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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생명 현상은·······몸 전체와 삶의 외부 조건이 일으키는 상호작용으로서의 사건입니다. 바로 이 사건을 관통하는 운동이 마음입니다. 이 역동적이고 복잡계적인 사건으로서의 생명 현상을 무엇은 몸이고, 무엇은 마음이라고 갈라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무계합니다. 그러다 보니 몸 치료는 약으로, 마음 치료는 정신요법으로 한다는 이분법의 한계를 목도하게 되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급기야 현대 정신의학의 주관심사는 뇌신경의 문제로 이동하는 추세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질환을 뇌신경의 문제로 환원할 경우 당연히 치료 방법은 뇌신경을 조절하는 약물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약회사가 의학에 공격적으로 개입합니다. 개입이 아니라 유도하고 심지어 왜곡할 것입니다. 그 결과 인간 정신은 뇌의 산물이 되고, 정신 치료도 뇌 치료가 되니 몸과 마음을 그토록 철저하게 분리했던 이원론이 몸, 아니 뇌 일원론으로 붕괴되는 모순에 빠지고야 맙니다. 결국 정신의학은 뇌 의학으로 찌그러지고, 정신의 문제 중 많은 부분은 심리학의 문제로 귀속하게 됩니다.(43쪽)
오가다 한의원 대기실에 늘 틀어져 있는 TV 앞에 서게 됩니다. 오늘은 <인간극장>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홀로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뇌성마비 아버지 이야기 그리는 것을 잠깐 보았습니다.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기술과 실행 능력을 지녔으나 뇌성마비라는 몸 상태만을 근거로 판단한 사회가 그에게 취업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만큼은 혀를 끌끌 차지만 실제 자기 삶으로 돌아오면 우리 대부분이 마찬가지 행태를 보입니다.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하나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잘못 말입니다.
일상에서 빚어지는 이런 잘못은 사회 전반의 체계적 문제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심지어 고도한 논리, 근거에 터하여 사유하는 학문·사상 세계에서마저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욱 강고하고 집요합니다. 서양 문명의 기초인 형식논리학이 낳고 키운 유구한 환원주의가 그것이고, 일극집중구조가 그것입니다. 마음이 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신의학의 흐름도 그 문명의 평범한 일부입니다. 전부라고 굳게 믿는 것이 치명적 결함입니다만 일정 정도 진실을 확보하고 있음 또한 명백합니다. 저들의 신앙은 무엇보다 권력과 돈이 가져다준 것입니다.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힘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합니다. 심각한 고민의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정신의학을 중심으로 말하자면 어둠의 핵심은 인공화학합성약물입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의학을 방패로 삼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인공화학합성약물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진실을 비틀고 인간 생명, 특히 마음에 해악을 끼칩니다. 하나는, 질병을 연구하여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개발이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어이없는 사실입니다. 의학논문이 제약회사의 입맛대로 그 내용을 구성하는가 하면 제약회사의 이해득실에 따라 특정 질병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기존 질병의 진단 기준이 완화되거나 강화되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은 이런 진행 과정을 거꾸로 생각하거나 아예 알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물은 천문학적 리베이트를 매개로 의사의 손을 거쳐 이렇게 만들어진 환자에게로 투입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약물들이 거의 대부분, 좀 더 정확히는 본질적으로 치료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강제로 증상만을 억제·완화시키는 물질입니다. 이런 약물들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진통제일 뿐입니다. 이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항우울제 프로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나마 억제·완화 효과조차 없는 경우도 항다반사입니다만 문제는 효과를 낸다 하더라도 근본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오랜 세월 이 약물에 의존하여 생명력의 설정치set point가 낮아진 채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더 중요한 사실은 근본 치료를 계속 저지하는 상태이므로 마음 속 이야기가 봉인된 상태에서 자기 자신한테조차 주변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의학의 이름으로 인간 정신을 분리·파괴하는 반인간적 공격을 당하는데도 저항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사육되는 환자 현실에서 그 누구의 그 어떤 각성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이 약물들이 종당 독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입니다. 인공화학합성약물, 특히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차단제blocker는 인간의 생체 진동수를 떨어뜨립니다. 생체 진동수는 가장 직접적으로 체온과 연결되므로 그것이 저하되면 체온이 떨어집니다. 체온 저하는 온갖 질병의 요인이 됩니다. 그 무엇보다 우울증이 저체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는 중대한 관심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아는 한, 몸의 온도와 마음의 온도는 별개의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마음의 온도가 낮아진 것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예컨대 차단제인 SSRI(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가 결국은 독이 된다는 사실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진실에 눈 돌릴 수 없는 서양 정신의학의 뇌-환원주의 약물요법은 그 자체로 타락의 증언입니다. 정색하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뇌는 마음이지만 마음은 뇌가 아닙니다. 뇌를 약물로 조종해 마음병을 고치겠다는 발상은 집 온돌을 고쳐 집 주인 딸 상사병을 고치겠다는 발상과 동일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신의학이 이렇게까지 영락해버리는 동안 그 주체들의 각성과 저항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참으로 정신없는 자들의 업이 세상을 정신없는 판으로 망가뜨리고 있지 않습니까. 아, 정신 차려야 할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