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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다카노 가즈아키 단편소설집/ 황금가지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작가, 책의 서문에 담은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일본보다 더 빠르게 출간된 단편 모음집!! 다행일까 불행일까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 없기에 더 순수한 독자의 자세로 즐길 수 있었다 ^^
친구 다니무라의 석연찮은 부탁, 밤마다 그를 쫓아오는 발소리는 누구일까? 도입부터 가슴 서늘하게 하는 이 소설!!
《발소리》 범인은 매우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연쇄살인범 인터뷰를 보면 그들은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다. )
요절한 연인 미야코, 유령이 되어 나타나야 했던 이유는 뭘까?
한을 품고 죽은 자들은 죽음 이후에도 평안을 얻지 못하는 걸까... 죽음 이후라도 제발 편안하기를!
논리적인 인과관계보다 죽은 이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초점을 둔 독특한 설정이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좋아하는 독자, 심령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할만하다. 작가들은 자신의 문장에 계획한 것을 담기 마련이다. 좋은 소설은 대화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소설의 중심이 될만한 혹은 주제가 될 만한, 혹은 작가의 세계관 등, 그렇다면 이 부분 역시 완벽하다!!
인간이란 행복해지려고 몸부림치면서도 어째선지 불행해질 만한 일을 저지르는 법이죠 p133
《아마기 산장》 광기에 사로잡힌 노학자는 분명 일제강점기 731부대 소속 의사가 아니었을까... 단편 소설이라 스포가 되기에 내용을 일일이 다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전하고 싶다. 이 소설은 무척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그러나 꼭 알아야만 하는 역사를 다룬다.
살아있는 자를 해부하고 그 결과를 미국에 넘긴 일본에 대해, 작가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 따끔하게 경고한다. 사람의 모습을 띈 괴물들의 세상, 시대와 이름을 바꾸어 언제 다시 이 나라에 발호할지, 그걸 감시하는 것이 펜을 쥔 자의 소임이라고.
전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이 작가를 일본에 태어나게 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해안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남자, 이 소설의 시점은 '~었다'가 아니라 '~이다' 즉 현재 시점으로 쓰였는데 이렇게 쓰인 문장을 읽으니 훨씬 객관적인 느낌이 든다. '전생활사건망'이라는 진단명... 기억을 상실한 남자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가 기관에 고용된다. 가능하다면 삭제하고 싶은 과거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과거는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심리학자 린의 말에 눈물이 나는 것은 나뿐일 듯.... 《제로》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다가 사람은 평생을 끝마쳐.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p316
사회파 소설의 대가 다카노 가즈아키 데뷔 20주년 기념!! 나는 사회파 소설 작가들을 존경한다. 추리 혹은 장르적 문법을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모든 소설에는 이 시대를 말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의 기억보다 개인의 기억이 더 정확하다는 최영미 시인의 말씀처럼! 그것은 작가들의 소명이며 따라서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는 그 소명을 실천하는 작가로 기억할 것이다.
몸부림치면서도 불행을 저지르고 과거는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들의 세상....
각 단편의 핵심 단어( 내가 생각하는 핵심 ㅋㅋㅋ)를 이으면 위의 문장이 된다. 다카노 가즈아키! 남들 다 읽었다는 이 분의 소설을 이제 도장깨듯 일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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