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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원경 1~2 세트 - 전2권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2월
평점 :

서자영 장편소설/ 고즈넉이엔티(펴냄)
역사소설 정말 좋아한다. 역사적 사실의 행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업 쉽지 않다! 잘 써도 본전이다. 조선의 역사는 가장 많이 회자되지만, 또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다.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조선에서 다시 살려내고 싶은 왕 or 왕세자가 누구냐고? 1위에 등극한 소현세자!! 소현세자와 청 태종 관련 픽션을 썼다가 문우들에게 역사왜곡이라는 말을 들은 후 역사소설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소설 원경 역시 그런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조선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인물!! 흔히 조선 사하면 장희빈이나 신사임당 같은 인물들이 언급되는데, 이번에 원경왕후가 소설의 전면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박수 짝짝짝 치고 싶었다!!! 조선을 세우는데 1등 공신이면서 늘 역사의 조연으로만 만나왔던 원경왕후를 이렇게 주인공으로 만나는 감동!!!!!
남자로 태어났으면 한 세상 멋지게 살다 갔을 법한 위대한 여성들!! 역사에 차마 언급되지 못하고 죽어간 여성들, 잘난 여자는 마녀 취급!! 〈마녀,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남녀 불문 마녀의 후손 아닌가?!!!!!!!!!!!!!!
소설에서 다소 생경한 지금의 이북 사투리를 만나니 반갑다. 북쪽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히 그쪽 사투리를 쓸 수밖에^^ 이성계와 민 제, 훗날 사돈이 되는 두 사람 그리고 아들 이방원과 딸 원경..... 아버지 민 제가 가장 아끼는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포부가 당차고 거칠 것 없는 성품이었다. 이방원 역시 아버지 이성계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다. 조선이 건국되기 전까지는!!!
아버지 민 제와 딸 원경의 대화 중에 개혁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서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원경왕후 아버지에 대해서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거쳐 정치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은 쉽지만 오히려 새로운 변화에 몸을 던지는 것은 더 어렵다는 문장도 진심 와닿는다.
개혁이란 호수의 아래에 고여서 썩은 아랫물을 다 퍼내고 새 물을 담는 거다. 더러운 물을 퍼내는 과정에서 호수 물을 더 더럽게 만들 수 있어. 아니 한동안은 오히려 더 더러워질 게다. 악취가 나고 주변도 너저분해지겠지. 진정한 개혁자의 훌륭한 정치란 더러운 물을 한바탕 휘저어 모두 없앤 후에 새로 깨끗하고 맑은 물을 거기에 채워 넣을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모두를 독려하며 이끌고 나가는 거다. p172
원경왕후의 집안은 이성계의 집안보다 훨씬 지체 높은 가문이었다. 게다가 미모가 출중했다고 한다. 왕이 된 후에 수많은 후궁을 두는 태종, 그러나 원경왕후와의 자녀가 가장 많았다. (일찍 사망한 자녀 포함). 1권은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이는 장면에서 끝난다. 아! 역사란 참!!!
책 띠지에는 조선 최고의 여성 창업가라고 표현했지만, 창업가를 넘어 하나의 나라를 세운 인물이다. 이후 태종이 왕이 된 이후에도 국정의 큰 대소사는 왕후와 의논을 했다고 한다. 실록에서 후궁 들인 언급만 쭈욱 연달아 나올 만큼 많은 후궁을 들인 태종. 이후 원경왕후의 집안을 파멸시킨다. 2권 후반에서 세종의 처가 심온의 집안이 원경왕후 민씨 집안처럼 파멸하는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다. 세종의 소헌왕후나 원경왕후 두 사람의 공통점이랄까... 읽으면서 참 애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자 자신의 집안을 풍비막살낸 원수... 500년 전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왕의 부인이 되어도 중전 민씨, 중전 심 씨로 불렸던 시대.
소설이 주는 매력은 역사에서 잘 알려진 인물을 수면 위로 들어 올리고 섬세한 감각으로 상상력을 채워나가는 부분이었다. 드라마 작가로서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역사물을 좋아하시는 독자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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