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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부사 -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
장세이 지음 / 이응 / 2022년 11월
평점 :

언어에 대해 다루는 책은 많다. 대부분은 영어에 집중되어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 중에서 부사만을 다룬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선택을 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더 아름답고 맛있게 들리게 만들어주는 부사에 대한 설명이라 영어를 공부하겠다는 열정보다 더 큰 열정으로 읽어보려 한다.
우리말에서 부사는 문장의 필수 구성요소가 아니다. 문장의 뜻을 좀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필자는 부사의 매력을 4가지로 설명한다. 다른 품사와 달리 그 뜻의 경계가 흐리기 때문에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힘이 있다. 부사는 대상의 상태나 감정의 폭을 확장시키고, 의미의 깊이와 너비를 유연하게 배가시킨다.
말로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 상황도 서너 음절로 응축하여 말할 수 있다. 특히 한자를 배제하고 우리말로만 이루어진 부사를 통해 신비한 우리말 부사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제목처럼 맛난 부사를 위해 5가지 맛인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물맛에 따라 각각 5개씩 총 25개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소개한다. 단맛의 부사에는 기꺼이, 비로소, 바야흐로, 마냥, 부디, 짠맛의 부사에는 어이, 이토록, 오롯이, 애달피, 아스라이, 신맛의 부사에는 자칫, 새삼, 이따금, 불현듯, 사뭇, 쓴맛의 부사에는 차마, 굳이, 겨우, 도무지, 차라리, 물맛의 부사에는 모름지기, 웅숭깊이, 고즈넉이, 두루, 고이 등을 소개한다.
부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아스라이와 고즈넉이를 살펴본다.
'아스라이'는 '별처럼 아득히'로 해석된다. 까마득히, 아득히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며, 보기에도 아슬아슬할 만큼 높거나 까마득할 정도로 멀게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를 나타낸다. '아스라이'는 내가 종종 사용하는 단어이다. 단어의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느낌으로만 알고 썼었다.
우리말인 한글의 뜻도 잘 모르는데 영어의 어원을 공부하고,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공부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자국의 언어에 담긴 미묘한 차이의 아름다움도 모른채 남의 나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닌 격이다.
'고즈넉이'도 책에서 자주 보던 단어이다. '넋을 잃고'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 해석하면 넋을 잃고 아늑한 상태로 가만히, 묵묵히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보통 산사의 풍경소리와 함께 사용된다.
해질 무렵, 뉘엿뉘엿 저무는 석양빛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 듯 하다. 눈을 감고 조용히 풍경을 떠올리다보면 이런 느낌이 다가온다.
뜻은 잘 모른채 감정적인 느낌으로만 사용하던 부사의 뜻을 알 수 있고, 더 잘 어울리게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말 중에서 부사를 이렇게 아름답고 와닿게 설명한 책은 없는 듯 하다. 신문기자로서 부사를 버리라던 선배들의 말을 과감히 무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부사의 매력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