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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무려 18년의 집필 기간!! 22개국 출간!! 작가들의 작가!!! 이 책을 설명하는 방식을 수없이 많다^^
예순두 살의 캐드펠 수사 우리의 주인공, 그의 통찰과 사려 깊은 방식은 여전했다. 이 시리즈의 19번은 한여름 배경, 시대는 1144년이다. 무려 881년 전!! 스티븐 왕을 위협하던 에식스 백작 제프리가 사망했다.
평온한 시간의 균열은 한밤의 폭우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좀 더 귀한 곳으로 모시기 위해 이동하던 위니프리드 성녀의 성골함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제단에서 옮기던 작업을 한 사람은 흐륀 수사였으나 마침 작업 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소중히 여겨졌던 성녀의 유물이 사라지고, 그 진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한 사람, 위니프리드 성녀의 관이 어떤 식으로 반출되었는지도 다 아는 청년 앨드헬름은 목숨을 잃는다. 누군가는 죄를 숨기고, 누군가는 믿음을 거래하며, 누군가는 음악을 핑계로 마음을 속인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성스러움은 어디에서 오고,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이 작품에서 캐드펠은 단순한 진실의 추적자가 아니다. 그는 사람의 말 너머를 듣고, 행동 너머를 보는 사람이다. 그는 죄보다 사람을, 규칙보다 상황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스터리인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하는 깊은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번에도 역사와 인간, 신념과 세속 사이의 경계선을 예리하게 그으면서도 결코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 p248
음유시인, 여가수, 귀족, 그리고 수도사들.
각기 다른 삶과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하나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종교적이기보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은 깨닫는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성골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죄를 저지른 사람조차도 그의 나쁜 점만 보지 않았다. 범인에게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는 것은 캐드펠 수사의 인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 시리즈가 그랬다. 소설은 범인을 잡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 후에 남는 침묵과 통찰, 그리고 연민을 독자의 가슴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발견하는 것은 도둑질이랑은 다르잖나"
♣ 총평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으로 드디어 국내 번역 출간 완간. 정세랑 소설가의 한 줄 평을 보면 "캐드펠 수사는 단연코 내가 제일 사랑하는 탐정"이라고 말했다. 1~5를 작년 여름에 읽고 가을에 시리즈의 7과 10을 만났다. 이 책 리뷰를 할 때마다 웬일인지 가족이 아파서 입원하거나 내가 아팠다. 고통과 함께 한 시리즈라서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시리즈 중 하나다.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최고의 역사추리물 걸작 휴머니티 미스터리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 소설 총 21권,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한국어판 개정판. 드디어 올해 6월 전권 번역 출간되었다.
전 세계 22개국 출간이며 총 21권으로 북펀딩에서 독자들은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책이라고 한다.
시리즈의 단 한 권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단순히 추리물로 끝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위로가 되기도 하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남녀의 사랑과 복수, 우정과 배신 등 인간사 다양한 욕망을 담았다. 삶의 비극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닌 결국 인간들은 내부의 욕망과 갈등하게 된다는 큰 깨달음을 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
♣ 기념비적인 이 시리즈의 작가님을 살짝 소개해 보면....
중세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빛을 찾아낸 이야기꾼,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 (본명 엘리스 파지터라고 한다. Ellis Pargeter)
영국 슈롭셔의 조용한 들녘에서 태어난 소녀는, 후에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뿌리내릴 스토리텔러가 된다. 본명 에디스 파지터, 필명 엘리스 피터스. 그녀는 이름보다 이야기를 믿었고, 시대보다 인간을 먼저 바라본 작가였다.
젊은 시절, 약국 조수로 일하며 삶의 다양한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참전은 놀랍다!! 전쟁터를 지나며 생사의 경계에서 삶의 본질을 물었을 거다. 이런 경험들은 그녀의 문장 안에 조용히 녹아들어,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따뜻한 위로처럼 스며든다.
1939년 첫 소설로 문학의 문을 두드린 이래, 피터스는 역사와 추리, 인간과 신념을 교차시키며 자신만의 장르를 열었다. 특히 수도사이자 원예사, 그리고 탐정이라는 독특한 인물 캐드펠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수수께끼와 묵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추리소설의 지평을 열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요네자와 호노부, 정세랑 등 작가들의 작가다!! 심지어 애거사 크리스티를 능가한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고향 슈롭셔에서 조용히 글을 썼고, 그곳에서 영면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도 오늘을 이야기하고, 인간의 마음을 사려 깊게 꿰뚫는 이야기꾼. 엘리스 피터스 작가님!!! 1995년 돌아가셨으니 이제 작가 사후 30주기가 되었다.
추리소설의 ‘결’보다 ‘결말 이후’를 생각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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