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이란이 드디어 이스랄을 공격했다. 주로 이스랄의 군사 시설을 겨냥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했다고 한다. 지난 4월 1일 이스랄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 부속 영사관을 공습하여 혁명수비대 소속 장성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을 죽인 데 대한 보복을 한 셈이다. 자국 대사관에 대한 이스랄의 폭격 이후 이란은 응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고, 각국의 언론에서도 이란의 즉각적 반격 예측이 나왔는데 생각보다는 시간이 꽤 걸린 꼴이다. 예측과는 달리 이란의 반응이 더뎌지자 말도 많았다. 한편에서는 반격을 늦추는 것이 이스랄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란이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14일에 대량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폭격에 나섬으로써 이란은 반격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란의 이번 폭격과 관련해서 많은 의견, 관찰, 주장,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내가 접한 소식들을 통해 그것들을 한 번 정리해본다. 이란의 이번 이스랄 공격의 분석표 또는 계산표라고나 할까.
1) 이란은 왜 이스랄을 공격했는가?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랄 공격은 4월 1일 이스랄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 부속 영사관을 폭격하여 자국인을 죽인 데 대한 보복이다. 이스랄의 공격은 외교관계를 규율하는 1961년 비엔나협약과 1963년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국제법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이에 대해 이란은 유엔안보리에 이스랄을 규탄하고 제재할 것을 요구했으나, 안보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은 자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이스랄을 직접 공격했다고 볼 수 있다.
2) 양측이 사용한 무기와 이란 공격에 따른 이스랄의 피해 상황
사헤드 드론 등 자살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알려지는데, 드론과 미사일을 모두 합쳐서 300대 이상이라는 설이 많다. 일각에서는 400대를 사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스랄 측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해 스스로 세계 최고 방공망임을 자랑하는 ‘강철지붕(Iron Dome)’으로 대응했다. 이스랄은 이번 방어에서 이란 측의 드론과 미사일 99%를 쏘아 떨어뜨렸다고 했고, 이란은 반대로 폭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가장 최근에 접한 텔레그램 단신에 따르면, 미국의 고위 관리가 ABC 뉴스에 적어도 9개의 이란 미사일이 이스랄 방공망을 뚫었고 2개의 이스랄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5개의 탄도미사일이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해 C-130 수송기, 활주로, 격납고 등에 손상을 입혔고, 추가로 4개의 탄도미사일이 같은 기지를 타격했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 무기의 효능, 이스랄 측의 피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시간이 좀 더 걸려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3) 이란의 폭격으로 초래된 비용
이번 이란 폭격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강철지붕’을 가동해서 이스랄이 쓴 비용이 13억 달러라고 전해진다. 달러당 1,400원으로 계산하면 한화로 1조8천200억원이 단 하루에 든 셈이다. 이란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썼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오늘 올라온 텔레그램 단신 하나에서는 이란은 이번에 재고 미사일 중에 낡은 것, 폐기할 것을 많이 썼다고 한다. 반면에 이스랄은 비싼 대공 미사일을 썼을 공산이 크다. 만약 두 나라 간에 주고받는 공격이 일어나면 결국 소모전이 될 터인데, 이란이 싼 드론을 보내 공격할 수 있는 데 비해 이스랄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비싼 방어용 미사일을 써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이란이 유리하다는 것이 국제정세 관련해서 매일 듣고 있는 알렉산더 메르쿠리스의 관측이다.
4) 이란, 미국과 협상?
이란은 이번에 공격하면서 미국에 대해 자국의 계획을 미리 통보했다고 한다. 터키를 통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미국 측이 관련 정보를 이스랄에 통보했을 터이니, 이란은 사실상 이스랄에도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것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나름 세밀하게 조정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이란이 “조정된 반격calibrated retaliation)”을 감행한 것으로 표현한 모양이다. 그런 것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자국 대사관을 폭격한 이스랄을 응징은 하되 서아시아에서 불필요한 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공격의 범위나 대상 등을 조정하고, 또 미국에는 그런 의사를 밝히면서 이스랄이 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싶다. 이란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주도면밀하게 행보한다는 말인 셈이다.
5) 이란 공격의 전략적 의미
이란 테헤란 대학의 정치학 교수 모하마드 마란디가 러샤의 스푸트니크 지에 말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에 이스랄의 뺨을 때려준 셈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능력은 매우 발달했고 이란은 자국이 보유한 선진 미사일의 일부만 사용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이스랄이 13억 달러어치의 미사일 방어용 미사일을 쓰도록 보낸 미끼였다. 이스랄은 하던 짓을 계속하면 이란이 훨씬 더 강력하게 타격할 것임을 알 것이다.” 나란디는 이런 내용의 포스팅도 했다. “이란은 등식을 바꾼 셈이다. 어제저녁까지 이란은 이스랄의 도발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시온주의 정권은 ISIS나 알카에다와 싸우는 이란의 장병들을 계속 살해했다. 이제부터는 어떤 공격이든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6) 저항의 축과 이스랄 동맹국의 반응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 세력 가운데 지금까지 이스랄을 직접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이란뿐이었다. 이제 이유야 어쨌건 이스랄에 대한 공습에 나섬으로써 이란은 대 이스랄 전쟁의 당사자가 된 셈이다. 저항의 축을 형성한 세력 가운데 가장 막강한 전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것이 이란이다. 그런 이란이 이스랄을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아시아의 거리는 환호하는 인민대중으로 넘쳐났다. 이란의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예멘의 안사르 알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등이 함께 이스랄에 미사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에 이스랄을 지원한 것은 물론 미국, 영국, 요르단 등이다. 일설에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랄로 향하는 이란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7) 이스랄은 이란에 반격할 것인가?
이란의 공격을 보고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스랄 총리 네타냐후와 통화하여 반격을 자제할 것을 명령/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점 때문일까,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반격을 취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문 오브 알라바마는 이스랄이 꼬리는 내리는 이유를 이란이 비슷한 공격을 하면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없고, 공격이 계속되면 더더구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데서 찾는다. 이란이 사전에 통고하고 공격했는데도 이스랄은 “세계 최고의 방공망”을 갖추고서도 군사기지 몇 군데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문 오브 알라바마는 이렇게 묻고 있다. “생각해보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란이 경고하지 않고 타격한다면? 이스랄의 동맹국이 그런 타격을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내켜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훨씬 더 중요한 그리고/또는 비군사적 산업 목표물을 공격한다면?”
하지만 이스랄이 과연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을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고 이스랄이 무대응으로 대응하면 이스랄 내각의 극우 세력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지금도 그들은 가자의 라파 지역 공격을 요구하며 네타냐후가 거부하면 내각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한다. 네타냐휴는 지은 죄가 많은 탓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법정에 서게 되고 감옥에 갈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네타냐후도 이란 공격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두고 볼 일인데, 문제는 이스랄의 이란 공격은 서아시아 지역전쟁으로, 나아가서 세계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이상 이란의 이번 이스랄 공격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를 나름대로 계산해봤다. 여기서 한 계산이나 평가가 다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 추측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서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갈등이더라도 동아시아와 무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란과 이스랄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자칫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세계는 지금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자칫 우리와는 “동떨어진” 지정학적 문제로 우리까지 연루될까 걱정이다. 서아시아의 갈등이 지역전쟁, 세계대전으로 비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