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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ㅣ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표면적으로는 그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제도들에 의해 위협받는다.
의료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질병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다.·······
“·······화학요법은 지옥이었다. 화학요법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것을 증오했다. 나는 화학요법을 받을 때마다 울었다. 그것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약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들리는 목소리는 일종의 고문을 겪은 사람이다.·······화학요법을 받는 사람들은 또한 자신이 돌봄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자아는 돌봄이라는 마음의 메시지와 고통이라는 몸이 메시지 간의 충돌로 파괴된다.(322-324쪽)
몸의 병에 관해서든 마음의 병에 관해서든 문진을 할 때, 저는 여느 의사와 다른 질문을 하나 합니다.
“사고 당하신 적 있습니까?”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반드시 하나 더 묻습니다.
“수술 받으신 적 있습니까?”
병력을 확인하려는 목적은 부차적입니다. 수술도 사고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몸과 마음은 그렇지 않는 사람과 전혀 다른 기본적 증상이 있습니다. 공격을 당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술도 공격입니다. 수술을 포함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하지 않는 치료를 부가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외과의사와 환자는 수술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돕기 위해 고안된 제도”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돌봄”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것이 “고통”이며 “고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합니다. 의료계가 장구한 세월 동안 주입해온 교리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수술에 국한한 것이 아닙니다. 본문의 화학요법에 대한 증언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화학요법은 지옥이었다. 화학요법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것을 증오했다. 나는 화학요법을 받을 때마다 울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예외적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암과 관련된 모든 화학요법은 기본적으로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서양의학의 거의 모든 치료가 본질적으로 화학요법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요합니다. 화학합성 양방약물은 어떤 형태로든 어느 정도로든 지옥을, 다른 질병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서양의학은 이제 증오에 찬 외침을 들어야 합니다.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과 화학요법을 금하는 쪽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할 경우에는 치료 절차를 개선하고 사전·사후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선 수술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무릎 관련 수술은 가장 흔한 외과수술 중 하나입니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상된 무릎 연골 등을 복원·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습니다. 관련 의학비용도 천문학적 숫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수술이 거의 무용하다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팀은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긴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1년 뒤 회복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한 그룹에는 실제로 수술을 하였으나 다른 한 그룹에는 수술을 한 것처럼 하고 아무런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두 그룹을 1년 뒤에 비교했습니다.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의 89%가 수술과 회복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였고 수술을 받지 않은 쪽도 83%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술 만족도는 실제 수술을 받은 쪽이 77%, 수술을 받지 않은 쪽이 70%였습니다. 이 정도 차이를 과연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화학합성 양방약물 또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9월 한 의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병원의 82%, 약국의 70%가 만2세 미만 영유아에게 금지된 감기약을 처방·판매하였습니다. 이 감기약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이 열거한 디엘염산메칠에페드린, 아세틸시스테인, 옥소메마진, 구연산옥솔라민 등 28개 금지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 성분들은 만2세 미만 영유아에게 빈맥, 경련, 의식 저하, 심지어 사망과 같은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 약 가운데 극소수만이 만2세 미만 영유아에게 투여하지 말라는 명확한 표시를 하였고, 대부분은 복용시켜도 무방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모호한 표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채 지금도 진행 중일 것입니다.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술이나 화학합성 양방약물 처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당하는 피해는 돈이나 부작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받는 사람들은 또한 자신이 돌봄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자아는 돌봄이라는 마음의 메시지와 고통이라는 몸이 메시지 간의 충돌로 파괴된다.”
그러니까 몸과 마음의 충돌로 자아가 분리·파괴된다는 말입니다. 몸은 지옥으로 가는데 마음이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 저 참혹한 어긋남. 참혹한 어긋남을 이용해 돈을 빨아들이는 잔혹한 의료산업. 산업이 된 의료에 돈과 함께 빼앗기는 의료민중의 목숨. 이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민중이 나서서 파괴의료를 혁파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