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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로마사 (텐바이텐 로마사) -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함규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9월
평점 :

로마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관심사였다. 어린이용 책도 많이 읽었고, 관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도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서는 어렸을 때의 관심을 그대로 가져가지 못해서 로마사에 대한 책을 잘 읽지 못했다. 내 아이들이 커가면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정도만 읽었을 뿐이다.
천년을 지속한 가장 위대한 제국 중에 하나인 로마사를 10가지 주제에 100가지 이야기를 담은 <10×10 로마사>는 어렸을 적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래서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천년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겠지만 10가지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았다.
필자의 서문은 마치 한 편의 소설 속 꿈 이야기처럼 들린다. 유럽인도 아니고 역사를전공한 것도 아닌데 방대한 로마사를 집필한다는 것의 무게를 느껴서였을까? 이미 많은 역사서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사를 다시 쓰고 싶었는지에 대한 필자의 항변에 가까울 듯 하다.
이미 유럽에는 로마사를 다룬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있다. 다만 필자는 이 책들이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쉽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영웅, 황제, 여성, 건축, 전쟁, 기술, 제도 등 10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했다. 그리고 각 주제별로 10가지의 핵심적인 장면을 설명한다.
필자는 기원후 117년경을 로마제국의 최전성기라 생각한다. 그 당시 로마제국은 북유럽 일부를 제외한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 북 아프리카 일부 지역, 서아시아 일부 지역을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고 있었다.
로마사 100장면은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우고 초대왕에 등극한 기원전 약 753년부터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한 1453년까지 약 2,000년이 넘는 역사를 다룬다. 우리나라 조선왕조는 5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적으로 500년 이상의 영광을 누린 제국이 많지 않다. 2,000년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 실려 있는 20여 장의 사진과 그림은 책에 소개된 역사적 사실의 현실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현존하는 고대 로마의 유적들에 대한 사진을 보면서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보는 재미가 있다.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던 지식이 확장되면서 문화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로마사 중에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전쟁' 파트를 흥미롭게 읽었다. 2,000년의 세월동안 정복하고 또 침략 당하는 혼전의 시대를 10개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10개의 대표적인 전쟁은 삼니움 전쟁, 포에니 전쟁, 로마 내전, 미트리다테스 전쟁, 스파르타쿠스 반란, 갈리아 전쟁, 유대 전쟁, 로마-이란 전쟁, 동로마-아랍 전쟁, 동로마-튀르크 전쟁이다.
특히 로마와 동양 세력이 붙은 로마-이란 전쟁이 흥미로웠다. 당시 로마와 파르티아는 20세기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처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제국들이었다. 로마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지중해 제국을 만들고 동쪽으로 확장을 했고, 파르티아는 이란 고원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둘은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두 세력의 첫 충돌은 기원전 54년이었다. 하지만 로마와 파르티아의 본격적인 전쟁은 기원 후 217~270년 동안 이어졌다. 이후 파르티아가 망하고 뒤를 이은 페르시아와의 전쟁이 231년부터 시작되어 630년까지 이어진다. 이것이 로마-페르시아 전쟁이다. 당시 로마는 기독교 국가였고,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하였기 때문에 전쟁은 종교전쟁의 양상을 띠기도 했다.
두 세력의 충돌이 흥미롭다. 로마는 이란의 수도를 점령한 적이 있지만 이란은 로마의 수도를 점령하지 못했다. 반면 이란의 황제는 전쟁 중에 전사한 적이 없지만 로마는 2명이 전사하고, 3명이 전쟁 중에 병사하거나 암살 당했다.
필자는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저술을 위해 거의 모든 로마사를 읽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0년 역사를 가진 로마를 10가지 주제에 따라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른 로마사 책들과 다르게 시대순으로 저술하는 것이 아닌 각 주제별로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한 시도가 있어 좋았다. 로마사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더 좋을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