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 쓰기를 합니다 - 더 괜찮은 나로 살고 싶어서
박선희 지음 / 여름오후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마음 쓰기를 합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선희
서울에서 가장 소박한 동네 주사위만한 아파트를 알록달록 꾸며놓고 살고 있다. 전혀 다른 직업들을노마드처럼 옮겨 다니던 끝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 오래 머물러있다. 천천히 산책하는 속도로 지금까지 일곱 권의 소설책을 펴냈다. 어느 시기에 연달아 떨어진 벼락같은 일들, 추락한 자존감과 상처,한 줄기 빛처럼 만난 BTS의 , 러브 마이셀프 글쓰기, 상담심리학 공부, 글쓰기 강의 등이 ‘Serendipity’가 돼 마음 쓰기에 관심이 기울었다. 『마음 쓰기를 합니다』를 시작으로 글을 키우는영토를 넓혀가려 하고 있다. 매일의 목표는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 인생의 목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교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기간제 교사, 출판사 편집자, NGO 활동가, 소극장 기획자 등 다양한 직업을 즐겁게 옮겨 다녔다. 특히 NGO 활동가로 일하면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결코 그것을 다스릴 권리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소극장 기획자로 대학로에서 일할 때는 가난하면서도 열정적이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직장 생활 내내 재미로 소설을 습작하다가 2002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美美」가 당선되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미미』와 장편소설 『베이비박스』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 『그놈』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줄리 엣 클럽』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가 있다.
[예스24 제공]


우울한 감정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
오랜 상처들을 꾹꾹 눌러 남아
글로 남기는 행위는 꽤 괜찮은 마음 치료 처방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 참 답답한 현실에 갇혀
마스크라는 자기 방어 수단에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며
타인과 철저히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혼자 지내는 것에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밀려오는 외로움이나 서글픔, 답답함을 넘어서 오는 혼란까지
온몸으로 막으려 하다보니 마음까지 지쳐버린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같이 뜻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고
스스로도 굉장히 경계하다 살다보니 더 예민해지긴 마찬가지다.
그런 곤두선 마음의 결을 좀 더 누그러지게 만드는 게
마음 쓰기,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가 아닌가에 공감한다.
불안함 속에서 더 드러낼 수 없는 속 깊은 마음을
내밀한 글쓰기로 난 좀 자유롭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문구점에서 고른 예쁜 편지지를 나눠주며 '10년 후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고 할 때만 해도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잠깐의 소란이 지나간 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손 편지 쓰기에 빠져들었다.
속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대충 쓰지 않고 심사숙고하는 것 같았다.
p61
학창 시절 우정을 담은 교환 일기와
장난스럽게 쓰던 일상의 쪽지들이
작은 상자에 담겨 친정집에 있다가 내가 사는 집으로 왔다.
새삼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그때를 추억하려니 아련한 기분에 먹먹해진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도 참 많았는데 그 기억보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이면 매점에 뛰어가 목요일이면 오는
좋아하는 빵을 잔뜩 사들고 나눠먹던 기억과
매달 1일이면 서점 매대에 깔리는 하이틴 잡지를 보러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들리는 동네 책방에서
그 늦은밤 소녀들의 웃음꽃이 핀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용돈이 많진 않지만 책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아던 부모님 덕에
그때부터 좋아하는 책을 사서 모으는 재미까지.
내 학창 시절의 동력이 아마 거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추억들을 물끄러미 생각나게 만드는
내 추억의 일기와 쪽지 속에 무수히 많은 일들이
단편 영화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남겨진 기록이 없었다면 더 흐리고 불투명한 기억들이
더 또렷해지며 더듬어 가는 그 길이 번쩍이는 섬광처럼 환해지는 기분이 들어
나에겐 그 시간을 추억할 기록이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한 재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새삼스러운 글을
손발 오그라들며 쓰던 풋풋한 여고생의 감성이 아닌 중후해진 40대의
인생의 서사로 이어질까 다소 두렵지만
다시 한번 써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어 책에 몇 자 눌러 담아 적어본다.
속수무책 자신감이 바닥을 향하고 자존감이 갉아 먹히는 것같을 때,
'부심'을 가져다주는 사물과 사람에 관해 쓰다 보면 우군이 모습을 드러낸 듯 든든해짐을 느낄 것이다.
스스로 좋은 것들을 가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p184
대단한 착각 속에 빠져 내가 우쭐해지는 기분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 우쭐한 자만심을 경계하기도 했고
겸손함을 과장해서 스스로를 많이 억누르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소모되는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런 태도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으로 더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다.
가장 나를 나답게 드러낼 수 있는 글로
보이지 않는 내밀한 마음을 비춰낼 수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좀 더 나를 세워주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쓰기와 좋아하는 사물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까이 두며
좁지만 깊이있게 만나는 몇 몇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다.
그런 우군들이 나를 지키기도 하며
나를 스스로 지켜나갈 힘을 얻어 살아가니까.
이 책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책에 글이 많이 적힌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기록을 메모해 두는 노트도 좋지만
그저 그때의 감정을 끊지않고 떠올리며 옆에 쓰다보니 기록책이 되어버렸다.
이런 활동 독서도 모처럼 느끼는 재미가 있어 좋다.
심심한 마음을 다양한 생각들과
즉흥적인 영감들로 자유롭게 쓰며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더 인상적인 책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쓴 문장과의 조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