다움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내로 맞게 된 에피메테우스는
뚜껑으로 막아둔 항아리에 대한 경고를 강조했고
판도라에게 절대 열지 말라고 말하나
판도라는 호기심을 떨쳐 버릴 수 없어 항아리를 열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것들이 땅 위에 퍼져 나가고 말았다.
겨우 마개를 다시 막았으니
빠져나가지 못한 단 하나는
'희망' 이었다.
인간을 완전히 파멸시킬 가장 지독한 재앙이
세상에 뿌려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두려움을 모르는 프로메테우스여,
그대는 어떻게 이 끝날 줄 모르는 고통을 참으시나요?
우리는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p155
제우스가 인간을 멸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킨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들 데우칼리온에게 방주를 만들도록 시키게 되는데
인간의 마음 안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판도라가 끝내 덮개를 다시 덮지 않았다면
희망마저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일찍이 멸하지 않았을까.
판도라는 항아리를 열면서 무얼 기대했던 걸까.
인간들은 어려움이 닥쳐도 희망을 않는다는
메시지는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금기를 깨뜨린 판도라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 비극의 참사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가난, 전쟁, 질병, 죽음 등 세상에 뿌려진 재앙은 여전히 존재하나
실체도 없는 희망은 상자 속에 갇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허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인간의 마음 속에 생존적 본능처럼 붙들고 있는
이 희망을 믿음처럼 지니며 사는 것이 어리석다고 볼 수 있을까.
행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안전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신화를 읽으며 인간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진다는 것이 참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도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독파해보고 싶은 마음에 좋은 탐색의 호기심을 꺼내주는 매력있는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