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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한자 - 인생의 깨달음이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6월
평점 :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한자 문화권이다. 순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분들도 많지만 한자를 모르면 과거와 단절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과 지혜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한자는 중국으로부터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한자는 한국, 일본의 한자와 많이 다르다. 원류는 중국이지만 한국의 상황에 맞게 한국적 성향을 가진 부분도 많다. 또한 우리나라 말 자체에 한자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한자의 이해 없이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한자를 배운 기억은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것도 수험용의 선택과목으로서였다. 그 이후 한자를 강제적으로 접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한자를 기억할 수 없는 환경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한자를 가르칠 때가 되자 나도 자연스럽게 한자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아이들과 한자 시험을 보기 위해 같이 공부했는데 결과는 나만 한자 3급 자격증을 받았고, 아이들은 중도에 포기했다. 한자가 어려운 문자임에는 틀림 없지만 한자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문해력의 차이를 가져 온다고 본다.
<인생의 깨달음이 담긴 저녁 한자>는 단순한 한자책이 아니다. 한자나 한자어에 담긴 의미를 알려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본질은 변한게 없으니 조상님들의 가르침은 지금도 울림을 준다. 물론 여자와 관련된 한자들은 지금의 상황도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선문답'이란 단어가 있다. 오고 가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말 속에 인생의 지혜와 통찰이 녹아있는 대화법이다. 조언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답을 얻지 못해서 답답할 수 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어떤 일에 대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즉답을 원한다.
선문답은 생각할 꺼리를 만든다. 혼자서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 책은 바로 선문답과 같은 책이다. 단어의 뜻, 어구의 뜻,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주지만 이것들이 우리 인생의 문제들을 바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인생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주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필자도 이 점을 강조한다. 한자와 한문을 풀어서 이해한다고 인생의 해답을 바로 얻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은 무엇이 약이 되는지, 어디에 가면 약을 찾을 수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고 말한다.
또한 한문을 이해하는 숲 속 깊이 숨어있는 은자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잘 만날 수는 없지만 오고 가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통해 지혜와 통찰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은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은 하루에 1개의 한자 또는 한자어를 음미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을 제공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배경을 이야기하고, 한자의 뜻을 풀어낸다. 풀어낸 배경지식을 토대로 옛 한문을 예시로 들어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예를 들어 知己(지기)를 보자.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몸을 던진다고 해설한다. 중국 전국시대 모수의 고사를 통해 김연아와 박태환을 키워낸 스승들의 안목을 이야기한다.
知는 빠른 화살인 矢와 말하는 입인 口를 합쳐 '지혜, 지식, 앎'을 나타낸다. 따라서 知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됨됨이를 잘 알고 사물의 이치를 잘 파악한다'고 해설한다. 배경 지식과 한자의 어원을 같이 설명하니 이해가 빠르다.
한국인의 언어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으면서도 자꾸 밀려나는 한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다. 점점 불편하거나 어렵다고 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밀어내는 일을 방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자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우리 언어의 한 부분이다. 이 책으로 불편한 관계를 개선해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