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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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 (지음)/ 북하우스(펴냄)








여행기+ 자서전을 서술하는 방식이 독특다. 책 초입에서 그 아이는 저자 자신이었다. 3인칭의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 그리고 청소년기를 살짝 언급한다. 어머니의 재혼을 언급할 때도 매우 담담한 태도였는데 이런 관점이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늘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저자의 여행 초기에는 해외여행이 특히 이런 오지로의 여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약간의 특권의식에 젖을 수 있을 텐데도 자신의 의무를 미학과 윤리에 국한시킨 것을 보면 본받을 만한 분이다. 장소는 항상 변화하므로 그것을 언어로 기록하는 일은 무척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파울웨더곶이라 불리는 천연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구글지도를 찾아보았다. 북아메리카 미국 오리건주 링컨카운티 파울웨더곶으로 검색된다. 구글 사진으로 보면 오염되지 않은 곳이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 제임스 쿡이 세계 일주 항해 당시 처음으로 북아메리카 서해안에 도착한 때가 1776년 정도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의 모습은 어땠을까. '악천후'라는 뜻의 이곳 지명도 쿡이 붙였다고 한다. 수십 년간 쿡의 전기를 읽었다는 저자는 제임스 쿡을 위대한 해양지도 제작자 이상으로 무척 존경하는 것 같다. 식민지 착취의 토대를 놓은 것은 인정, 그러나 그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서술한다. 그게 그 말인 거 같기도 하다. (칼 세이건 박사님을 비롯한 백인 남성 작가들의 정복과 식민지 확장에 대한 견해는 일부 비슷한 것도 같다. ) 결국 쿡은 하와이의 선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하!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들, 개나 소 취급 당하던 원주민들의 수많은 죽음 위로 위대한 백인 한 사람의 죽음이여!!! 목숨에도 귀천이 있을까마는 ㅠㅠ) 그러나 저자는 이 챕터 후반부에서 선진국들의 침략 행위에 대해 착취와 불의에 대한 근본적인 충동에 대해 여러 문장을 통해 반성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 점 마음에 들었다. (어떤 백인들에게는 인디언 추장의 머리를 잘라 골상학자에게 넘기는 것이 일종의 스포츠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누가 원시적인지 누가 야만인지에 대한 견해는 인간 문화에 대한 삶의 탐구적인 자세마저 방해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관심사 그리고 그 지적인 깊이는 자연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다윈과 월리스, 융과 프로이트, 스티븐 호킹 박사 그리고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일본 선원을 다루기도 하고 계몽주의 시절이나 서구 사회의 주변부를 다루기도 한다. 세계대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던 경험도 책의 다양한 챕터에서 서술되는데 시대를 거슬러 오르내리는 은유적인 묘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 무렵 저자의 나이는 마흔아홉이었다. 여기까지 서술만 모아도 충분히 책 한두 권이 되고도 남을 분량이다. 다음 챕터에서 저자는 마흔둘의 나이로 스크랠링섬으로 향한다. 당대 남성의 기준으로 사십 대는 인생의 어느 분기점을 넘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면서 충분히 성숙한 시기로 보인다. (요즘 철들지 않은 사십 대도 많은 편 ㅎㅎ)






무척이나 습하다고 묘사되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 이곳을 먼저 거쳐간 사람들 그중에는 폴리네시아 탐험가도 있고 다윈도 있고 허먼 멜빌과 같은 작가들의 책에서도 언급된다. 이누이트의 종교, 수많은 홍학 떼와 같은 아름다운 문화체험과 더불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 제국들이 변방에 세웠던 유형 식민지들의 폐허에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깨닫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그의 여정은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자칼 캠프라 불리는 동부 적도 아프리카 일대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주 (이곳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곳이다). 그리고 남극과 칠레를 거친 후 여기 독자들의 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간의 발길이 허락되는 거의 모든 곳! 남극과 더불러 무려 일흔여 개의 나라를 여행하고 탐사한 저자,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파울 웨더 곶은 저자 나이 49세에 두 번째 챕터인 스크랭링섬의 고고학 캠프로 갔을 때는 사십 대 초반의 나이였다. 책을 크게 여섯 챕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열다섯 장소에 대한 1000페이지 조금 덜되는 방대한 저작으로 구성된다. 1945년생으로 무려 55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는 그 모든 지역을 다녔으며 이런 과정을 각 분야 협업을 통해 논픽션과 픽션으로 기록한 분이다. 전작인 「북극을 꿈꾸다」라는 책으로 저자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다녀온 지역에 대한 사유라서 그 어떤 기록물보다 촘촘하게 서술되었던 기억이 있다. 1970년대에 쓰인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와 같은 책도 조만간 만나보고 싶다. 책을 통해 우리 독자들은 여행가이자 저널리스트로써 개인의 삶과 그가 더듬어 온 여정을 통해 인류적인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기념비적인'이라는 단어를 1년에 단 한 번 만 쓸 수 있다면 이 책 소감에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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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과 현대 사회 오퍼스(OPUS) 총서 7
찰스 테일러 지음, 박찬국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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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테일러 (지음)/ 세창출판사(펴냄)









'현대가 묻고 헤겔이 답하다'라는 역자의 소개 글은 헤겔이 묻고 현대 사회가 답하다는 문장과 같다. 헤겔을 논하지 않은 철학자가 없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헤겔을 설명하는 명제로써 단순히 변증법, 정반합을 논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헤겔의 그림자를 통해 현대를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슬라보예 지젝에 의해 오히려 그가 살았던 당대 사회 못지않게 그 존재감을 증명하는 헤겔. 그가 위대한 이유는 존재 증명에 대해, 좀 더 쉽게 말하면 '있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 대답은 철학자들이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현대인들이 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읽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살면서 몇 가지 고비를 넘긴다고 하는데 올해가 그중 하나인가 싶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돌아보면 최고이자 최악의 해였던 2024년. 다시 돌아보고 싶지도 않을만한 사건(바디우적 사건)들이 있었다. 올해 다시 읽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이제 더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다. 읽는 이유는 하나다.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겠다. 살아있기 위해서, 더 잘 살아있기 위해서...... 죽어있는 상태가 간절히 살고 싶다.






철학 책 한 권 읽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문단 하나를 뛰어넘는 데 며칠이 걸린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목차를 더듬다가 몇 번이나 걸려 넘어진다. 이제 거의 완독까지 왔구나 싶었을 때 간단한 소감 한 줄도 쓸 수 없어서 다시 책의 서두로 가서 매만지게 된다.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선작업으로 우선 헤겔을 알아야 하고 (내가 다 알았다는 얘기 절대 아님), 이 책의 저자인 찰스 테일러가 쓰신 〈헤겔〉이나 〈자아의 원천들〉 정도는 읽어두면 좋다. 슬라보예 지젝을 함께 알아두는 것도 좋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거의 한 달 붙잡고 있었는데 오늘 문득 '나는 여전히 제자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 돋는 무서운 경험이었다. 이제 뭘 좀 아는 것 같았는데 돌아보니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드러남'에 대한 공포...... 철학 책 읽다가 느끼는 공포라니!! 사람들은 비어있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채운다. 헤겔 철학으로 채우고 헤겔의 시대 그와 함께 했던 삼총사 횔덜린과 셸링.... 헤겔의 삶을 추적하면서 그와 관계된 인연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거기서 멈췄다!!!






헤겔을 읽다가, 내 의식의 흐름은 여러 과제를 만났다. 천재 철학자 셸링과 그의 연인 카롤리네에게로 (누가 철학자들의 사랑 이야기책으로 좀 써줬으면^^) , 왜 이 여자는 대내외적으로 문화적인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에 악하기만 한 존재로 남게 되었을까? 이 부분 아직 더 해결해야 할 과제.

그리고 헤겔이 있기 전 칸트의 철학, 라캉, 들뢰즈, 가다머, 데리다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까지 (지젝 책 최근 번역서 #잉여향유 읽는 중!!!) 사실, 나는 늘 마음에 담고 있던 인생철학자 지젝을 만나기 위해 위 모든 작업을 한 것 같다. 심지어 그와 동시대를 사는 행운이라니!!!!





헤겔의 철학은 바깥 없는 담론이다.

헤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먼저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푸코의 사유를 접고서 이제 본 텍스트 #헤겔과현대사회 로 다시 돌아가서,

1931년생이신 찰스 테일러, 현존하는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분!!






헤겔 연구서 그의 대표작인 1080페이지 분량의 벽돌 책 「헤겔」 을 조금 압축하여 다시 쓴 책이다. 헤겔은 자신의 철학을 통해 당대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그리고 여전히 현재성을 포함한 존재인 헤겔의 철학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 서문을 보면 그의 전작 〈헤겔〉에서 어려운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조금 쉽게 쓰셨다고 하는데 .... "네에"??!!!!!





헤겔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당대에 이미 철학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위상을 경험했고 스타 철학자로 매 강의마다 청중이 차고 넘쳤으며 멀리 러시아에서 귀족들이 마차를 타고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로 인기에 인기를 누린 분인데 과연 그들이 헤겔 철학을 알고 들었을까 싶은 의문이 있다 ㅎㅎ







헤겔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를 해체하고 넘어서려 했지만 모두 제 발에 걸려 넘어진 푸코의 말처럼, 헤겔을 넘어서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


헤겔이 제시한 개념들 절대지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할 주적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헤겔은 어떤 이들에게 보수적인 철학자로 혹은 파시즘의 원조로 기억되지만 헤겔 연구자 찰스 테일러는 헤겔은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닌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만의 '독특한' '정치철학'이었다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헤겔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판단하지 않고 헤겔의 시대 속으로 걸어들어가 헤겔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에서 저자는 헤겔이 '스피노자주의'라거나 '범신론'이라고 비난받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또한 헤겔이 칸트나 피헤테로부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삭제했는지도 언급한다.





아니 근데!! 정신현상학 서문 부분& 헤겔의 역사철학 부분에서 카라마조프의 이반을 살짝 언급하시는 저자님 ㅎㅎ (기승전 도스토옙스키 여기서도 !!!) 프랑스 혁명에 대한 헤겔의 분석, 계몽주의는 지성의 편협한 관점이기에 아무것도 이성적 의지를 방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인간이 더 위대한 주체라는 사실. 헤겔의 정치철학보다 이 책 저자님의 해석이 더 흥미롭다. 공포정치는 죽음과의 대면에서 생긴다는...


혹은 나폴레옹이나 심지어 파멸적인 결과들도 그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보는 관점들. 저자의 생각은 헤겔의 정치철학을 다루는 장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근대사회의 전개에 대한 헤겔의 예상이 빗나간 부분까지 짚어낸다. 철학의 과제, 이성적인 인간의 주체성 나아가 완성에 도달하는 부분까지!

헤겔의 철학을 단순히 분석하는 정도가 아닌 저자만의 관점으로 다시 말하는 책이다. 헤겔이 제시 질문들은 이 책이 처음 쓰인 1979년보다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접근해 있다. 헤겔의 시의성!!! 여전히 논쟁적인 뜨거운 철학자!!







덧. 이 책은 내게 철학으로 가는 출발점이지 결과물이 아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정신 현상학, 천 개의 고원,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

한 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텍스트를 붙들고 두통에 시달리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저 단순히 즐겁기만 하다니!!! 최고의 연말이 아닌가!!










→적다 보니 리뷰보다 인용문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


▷ 만약 우리가 본질적인 것, 즉 보편적 이성과 일체가 된다면 우리는 세계사는 물론 이러한 우연성과도 화해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자기 자신을 보편적 이성의 매체로 보게 되면 죽음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의미에서 이미 죽음을 넘어서 있다. 죽음은 이제 한계가 아니며 그것을 초월하는 이성의 생명 속에 흡수되는 것이다. p120


▷ 헤겔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끊임없이 원자론적 공리주의적 도구주의적 인간관과 자연관으로부터 비롯되는 환상과 왜곡을 비판할 필요를 느끼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그러한 왜곡이 끝없이 산출하는 낭만주의적인 반대 환상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성의 필연적 전개에 관한 헤겔의 존재론이 그가 공격하는 학설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환상적으로 생각된다고 할지라도 그가 우리에게 말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가 심원한 통찰력으로 계몽주의적 인간관과 자연관의 환상과 곡해를 비판하고 있다는 데 있다 p156


▷ 헤겔은 〈정신〉의 구체화인 이러한 구체적인 공동체들을 민족정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민족정신들이 역사의 주체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관계해야만 하는 〈정신〉은 민족정신이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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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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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지음)/ 디자인하우스(펴냄)








앤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 몽고메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저작이다. 소설 속 문장과 작가의 사유가 섞인 문학 에세이다.

앤을 떠올리면 벚꽃 가득한 길을 따라 맨 처음 매슈 아저씨네 집으로 오던 날이 떠오르는데 이런 말 하면 돌 맞을까? 난 앤을 별로 안 좋아했다 ㅎㅎㅎ 개인 취향이니까.. 앤보다는 다이애나를 훨씬 좋아했다. 그보다는 여성 서사보다는 남성적인 서사를 좋아했다.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심리가 늘 궁금했다. 이 책 30페이지에 보면 그 이유가 언급된다. 한국 사회에서 앤이 사랑받는 이유. 어린 앤의 초긍정 마인드 때문이라고 한다. 아하 그렇군!






다이애나의 집에 초대받은 앤의 설렘, 과묵하지만 늘 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매슈 아저씨 그리고 새로 오신 스테이시 선생님으로 인해 앤은 더욱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난다. 무척이나 감상적인 앤의 마음이 변화하는 부분 감상적인 대화체들....


원서가 총 여덟 권으로 무척 긴 내용이다. 앤의 대화를 중심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나누어 묶은 챕터로 서술된다. 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문장들은 또한 그 시절을 나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몇 살쯤 어떤 상태로 앤을 만났든지 간에 저마다의 감성으로 앤의 문장을 따라가게 된다.






제목 중에 나의 계절,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꿈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다. 꿈이 말살당한 채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인기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부모들의 강요 아닌 강요가 아이들의 꿈꿀 권리마저 앗아가 버렸다. 앤을 읽으며 앤을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 시절 우리는 좀 달랐는데.... 안타깝다.






앤은 꿈을 품은 고독은 빛나지만

꿈이 없는 고독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152





돌멩이 하나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던 앤, 평범함 속에서 빛나는 삶의 발견이 빛나는 책!

앤의 대화체 문장을 필사하기 좋아 보인다. 앤의 문장 모음을 넘어 작가의 사유가 담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였다. 그 시절의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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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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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연 (지음)/ 블레어하우스(펴냄)








'서른에 읽는'이라는 제목 굳이 서른이 아니어도 좋다. 서른을 준비하는 이십 대에게도, 서른을 이미 지나온 사십 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다.

재클린을 미국의 저술가이자 출판편집자로 아는 사람은 적다. 미국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사람들.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욕망이 있다. 주로 공인들에게 이런 잣대를 갖다 대기 마련이다.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재클린

우리의 이십 대는 어떤가? 저자의 말처럼 절망을 증명하는 삶이었던가! 이십 대의 나는 그 성근 기억들마저 드문드문 잘려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남기고 잘라버린 기억들.






책은 상속자와 학생 두 사람의 질문과 답으로 이어진다. 사회학에 관한 깊은 관심이 있었던 재클린, 그녀의 사회학은 수저 계급론을 부정한다.

국내 재벌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재산을 통해 부를 상속했기에 처음에는 재클린의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부유한 상속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재클린.

책에서 제시하는 상속자 정신은 공평한 정신이다. 없는 사람은 당당하게, 가진 사람은 겸손하게 만드는 사상!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우리에게 준, 혹은 선배들이 물려준 지적인 문화적인 그 모든 가치를 말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다.

재클린은 상속자 정신을 통해 당대 미국 사회와 시공간을 초월한 우리 독자들에게 불공정한 현실에서 당당히 살아내는 방법을 말해준다. 책은 재클린의 어린 시절부터 서술된다. 우리가 알던 재클린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공정과 평등의 차이,

더 공정한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를 먼저 꼼꼼히 다져보는 시간. 공정으로 포장된 공정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그 능력 부족, 노력 부족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완벽한 공정이란 없다. 추구해나갈 뿐이다. 최근 우리 사회 이십 대들의 절망감,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라 불리는 N 포 세대들.... 그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할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당신과 나는 다른 전쟁터에 있지 않아요.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면 우리는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겁니다 P310


비교하지 말고 내 삶을 가자. 행복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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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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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기원 장편소설/ 마인드마크 (펴냄)









새빨간 표지가 무척 감각적이다. 책표지를 정말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새빨간 배경 위에 세워진 서울의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대감으로 펼친 소설이다.


대한민국의 위기 뒤에 세워진 국가 형태의 통치집단은 전기련, 전국기업인연합이었으니 오늘날 현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설정 가능하다. 버려지거나 혹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공간 쥐독!! 상류층이 사는 1구역과 일반 시민이 사는 2구역 그리고 사회 최하층의 집단 거주시설, 이런 설정에서 소설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부의 계층화는 재난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우리도 겪었지 않은가!







전염병이 난무하는 소설의 배경 역시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 다음에 올 어떤 재난같이 느껴져서 더욱 끔찍하다.


같은 쥐독 내에서도 서로 이권 다툼을 하는 모습, 각자도생의 시대 자신의 먹을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쥐독의 생활




루왁을 얻기 위해 오가는 폭력의 모습들... 폐허 속 고통과 절망의 사람들. 혁명세력 vs 학살은 시가전에 이어 취조와 고문까지 이어진다. 미래 배경의 소설은 우리의 과거를 그대로 반영해 보여주었다. 과연 희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의문을 품으면 한숨 몇 번 쉴 때쯤 소설은 끝났다.







탐욕으로 세워진 도시는 무엇에 의해 멸망하는 걸까? 최근에 읽고 있는 나의 철학 책들... 라캉, 바디우, 들뢰즈가 답을 해 준다. 탐욕의 결말은 외부로부터 오지 않는다. 스스로를 파멸시킬 뿐이다.... 소설의 페이지 사이에 분서갱, 당나라 시인 장갈의 문장이 와닿는다. 책 태우던 연기가 삭자 천하통일도 무너진다는 문장.






'지옥은 희망의 얼굴을 하고 온다'라는 문장 정말 공감한다!!



죽음의 문턱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p445



사람들은 죽음을 거스를 수 없고, 죽음을 알지 못하기에 겸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발전이 심상치 않다. 사람의 생명조차 인간의 손에 의해 아니, 자본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래도 인간은 겸손할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을 제시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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