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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ㅣ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삼국지 기행 1편에서는 도원결의부터 적벽대전 격전지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2편에서는 조조의 천하, 유비와 오나라의 연합, 한수, 방통, 황충, 화타의 이야기, 천하의 영웅들 이후에 이어지는 난세까지의 역사 유적을 다녀온다.
남자로 태어나서 삼국지는 꼭 세 번 이상 읽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삼국지는 실제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말한다. '삼국지'는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와 같은 사서이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소설에 가깝다.
삼국지연의는 시대를 거치면서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게 과장, 확대, 재창조 되었다. 주로 중화주의에 입각한 중화공정의 일환으로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가미한 것들이 많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주관적 사실은 역사적 사실처럼 인식되기도 하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민음사에서 나온 삼국지 시리즈 10권을 읽었다. 역사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무협지를 읽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필자는 삼국지를 좋아하는 만큼 현장을 다녀오는 걸 좋아한다.
약 10년 전에 다녀와서 책을 낸 이후 이번에는 1권짜리를 2권으로 만들어 더 자세한 정보를 담았다. 10년이 지나도록 같은 주제의 책이 발간되지 않으면 증보판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 한다.
내가 삼국지에서 가장 안타깝게 읽은 대목은 관우의 죽음과 뒤이어 일어나는 삼형제의 몰락 과정이다. 도원결의로 맺어진 의리를 지키기 위해 무모하게 감행한 공격들로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특히 장비의 죽음은 영웅의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비묘는 운양에 있는데, 설화와 관련이 있다 한다. 장강 삼협댐의 완공으로 많은 운화재들이 소실되거나 훼손되었다. 수몰로부터 장비 사당을 보호하기 위해 90%의 재료를 옮겨서 복원해 놓았다.
시간이 지나고 복원 작업을 거치면서 많은 유적지들의 원본이 훼손되고, 상업적 차원에서 변형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우려스럽다. 그 전에 삼국지 기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비의 늠름함을 보여주는 장비뇌고대만이 장비의 기백을 간직하고 있다. 장비가 태수로 있을 때 군사를 조련했던 곳이라는데 세월이 지나도 천하를 호령하던 장비의 기세를 느낄 수 있다.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은 이후의 삼국지는 제갈량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다른 영웅들 못지 않게 제갈량의 비중은 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적벽대전은 전적으로 제갈량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삼국지를 관통하는 그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에 남겨진 그의 유적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갈량이 생을 마감한 오장원에는 제갈량의 나이만큼의 54계단이 제갈량묘까지 이어져 있다. 제갈량의 유적지에는 남송의 명장 악비가 쓴 출사표가 따라 다닌다고 한다. 이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제갈량이 팔진도를 개발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팔괘정, 제갈량의 죽음을 알렸다는 낙성석, 제갈량의 사당까지 한 곳에 몰려 있다. 중국인들이 제갈량을 최고로 여기는 마음이 시문으로 남아 그를 기리고 있다.
이 책은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유는 저자가 증보판을 내면서 중국을 돌아본 소감에 나타나 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면서 대재적인 사국지 유적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유비, 관우, 조조 등의 유적들이 보강되었고, 관우의 동상은 철거되었다. 장강의 댐이 완성됨에 따라 장비묘가 이전되고 백제성은 섬이 되었다. 불과 10년 여에 걸친 짧은 시간에 삼국지 관련 유적들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다만 필자의 기준에서 유적들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기보다 관광객 유치 목적에 치우친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복원된 유적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유적지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살피는 일이 힘들어질 듯 하다.
저자가 초판에 실은 사진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지금은 없어지거나 다르게 복원된 유적들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보관하고 후대에 전해주리라 믿는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