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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평점 :

정소연 소설집/ 래빗홀 (펴냄)
똑똑한 천재 과학자들이 우주선 타고 남의 행성으로 무단 침입하여 싸우고 때려잡고 쳐부수는 주류인 남성 작가들이 쓰는 SF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남과 여 이분법적인 사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
최근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을 읽으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해서 이웃 블로그를 봤는데
그중 한 남성 작가분이 길고 긴 글로 쓴 내용, 심지어 소설을 쓴다는 분이
"최근 신춘문예 당선자 여성이 너무 많다"라며 ( 궁극적으로 이게 불만인 거 같았다. 왜 기존 남성 작가들의 몫? 을 나눠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으로 읽혔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어떻게 문학적 가치가 높은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큰 전쟁이나 혁명, 쿠데타 뭐 이런 얘기 써야 되냐고?!!!! '역사의 큰 흐름을 연결하는 행간'에 여자들이 있었다. 흐름과 흐름 사이 행간이 없다면 역사는 채워지지 않는다. 이름난 장군이나 군주, 대통령도 좋지만 이름 없이 사라진 그러나 남성들을 보필하고 조력하고 묵묵히 가정을 지킨 여자들의 이야기 이게 왜 문학적 가치가 없는 일인가?!! 작가인데 왜 모르시나요....
나의 정보라 작가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분! 왜 정보라가 이 분을 좋아하는지 다섯 페이지만 읽고도 알 수 있었다.
우주선 타고 날아가 다른 행성 깨부수는 얘기 1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다섯 페이지 안에 기존 남성 작가들이 쓰지 못한 우주가 있었다. 리뷰를 쓴다면 14편의 단편 각각 리뷰를 써야 하기에 나는 굳이 쓰지 않겠다.
말은 효율이며 곧 돈이었다.
무엇보다도 말은 권력이었다. 카두케우스 사는 비상점 도약 기술로 시장을 우주 표준어로 사회를 지배했다 P71
우주 비행사가 되는 과정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P215
얼마나 먼 미래인지, 그 우주에서 존재하는 문법이나 공식을 설명하느라 너무나 어려운 수학, 과학 얘기 난무하는 기존 SF와 너무나 다르다. 그런데 그 안에 우주 공식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소수자나 차별받는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관심이었다.
특별히 기억 남는 장면을 쓰자면 단편 여러 편은 서로 인물이 겹치거나 공간이 겹치는데 그중 우주 표준어!!!!
어릴 때도 난 표준어 정의가 늘 이상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조금 확대하면 우주 표준어가 된다. 우주 표준어를 잘 써야 다들 동경하는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있다. 우주비행사가 될 확률은 너무나 희박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목숨 걸고 매달린다. 우리가 지금 의치 한 약수에 목숨 걸듯이 ㅎㅎㅎ
표준어를 포기하고 우주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 비상점과 너무나 먼 거리의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광산 행성 코쇠 1, 나는 거기 살고 싶다.
사회복지학과 철학을 전공하신 저자! 오늘의 SF 편집위원이자 번역도 하시는 분이다. 세상에 그 책 《어둠의 속도》를 번역하신 저자라니!!
채널 예스에서 정보라 작가가 정소연 작가를 향해 쓰신 글!
한국의 SF가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선 장애가 극복해야 할 짐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자 정체성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오길! 정상성을 뒤집어엎고 차별을 철폐하고 비남성과 소수자의 장르로 만들어보자는 글 눈물 날 만큼 좋았다. 그런 기대 작가 정소연 작가의 소설 복간집에는 신작 아홉 편과 팬데믹 당시 썼던 소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 줄 평: 단편소설, 다섯 페이지 반 안에 담는 우주!!!
고작 다섯 페이지 반 분량의 단편에 기존 남성 SF 작가들이 감히 생각도 못 한 우주가 들어 있는 책!!! 그런 소설을 쓰는 정소연이다.
그 어떤 작가가 다섯 페이지 반 안에 우주를 담았던가?!!!!!!? 없었다:)
왜 정보라 작가가 정소연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무척 감사하다.
정소연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밤에만 비가 오는 행성이 있다는데 저는 그곳에 가고 싶어요. 로맨틱 할 것 같아요. 담에 밤에만 비 오는 행성 이야길 써주세요^^
100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100점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100점 만점을 받아 통과하는 길과 감점을 받아 탈락하는 길. 몇 분을 더 앉아 있어도 이 두 가지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죠 P69
그는 우주 표준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말은 순식간에 달라진다. 개척사가 짧은 행성들은 표준어를 잘 사용하는 편이었지만, 역사가 길거나 비상점에서 먼 행성 중에는 광산 행성 코쇠 1은 가장 가까운 비상점에서 표준사로 두 달 이상 떨어져 있었다. P71
우주도 무서웠고 싫고 무서웠단다. 무서워하면 우주인이 될 수 없거든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