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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ㅣ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의사인 친구가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환자가 암으로 죽어간다고 내게 말했다. 그 의사의 괴로움은 그 환자가 죽어가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죽으며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죽는다. 그가 싫어했던 것은 그의 환자가 병원 전문가들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는데, 그 세계의 전문가들은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어떤 성공 가능한 치료요법으로도 이끌 수 없는 수많은 테스트들을 계속한다.·······치료에 집착한 나머지, 의학은 그 여성 환자의 이야기를 다른 어떤 서사에도 위치시킬 수 없다. 많은 자원이 소요되고, 내 친구 의사의 관점에서는 보다 중요하게도, 그의 환자는 그녀 자신의 좋은 죽음의 형태를 향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복원에 대한 의학의 희망은 다른 어떤 이야기도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든다.(173-174쪽)
제약회사와 의료기회사가 서양의학의 부양자라는 사실은 이미 전 지구적인 스캔들입니다. 저들의 로비가 심지어 질병을 생산해내고 폐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부양자는 저들의 농간에 환자로 규정되는 사람들입니다. 서양의학은 그 사람들의 목숨에서 양수겸장으로 떼돈을 벌어들입니다.
하나는, 질병을 치료하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연명만 시키는 야비한 방식입니다. 이 연명의 기술을 저들은 의학으로 포장하지만 본질상 그렇지 않다는 것은 췌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적극적 행위로서 안락사 또는 존엄사 논쟁을 떠나 무의미한 연명의 기술을 의학이라 하는 것은 사람 목숨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토건적 발상이며 비인도적 파렴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의료사고(엄밀하게는 고의에 따른 의료사망사건이 포함되므로 사고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이라 해야 합니다. 입니다. 의료사고에는 단순한(!) 약물 오남용부터 잘못된 외과 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수와 실패가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공식 통계로는 한 해에 의료사고로 숨지는 사람 수가 4만 명입니다. 실제로는 두 배 이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주장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암환자에 대한 통계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양의학에서 현재 암과 관련된 모든 처치는 정당한 의료행위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암 처치 중 사망한 것은 의료사고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암제도 방사선도 실제로는 살인기술에 가깝습니다. 암 치료(?) 받다가 숨진 사람을 포함하면 의료사고 사망자수는 수십만 명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로 가공할 일입니다.
무의미한 연명도 무도한 의료사고도 아픈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막고, 사람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는 참람한 행위입니다. 의학의 이름으로, 치료의 명목으로 인간성을 파괴하는 이 근원적 범죄 서사가 문명의 일급담론인 현대는 분명 저주와 멸절의 시대입니다. 아픈 사람들이 입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