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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주택설계란 이런 것이야
마스다 스스무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주택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깊어진다. 편리한 생활이야 아파트만한 게 없지만 자연과 더불어 흙과 가까이 있는 주택생활이 그리워진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집을 짓거나 건축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고, 직업도 전혀 관련이 없다. 하지만 주택생활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지라 전문서적은 아니라도 집과 인테리어 서적이 관심이 간다. 집을 짓는 원리, 집에 대한 이야기 등이 실린 책이 가끔 끌린다.
필자는 일본에서 주택 설계의 1인자로 불리는 요시무라 준조의 설계사에서 함께 일하고 1986년 독립하여 주택설계를 중심으로 약 50년을 활동하고 있다. 보통 10년 정도 일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데 50년 세월의 실력과 노하우는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주택 설계는 집을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 평생을 생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50년 내공을 가진 필자의 평생 주택 설계 철학이 담겨 있다. 주택 설계를 건축물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생활에 관해 깊이 생각하는 작업이라 말한다. 건축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딱딱한 건축물에 이런 철학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 생활에 일본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건축에 관련된 용어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건축 용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책은 크게 도면, 설계, 공조와 구조의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직접 주택을 지을 수는 없겠지만 외주를 맡기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필수라 생각한다. 나와 가족을 위한 집을 지어가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1장에서는 복잡한 도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수평, 수직, 직각, 치수 등 기본적인 뼈대를 다루고, 도면의 방향과 레이아웃, 그리고 건축 현장의 용어 등을 알려준다.
내 집이 지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전문가들이 뼈대를 세우고, 수평과 수직을 맞출 것이다. 다양한 치수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눌 것이고, 도면을 수시로 보면서 일의 진척도를 체크할 것이다.
현장에 있는 나는 전문가들의 말을 알아듣고 공정의 진행 단계를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런 지식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2장에서는 여닫이문, 미닫이 문의 구조와 어떤 환경에 적합한지 조언한다. 내 집을 지을 때 모든 구조와 배치는 오로지 나에게 달려 있다. 나의 의사대로 전문가들이 집을 지을 것이지만 결국 의도는 나의 것이다. 미닫이와 여닫이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동선뿐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까?
주택에서 중요한 것들 중 계단과 방수가 있다. 계단의 치수와 단수에 대한 부분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아무 의미없이 계단을 오르내렸던 경험에 비해 설계상의 고려가 이렇게까지 섬세할 줄이야.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한 집에서 오래 살겠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집이 오래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되는 것이 방수이다. 지붕이 없는 건물들도 많지만 비를 피하고 방수를 위해서는 지붕은 필수인 것 같다. 최근에는 박공지붕을 엊는 주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지막 장에는 공조와 구조를 다룬다. 외부의 열과 냉기로부터 집을 잘 보호해야 하고,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로 보면 온돌시스템과 에어컨 시스템이 공조의 핵심인 것 같다.
책이 너무 전문적 수준의 용어와 지식을 담고 있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딱 내가 필요한 수준이어 다행이다. 일단 업계에서 통하는 건축 용어를 이해하고, 집의 기본적인 뼈대와 구조, 공조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으면 차후 주택 설계를 위한 소통에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