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3년 6월
평점 :

아이들이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었다. 아이들 때문에 보기 시작한 애니메이션에 나도 모르게 빠져서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서 따로 찾아 보지는 않는다.
최근에 다양한 OTT 매체로 인해 다양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틈틈이 애니메이션에 넋을 잃고 보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스토리라인이 나의 정서와 잘 맞는다고 할까?
2019년에 필자가 한 '차이나는 클라스' 강의를 본 적이 있다. 5가지 정도의 우리나라 전통 이야기를 풀어주면서 기본적인 구조와 특별한 엔딩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나름 충격적일 수 있는 스토리도 있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필자가 쓴 책을 접할 좋은 기회가 있어 읽게 되었다.
강의 때 처음 시작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필자는 호랑이와 팥죽할머니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필자는 아들을 못 낳는다고 구박하던 남편이 여자를 데리고 와서 살다가 한강에 빠져 죽었다는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기서 할머니에게 남편은 호랑이, 본인은 팥죽할머니의 상징성을 갖는다.
'호랑이'는 핍박을 하는 주체, '팥죽할머니'는 핍박을 받는 객체를 상징한다. 필자는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 사채업자, 갑질을 하는 사용자, 강대국 등이 모두 오늘날의 '호랑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상징성을 가지고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는 옛날 이야기를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전 세계의 민담과 설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한다. 유럽의 여러 동화마을을 방문하고, 방대한 양의 설화를 모으기도 한다.
50여 개의 국내외 유명한 이야기를 5가지로 분류한다. 인생의 진리, 인간으로서의 성장, 사랑, 현실과 미래의 반영, 성공에 대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에서 필자는 어떤 교훈을 찾았을까? 필자는 <백설공주>가 원본과 가장 다르게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원래 왕비는 그 지위와 미모까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이에 더 잘난 사람이 있음으로 '마녀'가 되었다고 본다.
필자는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말한다. 즉 나보다 못하다 생각한 지인이 나를 제치고 성공하거나 돈을 엄청나게 벌면 질투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또한 나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거나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해서 행복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에게도 미워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즉 <백설공주>는 단순히 흥미를 위한 이야기라기보다 인생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현실 이야기라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울'을 통해 남과 비교하는 일에 몰두한다. 늘 자기가 최고여야 하고 경쟁자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현대식 경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반면 백성공주는 수동적인 인물로 비치지만 필자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의와 믿음으로 '자기 삶'을 지킨 사람이라 말한다. 죽임을 당할 뻔하면서도 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선의와 믿음으로 노파로 변장해서 찾아온 왕비에게 거듭 문을 열어주게 된다.
악의가 선의를 이길 수 없다는 권선징악적 구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필자는 '남의 삶'을 사는 사람이 '나의 삶'을 사는 사람을 누를 수 없다는 새로운 진실을 더한다. 어찌보면 자기계발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도 <백성공주>는 훌륭한 자기계발서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 백성공주, 왕자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오늘날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필자는 역사 왜곡과 국정농단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성인의 관점에서 <백설공주>를 다시 읽으면서 거울 앞에 선 우리는 왕비와 백성공주 중 누구와 더 가까울지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왕비에게서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과 우울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 얼마나 잘 났는지 비교하는 왕비의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 재미로 읽었던 <백설공주>같은 동화에도 이렇게 깊은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을지 몰랐다.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오랜 시대를 거쳐 담긴 지혜의 깊이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에 나온 50여 편의 옛날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어른의 관점에서 읽어보면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