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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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빅터 프랭클
저자 : 빅터 프랭클
VIKTOR EMIL FRANKL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학자, 철학자다. 1905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났고, 빈 대학에서 의학 박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온 가족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간 후, 프랭클은 3년 동안 네 군데의 수용소를 거쳤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본인의 ‘체험’을 통해 발견한 치료법이 바로 로고테라피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더불어 정신요법 제3 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프랭클 박사가 창시한 이후, ‘드라마틱한 치유 효과’로서 로고테라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랭클은 모든 사람에게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비참한 상황을 극복하고,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랭클 연구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사람 중심’이었고, 오로지 환자를 통해 배우고, 환자의 말에 귀 기울였던 의사이자 가슴 뜨거운 치유자였다.
해방 후 프랭클은 빈 대학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으로 일했으며, 1970년 미국 인터내셔널 대학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세계 최초로 로고테라피 강의를 개설하고 프랭클을 초빙 교수로 모신다. 전 세계 29개의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프랭클이 쓴 『인간의 의미 추구MAN’S SEARCH FOR MEANING』(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정신과협회는 정신치료에 대한 공헌을 인정해 빅터 프랭클에게 1985년 오스카 피스터상을 수여했다. 93세에 영면에 들기까지 강의와 집필을 쉬지 않았고, 40권의 책을 남겼다. 1997년 심부전으로 삶을 마감하고, 비엔나 중앙 묘지 유대인 구역에 잠들어 있다.

역자 : 박상미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다.
현재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교수, 한국 의미치료학회 부회장 및 수련감독, 심리치료 연구소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이다.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학술교류처 DAAD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에서 연구했다. 법무부 방송을 통해 전국 5만 7,000여 명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로고테라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감·소통·치유·회복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상미의 고민사전』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가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죽음의 수용소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빅터 프랭클이 전해주는

삶의 가치를 책 속에서 조용히 사색해본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어려움 앞에서 

늘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 무기력함을 헤어나오지 못할 때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영감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증상 때문에 고통을 겪을 때, 단순히 '증상'에만 집중하여 치료를 하면

근본적인 치료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증상을 빨리 없앨 수 있지요.

p39


나치 친위대 군사와 기차 안에서 마주하게 되면서

꺼내게 된 유머일화를 소개한다.


유대인이 말린 청어를 한 봉지 꺼내 먹더니

대가리는 버리지 않고 가방에 다시 넣으려하는 걸

지켜보던 군사가 그걸 싸가서 뭐할꺼냐고 물었다.


청어 대가리에 뇌가 좋아지는 성분이 있어

아이들 먹이려고 한다니 자신이 가겠다고 하고

1마르크에 사서 먹어치웠다.


잠시 후, 유대인의 멱살을 잡고서 

생각해보니 청어 한 마리가 10페니히인데 열 배인 1마르크나 받았다고 소리쳤다.


"역시! 당신의 뇌에 벌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군요!"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서로 언어유희를 즐긴걸 보면

정말이지 고통을 이기는데

유머만큼 좋은 치유효과가 없다란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도 이러한 주변 환기를 돕는 유머가

마땅히 필요하고 나에게도 삶의 건조함이 해소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안다.


삶에 잘 어우러진 유머와의 조화를 

언제나 지향하며 살고 싶다.


강제수용소는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험대였단느 것을.

내가 자주 강조하듯이 자기 초월과 자기 상대화에 있어서 인간이 얼마나 무능한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제수용소에서 확인했죠.

나의 경험적 지식은 '의미에 대한 의지'나 자기 초월을,

자기 자신을 초월한 무엇인가를 지향하는 인간 존재를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p125


끝내 살아남아 잃어버린 원고를 다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


그가 살아남지 못했다면 

그의 원고를 만나볼 수 있었을까.


멈추었던 집필을 다시 시작할 의지와

죽음이 다가온다는 극한의 공포,

살고 싶었고 살아야만 했던 목숨을 건 탈출시도.


살아날 가능성 1%만 있더라도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의지로 끝내 살아남은 그.


생을 회고 하며 쓴 그의 자서전 속에서

그는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실수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p158


왜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삶의 본질적인 고민들에 대해

비참했던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닌

삶과 죽음을 두고 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가치가 담긴 훌륭한 책이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고 읽을 수록 다시 곱씹게 된다.


새로운 가치와 존재의 이유를

너무도 분명하고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니

내 삶이 이보다 또렷해보이긴 처음이다.


의지와 힘이 쏟는 결단과 결심으로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한 선명한 기대를 가지고

호기롭게 하루 하루를 시작하며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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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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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하는 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권미선
저자 : 권미선
라디오 작가.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등에서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아주, 조금 울었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무언가를 버린다고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단순해지는 데,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물건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 마음에 오래 담아 둔 일,

내가 나를 괴롭게 하는 일도 조금씩 버리게 되었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결국 생각을 버리기 위한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p44


고집스럽게 버지리지 못하는 살림들이 쌓여져간다.


복잡한 일들과 꼬여있을 때면

짐처럼 쌓여있는 물건들이 더 답답함을 증폭시킨다.


의미 부여를 하며 소중하게 대했던 물건들에

작별을 고할 시점을 난 아직 찾지 못한건지

여전히도 집 안 정리를 제대로 뒤집어서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갑갑한 마음을 정리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씩 버리는 일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사실 버린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보다.


물건을 버리는 일이 생각을 버리기 위함이라고 한다지만

그렇게 간단해 보이는 일이 

막상 시작하고보면 어디서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고

서둘러 마음 먹기 힘든 일이라 주저하나보다.


한번 버리면 버리는 건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버리고나서의 개운함을 맛보기도 했다.


그 자리에 다시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어나는 살림과 내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며

난 또 그 중간의 어디에서 괴리감에 휩싸여 있다.


언제쯤 좀 가벼워질 수 있을까.


생각도 살림도..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고요한 시간,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그것이 명상이었다.

꼭 어딘가에 앉아서 눈을 감고 할 필요는 없다.

걷거나, 샤워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

하루 중 아주 잠깐, 세상으로 향한 안테나를 꺼 두는 시간.

내가 나로만 있어도 충분히 괜찮은 시간.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

p193


혼자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고요함이 적막이 되어 흐르면 삶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존재의 이유를 관계 안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고

사람과 사람이 연대해서 살아가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는 것에 동감한다.


먼저 그 관계 속에 뛰어들기전에

내 마음의 고요를 살피고 혼자있어서도 괴로운 지옥이라면

진정으로 나를 위한 시간과 관계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생각해봐야 할지 고심해봐야 한다.


늘 타인에 기대어 내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도 불완전하고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밀려오는 고독이 마냥 괴롭지만 않은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무언가를 통해서든 좋으니 깨달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개인적으로 대게는 책에서 마음을 옮겨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


나에겐 내가 나로만 있어도 충분한 시간을

책읽는 시간 속에서 발견하고 탐색하니깐 그러하다.


모두에게 그런 시간들을 찾을 수 있고

함께 모여서도 혼자여서도

고요한 마음의 평안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템포가 느린 비트에

좋아하는 책 한 권으로 차분한 마음의 고요를 선물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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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 사색하고, 비우고, 기록하는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
강효진(보통엄마jin) 지음 / 비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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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강효진(보통엄마JIN)
둘째 아이를 낳으며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보통 엄마. 10년간의 직장인 신분에서 벗어나 보니 살림과 육아에 서툰 엄마, 초보 주부의 모습만 남은 걸 느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나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커리어를 쌓는 성장이 아닌 나의 손길이 닿는 집안에서 삶의 균형을 이루는 성장. 조금은 게으르고 덜 부지런한 편이지만 나와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단단한 삶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사색하고, 비우고, 기록하며 가정을 매만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보통엄마JIN'에서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슬럼프에 빠지는 주부의 삶에 공감하며 마음을 보듬는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색하고, 비우고, 기록하는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


전부터도 고민하고 있언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막상 시작이 늘 망설여졌다.


핸드메이드로 제작했던 공들인 아일랜드 식탁이

오갈길이 없어 늘 방치되고 있음에도

직접 만들었다는 애정과 의미를 부여하며 여태까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 미련한 마음을 난 제대로 정리하질 못하고 있다.


물건을 비우고 필요한 물건만 남기는 과정은

삶을 가볍게 비우는 중요한 일임을 이젠 제법 알겠다.


눈으로 보고도 많은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는 걸

엄두내지 못했던 게으름과 고집을 꺾어내고

올해는 반드시 비워진 공간 안에서 좀 홀가분하게 살아가고자 맘 먹게 되었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좋은 습관을 찾아보며

하나씩 해야 할 것과 미련없이 떠나보낼 것들을 천천히 정리해 생각해본다.


비우고 채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단련된 사색은 나를 알아가고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가장 크게 감사하는 부분이다.

나는 단순히 물건을 잘 비우기 위해서, 적은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물건, 불편한 공간, 불필요한 경험, 낭비되는 시간에서 나를 해방시키고 싶어서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거였다.

나의 삶에서 어느 부분에 힘주어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알게 됐을 때,

비로소 그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으니까.

p27


미뤄두었던 일들이 많다.


시작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 

방대한 양과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체력을 써야한다는 것에서

상당히 진이 빠져버린다고 해야 할까.


누가 대신 와서 속시원히 묵은 먼지와 짐을 다 털어내주면 좋겠다.


있어야 할 물건들과 최소로 남기고

남겨진 물건들은 소중하게 다뤄질테니

비움이라는 건 단순히 물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환경 안에서 더 집중하고 가치를 찾아갈 시간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방향성도

내가 찾는 것이겠지만, 분명한 건 나를 위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하고

공통된 관심사가 분명하다.


시간을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강약을 조절하기 위한 모든 걸리적거리는 걸 정리해버리는 건

올해 내가 해야 할 우선순위 중 하나이다.


좀 더 간결해질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자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 되더라도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질적인 것,

외면의 모습만이 전부가 아님을.


흔들리지 않는 내 삶을 지탱해줄

단단한 마음을 얻는 과정임을.

p107


각자의 기준선이 분명히 있겠지만

전보다 더 간결함 속에선 살아야겠다라는 건 분명하다.


미니멀라이프를 긍정하면서도 그 기준에 대해 

스스로가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을 따라하기 급급한 태도보다도

내가 가진 것에서 덜 필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줄 알고

그것들을 덜어내고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을 줄만한 요소가 없다면

기꺼이 정리해야겠다는 선을 두고서 비워나가야 버리고도 덜 괴로울 것 같다.


결국은 나를 위한 삶이자

정돈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인데

정리하고서 아쉬움과 미련이 더 크고 후회가 되면

내가 버려야 할 기준점을 제대로 세워두지 못했던건 아닌지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건과 공간, 사람과 삶이

가지런히 정돈된 삶 속에서

올해는 전보다 더 부산스럽지 않은 

단정한 일상을 좀 더 가볍게 살도록 맘 먹고 싶다.


그래서 이같은 결의 책을 찾아읽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태도가 좋은 방향으로 바뀔때마다 

삶을 더 긍정하게 되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미니멀하게 살고 싶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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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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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정지우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변호사.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책을 썼고, 최근에는 진솔한 일상과 담백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써왔다.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되고 있다.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프리한19」, EBS 「토요인문학콘서트」, 「SBS스페셜」,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 등 다양한 교양·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KBS 「생생 라디오매거진」, 「시사본부」 등에서 문화 코너를 맡아 진행했다. 에세이와 소설 분야에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청, SeriCeo,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강연, 심사, 자문 등을 이어왔다.

쓴 책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고전에 기대는 시간』,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분노사회』, 『청춘인문학』 등 10여 권이 있다.

[예스24 제공]


 



고립된 세계 안에서 외롭게 몰두하는 신성한 작업의

소명을 가진 글쓰기 쯤으로 난 꽤나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 필요가

그런 쓸모가 

나에게 얼마나 유익할까.


고루한 생각을 내려놓고서

글쓰기의 본질과 마음으로 닿는 글에 집중하며 책에 마음을 옮겨보았다.


글쓰기는 내가 홀로 처절할 때 나의 유일한 우군이었고, 

반대로 내가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책임지고 고려하며 매만져야 할 때는 

내 마음을 보다 올바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수선공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아무래도 매일 쓰기를 잘했다고, 

또 앞으로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이란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고 믿게 된다.

p178



대체적으로 쓰는 사람은 쓰라 권한다.


글쓰기를 통한 위안은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수단에 있어서

가성비가 괜찮은 작업같아 보인다.


자신의 절대적 신념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테고

내게 남겨진 최후의 통첩처럼 거대하고 장엄한 서사처럼

거룩함으로 비장하게 기록해 나가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빼놓지 않고 마시는 하루 한잔의 커피처럼

쉽게 길들여지는 글쓰기가 나에겐 가볍고 맛있게 나가와서 좋다.


뭐 대단할게 없어 보이지만 그 하루의 감격은

나만 느끼는 개인의 서사이겠지만

내가 섬세하게 인식하는 세계관을

마음껏 글로 흘러보낼 수 있는 글이라면 난 좋겠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모두가

자신을 잃지 않고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오래도록 매달리며 살되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과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핫플레이스에서

마음껏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부지런하고 자유로운 삶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그런 삶을 나도 지향한다.


돈이 되는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이들과 더 풍성한 쓰기의 확장으로 이어져도 좋고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히죽거리며 지극히 개인의 만족으로만 써도 좋을

이런저런 글이 난무하는 경계를 없는 세계의 글쓰기가

누구나의 삶 속에서 밥 먹듯이 마음 먹게 되는 그런 쉬운 일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어느 하루를 억누르는 내면과 외면의 모든 억압에 대해서.

글쓰기는 그 모든 것을 뚫고 어딘가로 나아가서 어딘가에 닿는다.

우주가 시작되고 100억 년이 지난 뒤쯤에 지구까지 닿아온 빛의 먼 여정처럼,

글쓰기도 어딘가로 쏘아 보내는 빛과 같은 것이다.

p227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혼란스러웠던 시점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커가는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던 하루 하루를 살고 있던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 어느 날이었다.


나는 나로 살기 위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그저 가정 안에서 역할적 엄마와 아내로서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나라는 정체성은 먼 곳으로 유배되어 떠나 보낸지

꽤 오랫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하지않고 잠자코 숨만 쉬고 있었다.


내 마음이 나에게 닿고 싶었던 그 날은

벽장 속에 가두워 두었던 낡은 인형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 눈, 코, 입의 형태를 가만히 쳐다보다 문득 나와 닮아 있어 소스라치게 놀란 밤이었다.


그 후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던 시간들 속에서 비집고 떠오르던 생각이 바로 글쓰기였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어떤 경계를 넘어선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쉬운 형태의 일이 아니다.


넘어서고 받아들이기까지도 꽤나 시간이 걸리지만

봉인된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그제야 발동하게 된 것 같았다.


경계를 넘는 순간, 난 엄마가 아닌 내가 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내가 더 나로 살 수 있도록 

왜곡된 생각과 집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한 힘이 되어주었다.


대단한 글을 쓰고 있진 않지만

떨어져나간 자존감의 조각들을 매일 주워모으며

매일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낮은 담을 단어와 문장으로 연결하는 내 세계를 구축한다.


봉준호 감독이 입으로 옮긴 스코세이지의 명언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조적인 것이다'

라는 말 속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 하루가 나에게 선물하는 산물들이 

특별할 것 없어보이지만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될 수 있다란 생각 속에서

틈틈이 생각하고 기록을 남겨보며 산다.


거창한 서사를 풀어 쓸 필력이 되진 못하지만

나의 작은 세상 안에 머물러 쓰고 남기는

글쓰기의 태도가 나를 더 나답게 살아가게 만드는 명약이란 걸 분명히 안다.


혈관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는 오메가3처럼

매일의 삶을 부담없이 꺼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경계와 기준을 세우지 않고 맥락없는 유머와 말장난이 난무하는

 글이라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 늘어가는 걸로 만족하며 그만이다.


그러다보면 나를 찾아가는 길을 단거리 직선코스로 무난히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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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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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시민 불복종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1862
콩코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첼름스퍼드에서, 하버드 대학 4년 동안에는 인근 케임브리지에서, 1843년 후반부에 스태튼섬에서 보낸 몇 달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콩코드에서 살았다. 어릴 적부터 자연 사랑이 남달랐으며, 특히 동식물에 비상한 관심이 있어, 어떤 꽃이 어느 때 피는지, 어떤 벌레가 어느 나무 밑에서 서식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1837년 소로는 초월주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을 만나면서 문학 활동에서 큰 전기를 맞는다. 에머슨은 소로를 두 번이나 그의 집에 집사로 취직시켜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이 기간, 에머슨의 서재에 있던 많은 책을 읽었고 그 덕분에 중국 철학과 인도 철학에도 눈을 뜬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19세기 미국 문학의 주요 사건인 초월주의 운동을 이끌어나갔다. 콩코드에서 잠시 교사 노릇을 했으나, 형 존과 함께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교사직은 적성에 맞지 않고 자연을 탐구하는 시인이 어울림을 확신하게 된다.
소로는 하버드 동창생 찰스 스턴스 휠러와 플린츠 호수에서 캠핑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1837년, 휠러가 지은 오두막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의 생활을 따라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콩코드에서 남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빙하호 월든 호수 옆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숲속 생활에 들어갔다.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호숫가에 살면서 『월든』 초고를 쓰고, 매일 일기를 썼으며, 호수 주변의 동식물과 자연을 관찰했다.
1847년 문명 생활로 돌아온 이후 초월주의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면서 점점 더 행동주의 쪽으로 기울어져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도망 노예들을 캐나다로 탈출시키는 “지하 철도” 운동에도 적극 가담했다. 『월든』과 비슷한 시기에 쓴 「시민 불복종」에는 이러한 삶에 관한 정신적 기초가 충분히 녹아들어 가 있으며, 따라서 두 책은 하나로 읽힌다.
추운 겨울에 숲속에 들어가 나무들을 관찰하다가 기관지염에 걸렸고 이후 폐병으로 악화해 1862년, 사망에 이르렀다. 스승 에머슨은 제자를 위한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로의 영혼은 고상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는 그 짧은 생애 동안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탐구했다. 지식이 있고, 미덕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가 있을 것이다.”
역자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 권의 책을 옮겼으며, 최근에는 인문 및 경제 분야의 고전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진보와 빈곤』, 『리비우스 로마사 세트(전4권)』, 『월든ㆍ시민 불복종』, 『자기 신뢰』, 『유한계급론』, 『공리주의』, 『걸리버여행기』,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호모 루덴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등이 있다. 집필한 책으로는 번역 입문 강의서 『번역은 글쓰기다』, 고전 읽기의 참맛을 소개하는 『살면서 마주한 고전』 등이 있다.
그림 : 허버트 웬델 글리슨
Herbert Wendell Gleason, 1855-1937
1855년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1883년에 회중교회 목사가 되어 미네소타주에 정착했다. 1899년 목회를 그만두고, 37년 동안 사진, 강연, 저술, 자연과 야생 황무지 연구 등에 전념했다. 그의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여러 단행본에 소개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역자 : 이종인
그림 : 허버트 웬델 글리슨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


그 가치를 지향하게 만드는 소로의 책은

근사하지 않아도 든든한 마음의 안식이 되어준다.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고 광대한 자연을 느끼며

즐거운 삶으로 초대하는 꽉 찬 마음이

내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는 숲속에 올뺴미가 있어 즐겁다.

그들이 인간을 위해 백치 같고 악마 같은 울음소리로 계속 울도록 두자.

그것은 햇빛이 스며들지 않는 습지와 미명의 숲속에 아주 잘 어울리는 소리다.

그것은 인간이 아직 자기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광대무변한 미개발의 자연을 암시한다.

p169


올빼미의 소야곡을 들었다는 그는

그 소리를 가장 울적한 소리라 말한다.


죽어가는 인간의 신음소리의 한 가락처럼

불쌍하고 혀약한 인간적인 흐느낌을 소호하는 듯한 소리.


먼 숲 속에서 여러 곡조로 답하는 올빼미를 보며

누군가는 아름다운 선율로 해석하기도 하며

탄식과 어둡고 눈물 젖은 애환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을 암시하기도 하는 지독한 미명을 생각하면

동물 족속이 자연의 의미를 표현하려 

오늘도 요란한 소리를 내고 움직이며 사는 것이 

어떨 땐 왜 그렇게 애석하고 구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문명세계로 나가는 길 앞에

이들의 삶도 모두 사라질 것이 안타까워서일까.


나는 어린 시절, 이 호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노 저어 호수 중앙에 이르면 배 좌석을 가로질러 등에 대고 누워,

여름 오전 내내 눈뜨고 꿈꾸며 보냈다.

그러다가 보트가 모래톱에 닿으면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면 운명이 나를 호수의 어느 가장자리에 부려놓았는지 살폈다.

당시 게으름은 가장 매력적이고 생산적인 일과였다.

나는 많은 여름 오전을 이런 식으로 몰래 달아나서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을 빈둥거리며 보내길 즐겼다.

나는 돈이 많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햇볕 따뜻한 시간과 여름날만큼은 얼마든지 넉넉한 부자였고 그것을 사치스럽게 낭비했다.

그런 시간에 연필 공장이나 교사 책상에 나가 보내지 않은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p251-252


자연의 풍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상징인 호수.


이건 대지의 눈이자 자기 심성의 깊이를 측정하는 정결한 곳이라 그는 말한다.


잔잔한 호수 안에 작은 물고기들이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올라오면 평형이 흔들리고

부드러운 호면 위를 미끄러져 지나가는 물맴이,물거미,

가장자리 나무들은 호반을 장식하는 부드러운 속눈썹처럼

완벽하기 그지 없는 호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눈 앞에 장엄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한없는 평온함까지 떠밀려오는 기분마저 든다.


이 속에선 즐거움의 전율과 고통의 전율을 구분하기 힘든

가슴 벅참이 밀려오는 신비한 장소인 듯하다.


울창하고 키 큰 소나무와 참나무로 둘러싸인

월든 호수를 노를 저어 지상의 위대한 유산을 맘껏 관찰하며 느끼고 싶다.


숲 속 생활의 매력은 봄이 오는 것을 바라볼 여유와 기회가 있다는 것에

하천 및 호수의 해빙과 날씨 변화에

가장 빠르게 느끼고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부럽기만하다.


자연의 은밀한 움직임에 응답할 수 있다는 것도

자연과 나 사이에 아무런 비밀을 숨기고 있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요즘

우월한 자연의 산물을 느끼고 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위태로워보인다고 해야 할까.


내 생황을 좀 더 단순화시키고 우주 질서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연의 이치라는 걸

숲속 삶을 통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나의 고단한 오늘을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피어난 꽃들로 위로를 받는 것처럼

 정체된 생활에 모든 사물의 신비와 강가 계곡과 숲은

밝은 빛으로 나를 깨워 일으켜주는 기분같아 마땅히 살아야겠다란 생각마저 든다.


자연의 좋은 향기로 나의 삶이 유연하고

조화로운 삶으로 되돌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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