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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2D 애니메이션의 강국은 일본이었다. 지금은 3D 애니메이션의 시대로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가장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작품들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넷플릭스 방영 '오징어 게임' 수준이었다고 할까?
나도 학교 다닐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머털도사', '둘리' 등과는 결이 다른 색감, 스토리, 파격적 캐릭터 등이 그 당시의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 되어 갔다. 우연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야기와 작품 히스토리를 담은 책을 접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40여 년 역사와 더불어 20여 편의 제작 스토리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종이로만 접할 수 있었던 만화의 시대에서 영화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최초로 시도된 <바람 계속의 나우시카>부터 <천공의 성 라퓨타>,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모노노케 히메>, 손으로 그린 그래픽의 놀라움을 보여준 <벼랑 위의 포뇨>, 2D의 강자인 지브리가 최초로 시도한 3D 작품 <아야와 마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지브리를 대표하는 대작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접했다. 처음에는 기괴한 캐릭터들과 스토리의 난해함으로 어렵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워낙에 명작이라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읽어보고 싶었다.
원래 미야자키는 3시간짜리 대작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시작했다. 제니바, 가오나시 등 핵심 인물의 비중도 현저히 적었다. 하지만 2000년 5월을 기점으로 전환이 이루어진다. 1년이라는 기간 안에 3시간짜리 대작 제작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로 구성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비중 없던 가오나시도 비중을 가지게 된다.
3시간짜리를 2시간 짜리로 기획하면서 가오나시의 비중이 커졌고, 유바바, 제니바의 이야기까지 추가 되었다. 원래 작품이라는 것이 처음의 의도와 동일하게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터널을 중심으로 터널 안과 밖의 이야기를 대비시켜 감독이 의도한 내용을 끌어간다. 인간의 욕망, 순수함이 대비되는 스토리는 몰입감을 가져다 준다. 어린 아이의 용감한 어드벤처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지브리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개봉하게 되었고 기록적인 대성공을 거둔다. 이전의 히트작인 <모노노케 히메>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는 대기록을 세운다. 일본에서 <타이타닉>을 제외하고 당시 금액으로 304억엔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였다. 다음 해인 2002년에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곰상을 받았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수많은 명작들의 스토리라인, 비하인드 스토리, 흥행 기록, 팬덤 등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마니아들이 읽어보면 그 때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좋은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여러 번 다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