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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평점 :

2가지 유형의 리더가 있다. 본인이 스스로 뛰어난 리더와 다른 사람을 잘 다루는 리더. 나는 인재를 잘 다룰 줄 알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리더가 더 뛰어난 리더라고 생각한다. 조선전문가 신병주 교수가 그리는 조선시대는 참모의 리더십이 잘 발휘된 모범이 아닐까 싶다.
518년을 존속한 조선왕조는 세계 역사에서도 가장 오래 번성한 나라 중 하나이다. 필자에 따르면 조선왕조의 장수 비결은 최고 권력자로서의 왕을 잘 견제하고 보좌한 참모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40여 명의 참모들이 나온다.
조선은 왕권과 신권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세계사에 보기 드문 왕조였다. 다양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각각의 국정 목표와 방향에 따라 발탁된 참모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펼쳤다. 왕을 도와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참모들이 대부분이나 국정 농단의 주역이된 참모들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의 정치와 어찌 이리 닮아 있는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 한 권에 등장하는 참모들의 활약만으로도 조선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다양한 호걸들의 활약상 못지 않게 조선시대 참모들의 역량과 활약상도 대단해 보인다. 이 책은 오늘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꼭 읽어야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에 소개된 약 40여 명의 참모들이 화려하다.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마련한 정도전부터 시작해서 조선 초기에는 킹메이커형 참모들이 다수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라의 기반을 다지는 단계에서는 왕권의 안정이 필수였을거라 생각한다. 태종의 하륜, 세조의 한명회와 신숙주가 대표적이다.
세종은 장영실, 황희, 성삼문처럼 자신을 적극 보좌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였고, 성종은 훈구파와 사림파의 조화와 균형을 위한 참모들을 발탁하였다. 성리학이 정착하는 시기에는 김인후, 조식, 이황, 이이 등이 활약하여 조선의 학문적 수준을 발전시켰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참모들을 적절하게 등요하는 것이 왕의 절대적 책무가 아니었을까?
조선시대에는 왕에 올랐으나 왕이 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왕이 되지 못한 왕들의 문제뿐 아니라 왕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간신들의 역할도 크게 본다. 즉 왕권과 신권은 조화와 균형이 미덕인 것이다. 폭주하는 왕권은 현명한 신권으로 견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연산군과 광해군처럼 문제가 생긴다.
또한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과 같은 국난에서도 참모의 역할은 빛이 난다. 임진왜란의 유성룡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다. 조헌, 이덕형, 장만, 최명길 등은 각각의 전쟁에서 직접 의병장으로, 외교적 능력으로, 국방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이들이 있었다. 국난의 시기에 이런 참모들이 없었다면 조선왕조 500년의 대업이 가능했을까?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조선 후기에 당쟁이 치열해지면서 송시열, 허목, 김석주, 최석정 등이 당파 논쟁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그리고 정조 시대에 활약한 정약용의 이야기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인물까지 조명해서 조선시대 참모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참모에 관한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하나다. 훌륭한 나라는 왕권과 신권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오늘날로 따지면 대통령의 권한과 국회의원의 견제가 아닐까? 현재는 행정부쪽으로 너무 기우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