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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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지음)/ 김영사(펴냄)











정체성이라는 말 자주 쓰는데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미국 이민자의 시선에서 본 정체성, 이 책은 내 존재에 대한 질문이다. 굳이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내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여자 사람으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 무려 4년에 걸쳐 이 시대의 지성들을 만나 3부작 기획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을 썼다. 이 외에도 예술, 문화 비평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의 석학들을 만난 분이다. 세상에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실제로 만나신 분!! 이 책은 미국과 한국의 여러 사각지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주로 노동자, 여성, 어린이 등을 만나고 얘기 나눈 기록 그 누적된 결과물이다.







"다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요"

"우리는 모두 다양한 문화를 갖는 다문화예요. 한국인들끼리도 각자 다른 사고방식과 취향을 갖기에 다문화입니다" p113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다문화에 대한 설명을 하는 조합원 강사 김홍리 씨의 이야기다. 다문화 이주 강사, 이주여성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분이다. 책에는 많은 인물이 언급되는데 흥미진진하다.







역사란 모든 개인이 살아온 시간의 합이다. 오늘을 사는 나와 당신이 그 역사의 뉘앙스를 이루고 있겠지. 고유하게 p45


책에는 여러 사례가 소개된다. 흑인 아버지를 둔 수정 님, 섞인 사람은 죄인이냐고 말한다. 또 한 사례로 김 할머니를 통해 미군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들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군과 결혼한 여자에 대해 담장 밖으로 선 긋는 사람들, 그러나 주류사회로 뛰어들어 취직하고 장사도 하고 억척스레 경제력을 키운 분도 많다. 이민자들끼리의 연대에서 이민 이전의 삶을 '전생'이라 부르는 것 ㅎㅎㅎ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민 이전의 삶을 빠르게 잊고 어서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대로 한국 사회에 들어와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신을 고려인이라 소개한 분, 최저 임금을 받는 그녀는 집 현관이라는 일상의 국경을 매일 넘는다고 말한다 ㅠㅠ 한국 영주권을 얻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이렇게 높은 줄 처음 알았다.

( 한국 사회 영주권: 연 수입 7천만 원이 넘어야 하고, 6천만 원 이상의 금융 재산과 공시지가 6천만 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고 함)






우리는 모두 다름을 안고 살아간다는 책의 서문부터 울림을 준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책은 정말 재밌게 읽혔다.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 성 소수자의 목소리, 이민자 1세대 2세대 이야기, 구로 공단의 노동자 이야기, 결혼 이주 여성의 이야기. 사회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담은 책.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도 스며드는 차별에 대해!!





이방인이 되는 시간을 건너는 법에 대해, 정체성은 흐른다. 명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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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이코노미 -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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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니지 (지음)/ 김영사(펴냄)










세상은 인센티브로 돌아간다.


신호는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느끼는 방식, 다른 사람에게 인식되는 방식을 바꾼다. 예를 들면 헌혈을 통해 받는 펜, 헌혈을 한 사람은 펜을 볼 때마가 자신이 헌혈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반대로 타인들은 아! 저 사람이 헌혈을 했다고 유추한다. 감사의 뜻으로 주는 선물이 사람들에게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때로 인센티브는 악용되기도 한다.

실패는 처벌함으로써 엇갈린 신호를 보내지 말고 실패에 보상하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학급에서 일관성 없는 훈육을 할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다음 장에 이어지는 내용과 연결되는데 상을 줄 때는 제대로 수여해야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는 것, 종합해 보면 상벌을 확실히 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 각 챕터 마지막에 요점 정리 참고하면 수월하다.








경제학자인 책의 저자,

인센티브가 설명하는 경제학 원리, 쓰이는 방법에 따라 때로 악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하는!!

예시와 삽화, 그리고 설명 부분이 눈에 쏙 들어오는 구성이다.







사람은 우리 사회 하나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때로 팀을 이끌어야 할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적절한 인센티브 상황에 맞는 매우 효과적인 삶의 설계, 인센티브 설계에 목적을 맞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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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질문 - 프로젝트 라이프
아키씨 지음 / 언더라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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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씨 (지음)/ 언더라인 (펴냄)







책 소개 글처럼 정말 빈칸이 많은 책이다.

욕망이란 무엇인가?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단어와 씨름해왔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병들기도 하고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단지 물리적인 욕망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잘못된 소유 욕망은 최근 우리 사회악인 교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왜 멈출 줄 모르는가? 책을 펼치며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왜?






욕망이란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과 삶을 이어주는 상생의 역동이기도 하기에! 사전에서 '욕망'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하는 마음으로 정의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도 없이 일어나는 욕망 충동,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는 욕망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신호다. 다른 누군가 혹은 시스템의 욕망이 나를 통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내가 원하는 것들은 어쩌면 내 어린 시절에 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내 욕망의 원인을 찾는데 그치지 말고 이런 계기를 통해 내 삶의 방향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 챕터가 끝날 무렵 정말 많은 질문을 만난다. 이번에는 잘 대답할 수가 없었다. 최근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역동적인 일로 다소 소란한 상태다.





나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곳?

얼마 전 지인의 집에 갔을 때 사계절이 느껴지는 앞마당의 정원과 앉아서 바라볼 수 있는 벤치,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면 오로지 자기를 위한 작업실이 내가 갖고 싶은 공간이다. 자금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장소, 나도 언젠가 그런 작업실을 가질 수 있을까 나만의 공간...






너무 웃기는 얘기지만 욕망을 채우기 위해 충동적으로 방문하는 공간은 주로 향수가게, 향수 숍이다. 충동적이라는 단어를 뺀다면 도서관도 해당된다. 특히 신간 코너를 빠지지 않고 돌아본다 ㅎㅎ

책은 여러 가지 트랙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답하기 곤란할 만큼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이 빈칸을 다 채우면 내가 될 것이다.


와! 정말 욕망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많은 질문거리를 던질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소재를 풀어낼 수 있다니 아카씨라는 필명의 작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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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사이의 학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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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은 지음/ 시공사 (펴냄)






함께 읽으며 우리는 늑대 사이의 학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그 많은 늑대 무리 속에 고고한 학 한 마리, 그것은 주인공 이슬이일까? 작품의 배경은 연산군 시대, 조선의 역사상 최악의 군주였다. 실록은 그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바다 건너 멀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자에게 조선시대 배경 소설이라니! 역자의 번역 후기를 읽으며 또 한 번 감동하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내내 캐나다에서 자란 저자는 조선의 무엇이 매력 있었을까? 각종 자료를 찾으며 조선에 관한 역사소설을 쓰는데 뭔가 특별한 의미를 준다.






물론 이 소설은 역사를 상세히 몰라도 읽는데 문제는 없다. 실존 인물과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함께 서사를 끌고 나간다. 주인공 이슬의 집안은 연산군 시대에 초토화되고 부모님은 이슬의 눈앞에서 원수들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그 내막에는 삼촌과 관련이 있다. 이슬의 언니 수연은 조선팔도의 미녀들을 잡아들이라는 왕명에 의해 성 노리개가 되기 위해 한양으로 끌려갔고 이 소설은 언니를 찾기 위한 이슬의 이야기이자, 부도덕하고 잔인한 연산군을 끌어내리기 위한 반정을 도모하는 왕자 대현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세워진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원식, 산대도감의 광대 영호, 배신의 아이콘 당숙 최익준, 이슬을 잘 보살펴주는 홍등주막의 율 등이 주변 인물로 서사를 끌고 간다.



왕의 측근들을 차근차근 죽이는 존재 무명화!!! 그의 정체는??!!!



진실이 범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 P 77







저자는 조선시대에서도 주로 소외된 계층, 특히 여성들의 서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전작에서도 공녀로 끌려간 소녀들을 다루고 있다.



연산군을 다룬 역사소설, 드라마, 영화는 여러 편이다. 대부분 왕이나 왕족들, 고위 관리 중심의 서사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 일개 이름 없는 소녀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 시도 좋았다.



우리가 선택한 길에는 죽음이 널려 있어.

자유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 P244







어머니 윤 씨의 폐비 사실을 알게 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연산군,

초기 연산군은 백성들의 민생을 챙겼다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연산군 외에도 당대 정치인들, 자신의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인물들 여전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본 듯한 모습이다. 언문 금지령을 내린 모습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통제는 역사 속에서 늘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향해 돌진하려는 이슬에게 대현은 말한다. 너처럼 자기 인생에 무덤덤한 여자는 처음 봤다고.

그러나 이슬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후회였다 ( 이 장면 정말 기억에 남는다 ㅠㅠ)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시도이자 재미를 알게 해 준 시간 순삭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음 책 또 그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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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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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 지음/ 씨큐브(펴냄)






제1회부터 관심 있게 봤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이다. 삼랑진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삶의 다양한 가치를 담은 소설. 첨단과학의 시대 인공지능, AI를 다룬 소설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는 요즘 오히려 이런 풋풋한 감성을 주는 소설, 큼직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잔잔하게 마음의 물결을 일으키는 소설이라 오히려 더 좋았다. 삼랑진이라는 자그마한 소도시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다. 기차에서 나란히 앉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는 두 사람 주인공 창화와 미정.






두 사람은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창화는 부산으로 미정은 삼랑진으로... 같은 방향의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서...

KTX가 아닌 무궁화만의 감성이 있다. 지방 소도시 역마다 다 서고 속도가 느린 여러모로 불편한 무궁화를 택한 이유는 뭘까...






20대부터 비혼주의인 미정이 나이가 더 들면서 오히려 여러 시선에 굴복하는 결혼이 싫어진다는 말 공감한다.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지는데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은 채로 ㅎㅎ


잔뜩 기대감이 높은 부모님께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이 되라고 하신 아버지, 대기업이 좋다며 우긴 창화..





국민 넷 혹은 다섯 명 중 한 명은 서울 생활이다. 서울공화국인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 지방 소멸의 현실... 이제 지방에는 특히 농촌에는 늙으신 노인들뿐이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도 거의 없고 아이 울음소리 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마지막 출생신고가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 없었던 도시도 많다고 한다. 간혹 결혼 이민 여성의 출산으로 인해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도시로 나가버린다.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구체적인 현실이 세세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딩크족인 미정의 친구 현주의 고민, 시댁과의 갈등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연결, 이런 의미가 아닌 두 사람만의 결합이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며느리란 어떤 의미인가... 반대로 처가 눈치 보는 남자들도 많다지만 여전히 결혼한 여자는 친정보다는 시댁이 우선이다.


#삼랑진역 에 내린 미정의 일상, 나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혼자 지내는 서울 생활보다 나아 보였는데 나만의 생각일까.

앞뜰에는 가지와 오이가 자라고 옆에는 꺳잎, 고사리도 옹기종기 자라는 작은 축사에서 가끔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시골,





기차의 정차가 잦은 이유는 작은 역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부족해 보여도 불필요해 보여도 모두 같은 역이기에 존중하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잠깐 머물러 준다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마음이 아닐까 P39






너무 뜻밖에도 삼랑진에 내려와 사진관 자리에 카페를 차린 창화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은 본격 이어지는데,,,

책에 소개된 #힐링 코스.... 밀양의 유명한 곳, 얼음골 사과, 정겨운 시골 풍경이 나도 본 듯이 그림처럼 묘사되었다.







삼랑진 토박이인 상욱과 창화의 대화에서 상운은 "저예? 어떤게예?" 이런 말을 쓰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 물론 억양 자체는 그 지역 특색의 사투리가 박혀있지만 단어가 저 정도까지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에필로그의 저자 말이 기억에 남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다수결의 힘을 믿는다. '다수' 혹은 '평범한'카테고리 안에 머물기를 바랐다. 그게 맞는 줄 알았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모두가 옳다고 믿는 길이 때로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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