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쇼펜하우어하면 비관론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의 인생관이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도 희망 가득찬 행복론을 예찬하지 않는다. 현실에는 행복으로 가득찬 파라다이스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에 고통과 불행을 줄이는 길이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설과 직설이 가득한 쇼펜하우어의 언어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많은 거장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니체, 아인슈타인, 융, 찰스 다윈, 칸트, 톨스토이 등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에게 큰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 21세기에 그의 철학이 재평가를 받는 것은 비관적 현실을 다룬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아닐까?
현실은 고통과 불행의 연속인데 무시하고 희망적으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쇼펜하우어의 지혜를 통해 냉철하고 현대적인 인생의 조언을 들어보면 좋을 듯 하다. 나도 40대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부쩍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이런 고민을 해보았다면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책은 행복론과 인생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솔직히 두 가지로 나눈 이유를 잘 모르겠다. 둘다 인생과 행복, 삶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잘 담아 놓은 것 같다. 보통 한 페이지의 분량에 다른 철학책보다는 쉬운 언어로 쓰여 있다. 하지만 생각해야 하는 고민의 깊이는 결코 얇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운명을 가르는 3가지 자산으로 인간을 이루는 것,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을 언급했다. 인간을 이루는 것은 인격을 뜻하며 건강, 힘, 기질, 도덕성 등을 나타낸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은 재산과 소유물을 의미한다.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은 명예, 지위, 명성 등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다.
결국 내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를 통해 남들이 인식하는 나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니는 재산 등으로 인해 인간의 운명은 달라지는 것이다.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시대가 변해도 절대 변할 수 없는 세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쇼펜하우어 시대에는 정신적인 부분들이 강조되는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재물에 대한 강조가 심해진 것 같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만 만나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은 대놓고 싫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도 참고 지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쇼펜하우어는 큰 바윗돌이 굴러와 나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내가 돌을 바꿀 수 없듯이, 각자 고유한 개성을 가진 불변의 존재를 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어느 조직이나 최악이라 생각되는 부류들이 많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그들 조차도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 스스로도 바꾸기 힘든데 남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한 개 한 개씩 곱씹으면서 읽다보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삶의 지혜로서 나를 울리는 글들이 많다. 어려워서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분들이나 염세주의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해 도전해볼만 하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