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아레 칼뵈
ARE KALVØ
아레 칼뵈는 노르웨이의 잘나가는 코미디언이자 풍자가다. 25년 넘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오고 있다. 뮤지컬, 풍자극, 오페라를 제작해왔고, 종교, 정치, 축구, 휴가, 시간 활용 등 광범위한 주제로 11권의 책을 펴냈다.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많은 찬사와 함께 여러 번의 상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입을 다물 이유를 전혀 못 찾고 있다. 이번 등산책처럼, 그는 종종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쓴다. 그의 책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는 노르웨이, 미국, 독일 등 13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노르웨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홈페이지: AREKALVO.NO
역자 :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1998년 노르웨이로 이주한 후 크빈헤라드 코뮤네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다. 2002년부터 노르웨이 문학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노르웨이번역인협회 회원(MNO)이 되었고, 같은 해 노르웨이 국제문학협회(NORLA)에서 수여하는 번역가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시리즈와 『벌들의 역사』,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파리인간』,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유년의 섬』 등을 번역했다. 2012년, 2021년에는 각각 올해의 번역가 및 노르웨이 예술인 상을 받았고, 2019년 한·노 수교 60주년을 즈음하여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에세이
#내친구들은왜산으로갔을까
등산에 잼병인 나이지만 산을 오르는 걸 늘 동경해왔다.
자연과 온전히 하나됨을 가장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등산의 묘미에 아직 제대로 된 입문자도 아닌
완전 초보인 내가 눈으로 산으로 오른다.
마음으로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웃음 터지는
이 책의 유머 코드에 그저 실실거리며 산을 같이 타고 있었다.
왜 산을 오르려 하는지 좀처럼 이해가 안되는 이들도 있을터이기에
대단한 효과를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올라가는 재미라도 있으면 툴툴거리면서라도 뒤를 따르리라.
그런데 난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그 분명한 매력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솔직 담백한 풍자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자연을 만끽한다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너무나 빨리 걸었기 때문이었다.
땅은 더욱 축축했졌다.
입밖으로 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매초, 매분 발을 옮기며 지나온 거리를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거의 15분 동안,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하지만 내면의 평온함을 느낄 수 없었다.
p123
산장에서 기능성 내복 차림으로 와인을 마시며 그날의 산행이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할지 궁금해졌다.
"안개는 문제도 되지 않았어요! 단지 길이 좀 미끄러웠을 뿐이죠.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흥미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거짓말쟁이들.
우리도 저녁이 되면 거짓말쟁이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현상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p186
나는 요즘 등산이 유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쟁 의식이라곤 거의 없는 나는 정복이라든가 희열감과 관련된 마초적 행위를 보면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산을 정복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행위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비와 안개 속에서 미끌미끌한 바위산의 정상에 올랐지만, 내겐 무의미할 뿐이었다.
p285
산을 정복하는 일에 대해 이리도 솔직할 수가 있단 말인가.
억지로 손 붙들려서 올라가던 산행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던
나의 지난 추억이 스쳐지나가듯 했다.
근사한 풍경과 스스롤르 대견하게 여기며
정복에 대한 성취감 따위는 잠시,
빠질듯한 발톱과 일주일 내내 골골 앓아 누웠던 저질체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꽤나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자발적으로 산에 오르라고 한다면 지금도 자신은 없다.
한번 올랐던 산에 대해선 내가 오른 산이란 이유 하나로
굉장히 큰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호기로움은 남아있다.
당분간은 아니, 꽤 시일이 지나서도
자주 오지 못할 산행이기에 크게 마음 먹지 못하는 것에 미련은 남지 않는다.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듯 보이지만
더 인간미있어 보이는 진실의 목소리에
나는 퍽이나 공감하며 이 책을 읽었다.
등산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라 더 매력있었다.
신랄하게 풍자한 유쾌한 등산기가 나에겐 좀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분명 이같은 허풍과 거짓말에 침묵하고 있진 않다는 걸 말이다.
좀 더 낭만적이지 않아서 동경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지 못해서라는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그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반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덮고 왜 난 또 그 힘든 산에 오르고 싶은 걸까.
거창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르던 그 산보다
그냥 생각없이 오르고 오르던 그 정상에 서 있는 내가 궁금하기도
보고 싶기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등산의 묘미를 영원히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연이 주는 상쾌한 기분을 모처럼 느끼고 싶어
주말 산행을 계획해 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