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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박물관 고고학
헤들리 스웨인 지음, 오세연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4월
평점 :

헤들리 스웨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먼저 박물관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박물관은 ‘보는 공간’이 아닌 ‘물음표의 공간’이다.!!!!!
이 책에서 박물관은 더 이상 유물의 저장소가 아니다. 저자 헤들리 스웨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박물관의 무균실적 이미지를 무너뜨린다.
“굽이 있는 단지가 굽이 있는 단지인 이유는 큐레이터가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유물 앞에서 질문을 하지 않고 지나쳤던가. 누가, 무엇을, 어떤 맥락으로 ‘소중하다’고 이름 붙였는가?
그 순간, 박물관은 조용히 권력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곳은 기억을 보존하는 곳인 동시에, 기억을 선택적으로 보관하는 장소이다^^
많은 챕터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14장을 읽으며 느낀 점이 남다르다. 제국의 박물관에서, 공동체의 박물관으로 이행되는 과정은 필연이라 생각한다.
박물관이 더 이상 제국의 유산을 과시하는 공간이어선 안 된다. 원주민의 유해를 전시하는 박물관, 보존을 명분으로 살아있는 유산을 유리관에 가두는 박물관은 이제 해체와 반성의 대상으로 바뀌어야 한다.
책은 발굴 현장부터 장기적 보존, 전시의 전 과정, 예를 들면 디자인의 내외적 요소 등!! 관람객 유형까지!! 나아가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까지 거의 모든 주의점과 필요한 지식을 다룬다. 심지어 골동품 거래까지도 언급되니 그야말로 분야 사전적인 느낌을 준다^^
이 분야에 임하시는 분들께는 실용적인 교과서가 나처럼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좋은 연구서 혹은 지침서가 된다.
책은 또한 아시아의 사례를 끌어오며 고고학은 장소성과 시대성을 가진 언어라는 메시지를 담담히 던진다. 고고학이라는 언어는 단순히 피라미드 안에 잠든 왕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고고학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지만 박물관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처음 접해본다. 여기서 '연결'과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고고학은 단순히 학문이지만, 박물관이 개입함으로써 그것은 대중 혹은 관람객과 소통하고 연결되는 수단이 된다.

“유물은 과거의 조각이 아니라, 기억을 복원하는 언어이다”
고고학은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이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결코 직접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큐레이터와 관람객, 전시물과 망각 사이에 놓인 가느다란 윤리의 실을 끌어올리는 책이다.
저자 헤들리 스웨인은 실제 유물 관리와 정책, 전시와 해석, 윤리와 보존에 이르기까지 박물관 현장과 고고학 이론의 다리를 놓는 저술을 지속해 왔다. 이 책도 그런 실용적인 탐구의 여정이다. 그는 박물관을 통해 고고학이 대중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그리고 박물관이 누구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박물관 고고학을 재정립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