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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어떤 미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프랑수아즈 사강설득보다는 매혹을 원했던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우는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인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그녀는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소르본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어린 소녀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문단과 세간에는 말이 많았다. 통속적인 연애소설 작가라는 비난의 시선도 적지 않았고, '운'이 좋아 당선이 되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사강은 2년 뒤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를 발표해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못지않은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하였으며, ‘운이 좋은 소녀’란 오명을 벗고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두고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 평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소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사강은 당시 ‘천재 소녀’로 불리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 뒤로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브람스를 좋아하세요...』,『신기한 구름』,『뜨거운 연애』 등과 희곡 『스웨덴의 성』,『바이올린은 때때로』,『발란틴의 연보랏빛 옷』등의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며 프랑수와즈 사강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신경 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 정신병원 입원, 나날이 술로 지새우는 생활이 거듭되면서 도박장 출입이 잦아졌고 파산했다. 프랑스 도박장에는 5년간 출입 금지 선고를 받자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까지 도박 원정을 갈만큼 망가진 그녀는 결국 빚더미 속에 묻히게 된다. 하지만 50대에 두 번씩이나 마약복용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그녀 식의 당당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9월 24일, 노르망디에 있는 옹플뢰르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혈전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였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사강의 작품들은 인생에 대한 사탕발림 같은 환상을 벗어버리고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리는 작가이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여전히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스24 제공]

"슬프지 않아요. 아무것도요."
내가 대꾸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사실 난 그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의 곁에 있게 되자마자 그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감미롭고, 상상력으로 가득하고, 후회로 가득했던 그 이 주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지?
사랑의 신비는 고통스러워, 나는 조롱하는 기분으로 생각했다.
사실 나는 원망스러웠다.
p176-177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왜 이렇게 무모한 사랑을..
왜 이렇게 가슴 찢어지게 아픈 사랑을 자처하는 건지..
왜 하필 뤽이었냐고...
한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했던 여자가 있다.
유뷰남을 사랑하는 여자의 외롭고 고독한 이야기.
젊고 싱그럽고 풋풋한 사랑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성숙하고 차분하며 절제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이번 작품에서 도미니크라는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을 쿡 눌러댄다.
도미니크와 외삼촌 뤽, 이 둘은 그녀의 남자친구 베르트랑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키워간다.
읽는 내내 그녀의 시선에 집중하며 책에 빠져들었다.
설렘과 불안이 느껴지는 도미니크의 사랑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사랑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냉소적이지만
매력적이라 느꼈던 뤽의 태도가 난 못마땅하기만 했다.
뤽이 말하는 결혼관계가 피곤함과 권태가 견고한 토대가 되어
고독, 권태 같은 것이 지속적이고 아름다운 결혼 관계를 건설한다는 말에
한 남자와 20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나에겐 역겨움을 토하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도미니크는 왜 하필 뤽 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가진 정서 안에서는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묘사되기 어려웠고,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었다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정말 행복하고 싶은게 맞는 건지,
도의적인 경계를 벗어난
무분별하고 침체된 어둠이 드리운 사랑은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절대 용서 받지 못할 이들의 사랑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중년의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도미니크의 세계관과
사랑이라는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가 프랑스아주 사강의 손에서 매혹적이고 치명적으로 그려진 책이다.
사강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 본질에 대한 되새김을 하게 만든다.
완전한 기쁨 속에서 사랑에 매료된 상대를 보면
치명적이고 매혹적이게 되는 걸까.
부디 모두의 사랑이 아름다운 본질안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