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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초판 완역본) ㅣ 세계교양전집 1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황선영 옮김 / 올리버 / 2023년 3월
평점 :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내가 2023년도에 만난 최고의 작가이자 인생의 스승이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보는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세상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인생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답을 담은 금언집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직접 엮은 것은 아니다. 돈 빈센치오 후안 데 라스타노사라는 필자의 절친이 그라시안의 저서 12권을 압축해서 300개의 금언으로 줄이고, 이를 책으로 엮었다. 그라시안의 정수 중의 정수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 책이 인생의 사전이라 생각한다. 기쁠 때도 보고 슬플 때도 보고, 좋은 일이 있어도 보고, 나쁜 일이 있어도 봐야 하는 책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닥치는 다양한 인생사를 300개의 금언에 녹아 놓았다.
목차를 보면서 내 상황에 맞게 필자의 의견을 구하면 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던져 놓을 책이 아니라 옆에 두고 다양한 인생사를 같이 고민해야 할 책이다. 무려 400년 전에 필자가 고민한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걸 보면 영원히 남을 명작임에는 틀림 없다.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먼저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그 중에서 남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부분에 대한 지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람을 이해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진다. 이는 곧 나 자신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
책을 읽다보면 약간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필자 특유의 은유와 역설 등이 담겨 있어 더욱 그런 듯 하다.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돌려서 알려준다. 마치 인생의 줄타기와 비슷하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신뢰와 의심, 재산과 명예 등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고민할 인생의 많은 문제들을 다룬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서 꽂히는 몇가지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 어떤 사람은 용감하게, 어떤 사람은 현명하게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힘보다 요령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즉 현명한 사람이 용감한 사람보다 이기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현명해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명언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남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잘 말하는 사람이 나의 장점과 단점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시선이 내면보다는 밖을 향하게 되어 있다. 밖을 향해 있는 시선을 수시로 내면으로 가져올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재능, 능력, 판단력, 성향, 통찰력, 스트레스 탄력성 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망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를 잘 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보상과 호의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잘 줄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주는 만큼만 주거나 받기만 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을리가 없다. 필자의 말대로 나중에 보상할거면 미리 호의를 베푸는 편이 낫다.
미리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은 보답할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그 의무감은 나중에 감사함으로 바뀐다. 물론 이런 프로세스는 제대로된 인성을 갖춘 사람에게만 통한다. 먼저 베풀고 기다려라. 보답을 기다린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대응을 기다려라. 그 사람이 내가 베푼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푼다면 그 사람과 관계를 지속해도 좋을 것이다.
300가지 금언들이 1페이지 분량으로 짧게 들어 있어 시간날 때마다 보기에 좋다. 모두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것들이라 곰곰히 곱씹어서 읽어볼만하다. 그라시안의 12권에 실린 명언들만 모은 이 책을 하나씩 소장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