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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상업을 천하게 여겼던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전국에 이름을 떨친 상인들이 있었다. 개성의 송상, 의주의 만상, 부산 동래의 내상, 한강의 경강상인들이 그들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예로부터 유명한 상인들이 많이 있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돈을 버는 상인들은 많이 있었지만 '돈'을 대하는 3국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중국인들은 돈을 錢으로 쓰는데, 경쟁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돈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중국인들에게 돈은 싸워서 이겨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싸워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돈을 '오카네'라고 하고, '오'는 겸양의 접두사로 돈에게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붙인다. 이는 일본 왕이 '김해 김씨' 후손이라는 설에 기원한다고 한다. '金'씨 성이 일본 왕을 상징하기 때문에 '돈'을 뜻하는 단어에서조차 겸양의 표현을 쓴 것으로 추측한다.
중국인, 일본인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돈을 낮게 대하는 문화가 강한 것 같다. 필자는 돈을 대하는 상인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돈'의 기원과 그 의미를 서술했다. 3국의 상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공통점은 물론이고,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반드시 알아야할 차이점도 배울 필요가 있다.
'나만 믿으라는 그 사람만 의심하면 모든 사업이 평탄하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계속 깨닫게 되는 인생 진리 중 하나이다. 미리 저 말을 마음 깊이 새겼더라면 금전적 손실을 줄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돈은 상인 앞에 놓인 장애물들에 자동문을 만든다. 상인들에게는 달리고 날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까? 돈이 가진 기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훌륭한 상인들은 돈을 인격적으로 대우했다. 최근에 '돈의 속성'이라는 책을 펴낸 김승호 회장도 돈을 인격적으로 대우한다.
상인들에게 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자 정신의 표현이었다. 유대인들은 돈을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면 단지 '좋은 것'이라고 배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돈 자체는 인격도 없고, 가치 평가도 없는 것이 맞다. 똑같은 돈이라도 어떤 사람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상인들은 돈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윈조우 사람들은 아이가 9살이 되면 다른 지방에 있는 친척에게 심부름을 보내면서 펴도 차비랑 신발 한 켤레를 보낸다고 한다. 아이는 친척 집에 가면서 기차를 타고 가지만, 돌아 올 때는 가지고 갔던 신발을 팔아서 차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돈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놀랍다. 아이가 없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신발=돈'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너무나 싶게 돈을 쓰고, 돈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조상들의 지혜가 아쉽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상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돈을 벌고 부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를 온전히 담았다. 3국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돈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글귀를 다시 적어본다.
'돈은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다. 돈은 단지 좋은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