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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인류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개연적이지 않은 것, 유일한 것, 사건이다.·······
·······지금까지 통용되던 것,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건은 자연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일어난다.·······사건은 어떤 외부적인 요소를 판 안으로 끌어들여, 주체를 열어젖히고 예속 상태에서 해방시킨다. 사건은 새로운 자유 공간을 여는 단절과 불연속성을 의미한다.
·······사건은 전환이다. 전환을 통해서 전도, 지배 권력의 전복이 이루어진다.(107-109쪽)
TV나 라디오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한민국은 뉴스 과잉 사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송되는 횟수나 시간 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런 양적·외적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뉴스의 질적·내적 측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땡× 뉴스’를 필두로 정치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 왜곡된 홍보성 사이비 뉴스입니다. 저렇게까지 세세히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도록 사회악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선정적 뉴스도 넌덜머리가 납니다. 재벌가나 연예인 관련 뉴스는 마치 악머구리 소리 같습니다.
이렇게 날뛰는 저질 뉴스가 저지르는 두 가지 패악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사실 보도를 가장한 주입식 교과서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수시로 이런 뉴스에 강제되어 피폐해집니다. 비판과 저항의 힘을 잃어갑니다. 이를 뉴스포스News-force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민들로 하여금 뉴스에 빠져들면서 우리사회의 모든 면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쾌감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마치 건강한 감시자가 된 듯 착각합니다. 사회적 관음증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습니다. 이를 뉴스포르노News-porn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들이 ‘사건’이라고 떠들어대는 것들 대부분은 “통계적 개연성”(107쪽) 안에서 조종되는 부역附逆의 에피소드들입니다. 본디 사건은 조종되지 않은 것, “개연적이지 않은 것, 유일한 것”입니다. 사건은 “주체를 열어젖히고 예속 상태에서 해방”하는 “단절과 불연속”의 솟아오름입니다.
우리사회는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뉴스포스는 사건을 사고로 왜곡하고 조작합니다. 뉴스포르노는 사고의 전모를 보여준다며 주변을 들춰내 싸구려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렇게 해서 사건은 “지금까지 통용되던 것, 기존의 질서”로 통합됩니다. 보상으로 끝납니다.
세월호사건, 바로 이런 뉴스포스와 뉴스포르노의 협잡으로 세월호사고가 되어 다시 침몰하고 있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반드시 세월호사고를 세월호사건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잊지 맙시다. “사건은 전환이다. 전환을 통해서 전도, 지배 권력의 전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