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구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떤 건 구름이 가득 차 있고, 또 다른 건 허리케인이 득실거리고 있다.
자전 속도는 모두 동일하다고 판단되며 서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안전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지상의 구조물이나 궤도 위의 인공물체는 여기서 식별하라 수가 없다. 이상."
- 1권: p79 -
다크홀을 통과하게 되면서 발견하게 된 수많은 행성들.
지구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행성들이
우주 공간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어떻게 지구가 복제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현실과
우주 공간 안에서 홀로 떠도는 루크의 정체성이
나도 어지럽게 정리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이곳으로 옮겨 타기 직전까지 루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탑승객이 에단처럼 정신을 잃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처럼 멀쩡하거나.
전자는 드래곤 캡슐에 타고 있는 이가 '의식'이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에단처럼 무의식적 존재들은 다크홀 근처에서 정신을 잃어버리니까.
반면 톰이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건
그가 이 세계의 진정한 '의식적 존재'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 2권: p31-32 -
수십 번의 죽음과 삶, 꿈과 생환을 통해 루크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불확실성.
두려움은 그저 불확실한 것에 대한 신체와 마음의 과도한 반응일 뿐이었다.
눈앞의 상대가 모두 '무의식'일 뿐이라는 확신이 있는 지금,
사람도 환경도 그리고 이 지구마저도 루크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의식들만의 세계인 라마에서
무의식은 의식을 지배한다는 걸 알게 된다.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존재로 내가 있다면
우주에 떠다니는 타인의 수많은 무의식은
의식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가는가를
굉장히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면서 읽었다.
무엇이 진짜인지를 계속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랄까.
그러므로 루크가 떠난 지구는 그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떠나온 지구는 존재하지 않는 행성으로 폐기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마 안의 100만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구에서 온 셈이다.
게다가 그동안 만난 하인츠가 가짜였다는 사실도..
이 하인츠가 무의식이라는 건
저기 어딘가 의식은 건재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 다크홀의 존재 역시
설명하지 못한다 하여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기에
의식 역시 수십억 개의 무의식 중 하나가 사라졌다 해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살고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블랙홀 속 신행성 탐사라는 기발한 소재는 물론이고
'라마'의 세계가 나에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으나
굉장히 스릴 넘치고 기발한 수작으로 기억하겠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