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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평점 :

올해 2023년은 한국전쟁 휴전과 동시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625전쟁과 방공사상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로 배웠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하고 방공의 필요성이 덜해짐에 따라 우리 자녀들에게는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전쟁 휴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발간된 뜻깊은 책을 선택했다. 625전쟁은 이제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기억하기 힘든 역사적 사건이 되어가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오늘날의 영광 뒤에 숨겨진 수많은 희생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당시 270여 명의 종군기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마거리트 히긴스는 수많은 여성 차별과 죽을 고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전장의 기록을 생생하게 남겼다. 1951년 1월에 1950년 6월부터 12월까지의 전투 기록을 모아 'War in Korea'라는 최초의 한국전쟁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녀는 이 단행본으로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단행본인 'War in Korea'는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2009년에 <자유를 위한 희생>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서는 자료를 추가 보완하여 '자유를 위한 희생(한국전쟁 르포)'라는 제목으로 제1부에서 다룬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1951년 이후부터 1954년까지 7차례나 더 한국을 방문했다. 히긴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소비에트 공산체제 속에서 겪은 문제들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7차례의 방문을 통해 히긴스는 한국은 동유럽 국가들처럼 고통받지 않도록 최고위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이 책의 2부에서 다루는 '한국에 가혹했던 휴전'편은 히긴스의 7차례에 걸친 행적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그녀는 미국의 최고위 인사들, 영국의 고위 장교들, 심지어 중공군의 소령을 만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 수복 현장에서 맥아더 장군을 만나고, 이후 트루먼 대통령, 아이젠하워 장군, 밴 플리트 대장, 클라크 대장, 리지웨이 대장 등을 만난 그녀의 기사들을 모아 총 7개의 챕터로 재구성하였다.
히긴스는 한강 인도교 폭파, 평택 전투, 천안 전투, 대전 전투, 낙동강 전투,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 장진호 전투 등 한국전쟁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당시 남성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록들이 대부분이었을 때, 최초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당시는 지금과 다르게 여성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 있었던 때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기록은 소설보다 더 생생한 실화에 바탕은 둔 한 편의 문학작품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전쟁을 아군의 시선에서만 서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군 기자로서 아군과 적군의 입장에서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이등병부터 맥아더 장군까지 다양한 계급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외에도 이승만 대통령, 한국 언론인, 한국군은 물론이고 북한군과 중공군의 대화까지 수록했다.
정말 대단한 용기이고 배포라 생각한다. 아군에 있을 때도 또는 적군의 현장에 있을 때도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굴하지 않은 기자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1부에서 다뤄지는 처음 6개월간의 전쟁 기록은 맥아더 장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루러졌다고 한다. 특히 특파원을 전혀 만나지 않는 맥아더에게 이는 엄청난 특혜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2부는 이런 인연 때문인지 서울 수복 이후에 만난 맥아더 장군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한다.
특히 서울수복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명동성당의 참상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명동성당에 남은 종교적인 흔적을 모두 제거하고,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을 그린 대형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다. 성당을 공산당 본부로 사용하다니...
히긴스는 동유럽이 공산화되는 과정에서 지겹게 보았던 장면을 서울에서 목격하고 한국만의 적화야욕으로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남의 나라, 남의 국민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추천사를 쓴 강만수 전 장관의 말처럼 은혜를 은혜로 갚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은혜를 잊지는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늦게라도 그녀의 공헌이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 전쟁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실과 대화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실을 내용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잊지 않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호국선열들과 많은 우방국가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선 대한민국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을 위하는 길은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 책을 통해 그 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