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 김유정 단편전집 - 노다지, 산골 나그네, 동백꽃, 따라지, 땡볕 외 25편 한국문학을 권하다 9
김유정 지음, 이명랑 추천 / 애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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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단편 전집』/ 애플북스(펴냄)



한국 소설 읽기를 계획했고 출판사를 찾다가, 우리 근대 단편소설을 잘 묶어낸 출판사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청소년 문고 수능 문학 카테고리였다. 그러던 찰나 마음에 드는 것이 애플북스 《한국 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를 만났다.



총 서른 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나는 단편소설 읽을 때,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지 않고 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거부터 읽는 편!!!!



김유정이 시인 이상의 구인회 회원이었다는 것, 이상 시인이 함께 자살하자고 권유한 것을 뿌리쳤으나 결국 병으로 먼저 죽은 점, 스토킹과 같은 사랑을 했다는 점은 충격이다. 예술가란 무엇인가,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미치게 하는 걸까.... (물론 미쳤?다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자전적 소설이 여러 편이었다. 《형》 《생의 반려》 《두꺼비》 등의 작품에서 김유정의 성품, 그의 가족사, 박록주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지옥이었을지도ㅠㅠ 실레 마을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봄 봄》이 주는 상징성! 교과서 수록작으로만 알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니 그 깊이감이 남다르다.



넌 아주 모르는구나. 아마 교양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꽃은 이렇게 맡아보고야 비로소 좋은 줄 아는 거야!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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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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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펴냄)



소설을 끌고 나가는 세 축은 오민준과 샤오, 진영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제목에는 왜 두 여자일까?

나는 이 질문을 책을 덮은 후에 떠올렸다.... 읽는 동안에도 왜 생각지 못했을까?


세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감정이입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던 소설이다.


주로 새벽에 하는 작업인 청소 용역업자들의 쓰레기 수거 현장. 해가 뜨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어느 다큐에서 본 것 같다. 그들의 노고와 업무상 애로사항들.... 그날 새벽 아기를 만났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된 아기. 처음에 이상한 울음소리에 돌아보니 고양이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가고 바구니 안에 아기가 있었다.


민준은 동물의 사체, 사람의 오물이 툭 터져 나오기도 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치우는 작업 중에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라니!!!!



쓰레기를 이렇게 버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 좀 살게 됐다고 사람 무시나 할 줄 알지. 쓰레기 하나 제대로 못 버리는 한심한 인간들이 서울 시민들이다. 다들 언젠가는 반드시 엄청난 대가를 치를 거야. p9



소설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아니 충격이다.


생계 때문에 대리모가 된 여자 샤오, 딸의 죽음으로 대리모가 된 여자 진영.



당장 돈이 필요한, 살 집이 없던 샤오, 그녀에게 짐 지워진 삶의 무게는 엄청 무거워 보인다. 정해진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진영의 삶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간 딸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 발견된 딸의 주검을 보는 순간 실신했다. 그 자리에 자신이 누워있어야 하고 딸이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행보가 놀랍다. 특히 강영숙 작가는 한국일보 문학상, 백신애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많이 수상하신 작가님.



정자 제공자, 난자 공여자, 대리모, 실제 양육자.... 여러 사람을 거쳐 탄생하는 아기는 누구의 아기인가, 생명을 돈으로 가치 매기는 세상, 신체 건강이나 학벌 등으로 질적으로 더 나은 대리모가 결정되고 그 아이를 탄생시킬지 폐기할지 선택하는 과정은 이전에 내가 읽은 그 어떤 디스토피아의 소설보다 더 디스토피아적이다. 유독 한국 사회에서 대리모는 암암리에 돈으로 사고 팔린다.



비극적인 삶을 통해 작가는 과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 선택은 누가 하는가가능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현실을 희미하게나마 더듬더듬 짚어나가는 사람들의 사투가 눈물겹다.



분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유기되고 버려진 아기, 며칠 전 뉴스에서 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삶 소설이 우리 현실과 퍽 맞닿아 있다.

나는 좀 읽는 게 괴롭고 고통일지라도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허무를 찾아다니고, 내 안의 결핍과 마주하게 하는 이런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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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8
조너선 컬러 지음, 조규형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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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론』 교유서가 첫 단추 시리즈


조너선 컬러 (지음)/ 교유서가 (펴냄)



교유서가의 첫 단추 시리즈, 계속 출간 중이다. 그 시리즈로는 철학을 시작으로 역사, 수사학, 로마 공화정, 헤겔, 숲, 주기율표, 종교철학, 의료윤리 등 분야도 다양하다. 전방위적인 지식을 우리 독자들에게 꾸준히 전하고 있는 첫 단추 시리즈. 어른과 학생이 함께 읽기에도 무방하다.



문학은 잡초와 닮았다

그것은 세계를 바꾼다



영국의 비교 문학과 문학 이론서를 쓰신 저자.



문학도 내지는 전공자가 아니고 굳이 문학 이론서적을 읽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내겐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한 번쯤은 문학 이론서를 접해보고 싶었다.

이론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이 책은 문학이란 무엇인지, 문학과 문화에 관해, 언어의 의미 해석, 수사학, 시학, 시 등 문학과 그 이론이 전해지는 전방위적인 분야를 담았다. 문학 이론의 분석 방법에도 물론 학자들마다 다양한 논의가 있다. 푸코와 데리다를 통해 글쓰기란 무엇인지 서술하며 이론이란 무엇인가를 네 가지로 요약한다.



문학은 어떤 특정한 시선을 끌어내는 언어 행위이거나 글로 된 사건이다



정체성, 동일화, 주체, 미학과 윤리에 도달하는 이 책은 문학을 다루면서도 철학을 깊이 있게 음미하게 해 준다. 철학이 없이 어찌 문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286페이지 분량으로 다소 가볍게 펼쳤던 이 책은 가장 최근의 철학, 문학 사조, 퀴어와 소수자 담론 나아가 생태 비평에 이른다. 교유서가의 모든 책들, 첫 단추 시리즈가 다루는 깊이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책이다. 시리즈 전권을 다 가지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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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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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책 두 권 소개합니다. 『근대 용어의 탄생』 & 『문학 이론』 두 권의 책 전부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무척 읽고 싶었는데 1월에 만나보게 된 행운이라니!!!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들. 알고 쓰고 모르고 쓰는 단어들은 어디서 왔을까?


한 번도 궁금한 적 없었던 용어의 기원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람마다 관심 단어는 다를 것이다. 영어영문학 교수이자 19세기 영국 소설 권위자, 최근에는 18세기 영국 지성사와 비교문학을 연구하시는 저자! 그의 관심사는 근대문명 탄생 과정에서 비롯된 단어에 있었다. 알파벳순으로 단어들이 언급되어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군!!! 책은 아메리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아메리카라는 한 챕터만으로도 리뷰 한 편을 나올 수 있을, 내게도 특별한 단어다. 미국!!!!



영국의 식민지였던 America 아메리카, 그 중심이 된 현재의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에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군림이라는 표현에 반감이 드시는 분께 죄송합니다) 우리의 우방국가 &무역 파트너를 떠나 영어공화국이 된 우리나라, 기저귀 차기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소위 8학군 동네의 영어 유치원 미래 의사모임을 대치동 일타강사인 지인의 경험담으로 들었을 때 정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영어유치원에 선발된 아기들은 쭈욱 금수저 환경에서 자란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무엇이 되냐고 물었더니 입시 전문가 강사님은 피식 웃으며 못해도 의치 한 수 아니겠냐고 말했다. ( 우리의 교육이 입시로 치닫는 것이 물론 영어 과목 만의 죄는 아니지만,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8학군 모 동네에서는 두어 달 건너 한 건씩 학생 아니면 어머니가 자살로 목숨을 버린다고 한다. (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 6 여학생은 사회적 타살이 아닌가 싶다...................ㅠㅠ) 이 얘기가 더 길어지면 리뷰를 한 피드에 다 못할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 챕터마다 리뷰를 써도 무방할 만큼 이 책이 주는 어젠다는 대단하다!!! 물론 나의 해석은 저자 의도와 다른 방향일 것이다^^ business 비즈니스 키워드에서 존 스튜어트 밀을 소환한 저자의 혜안!! capitalism에서 온갖 주의를 만들어내는 관념!! ○○주의, ○○주의들...



currency, democracy 등 경제와 관련된 단어들을 지나 내 머릿속 폴더에 싫어하는 단어로 분류되어 있는 제국 empire을 만났다. 조선을 멸망시킨 일본의 공식 명칭은 대일본제국 (난, 이 단어가 무섭다. 뭐 물론 필리핀과 괌을 식민지화한 미국은 제국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제국이 가지는 힘, 지배권, 권력은 근대를 지나 오늘날에도 쭉 이어진다. 그렇게 따지면 고종이 대한 제국으로 그 이름을 바꾼 이유도....



review라는 단어도 눈에 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리뷰의 어원은 출판물에 한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대로 오면서 그 영역은 보편화되어 인간이 사용하는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리뷰가 이루어지고 있다. 책은 민주주의, 자유, 헌법, 경쟁, 비즈니스, 진보, 혁명, 제국, 대학, 산업, 기계, 개혁 등을 포함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근대 문명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용어들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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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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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캬~!! 제목에서 표지며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책!! 넘 마음에 들어서 정말 매일 갖고 다닌 책이다. 한겨레 하니포터라서 하는 말 아닌!!!!





내게 세상 가장 섹시한 그림은 클림트의 그림!! 그의 작품 《사랑 love 》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그의 작품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어떤 누드화, 야한 그림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고급의 섹시미!! 특히, 저 여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느낌을 준다. 해석하는 이에 따라 그림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고, 나는 클림트 작품에 대한 해석은 찾아 읽지 않았다. 다만 클림트 그의 가려진 사생활, 여자들이 많이 따르는 남자 과묵하고 근육질, 우아하고 섬세한 기질, 여자(섹스) 없이 작품을 할 수 없었던 피카소와는 결이 좀 다른, 단테와 파우스트를 즐겨보고 슈베르트의 음악을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 눈빛도 뭔가 우수에 젖어 있다. 그런데!!!!! 그가!!!!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그의 사후에 친자확인 소송건이라니!! 그의 여성편력을 짐작게 하는 부분이다.







고려대학 의대 교수, 해부학과 클림트라니 어떤 관점에서 해석한 책일까 너무 궁금했다. 해부학자의 논문이 어떻게 클림트 키스 연구에 이르렀을까? 하나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연구였다. 클림트가 자신의 그림에 해부학적 상징을 넣게 된 계기는 시대적 배경에 있었다. 그의 작품 《키스》를 확대해 봤을 때 보이는 남성과 여성의 상징. 적혈구와 수정의 장면 등은 생전 처음 접해보는 내용이었다. 클림트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런 접근은 처음 만나본다. 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동안 줄곧 클림트 그림에서 강렬한 성적 에너지를 느낀 나의 감상법은 틀린 게 아니었구나!!!






우리는 모두 우주적인 존재들이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클림트는 그 근원적인 질문을 그의 작품을 통해 쏟아낸 것이 아닐까?







책은 클림트 외에도 프리다 칼로, 오딜롱 르동, 칸딘스키의 작품에 이른다. 어떤 작품인지 다 언급하지 않아도 책에서 만나보시길... 과학이 묻고 미술이 대답하는 책이다. 깊은 감동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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