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 역량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나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그냥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게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시간적인 조절을 할 뿐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때조차 나는 즐기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PC방에서 만났을 때만 잠깐 배워서 즐길 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게임을 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저자는 게임을 바라보는 나와 같은 많은 부정론자들을 위한 일침을 남긴다. 사실 현실에서 게임을 활용한 긍정적인 사례는 넘치도록 많다. 심지어 경제학에서도 게임의 법칙을 연구하고, 마케팅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해서 적용한다.
저자가 말하는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이나 인터넷 게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게임의 형식을 띈 모든 장르를 망라한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학교의 운동회나 다양한 체육대회, 그리고 단합대회 등도 게임의 일종으로 보인다.
저자는 게임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긍정 심리학, 인지과학, 사회학 등의 이론을 덧붙인다. 게임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적절한 보상 체계, 강력한 동기부여, 장업한 승리 등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시스템이다. 저자는 게임에 관한 10년의 연구 끝에 이런 게임의 특성이 현실을 개선하는 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현실에서의 자기생활을 충실하게 영위하고 오히려 게임을 안 하는 사람보다 성취도가 높은 사람도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게임이 지향하는 4가지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결과로 유도하는 목표, 다양한 제약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드는 규칙, 게임 내의 약속을 이행하고 의욕을 고취하는 피드백, 그리고 안정감과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그것이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게임의 중독성, 윤리적 논쟁, 가치 판단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게임을 연구한 미래학자로서 저자는 가장 중요한 논점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게임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인간의 진정한 욕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욕망의 실현은 게임 속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게임을 현실 도피로 보거나 또는 부정적인 수단으로 보아 강제 억압을 해야 한다는 양자택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제 3의 아이디어로 이미 망가진 현실을 게임을 통해 고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결핍을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도전과 보상, 창조와 성공, 사교와 소속감 등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게임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어떤 동기가 자신의 의욕을 북돋우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면 좋다.
게임은 세상을 바꾸는 사고방식, 행동방식, 조직방식 등을 제시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어떤 게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함께 즐길지를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게임을 경험할 필요가 있고, 그럼에도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을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게임이 보상과 협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21세기형 협력 방식이라 정의한다.
게임은 사회 구성원들간의 협업을 이끌어내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써 개인들은 업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하며, 우울증, 비만, 불안장애 등의 치료에도 탁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내가 게임에 가진 편협한 시각을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게임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도 알게 해 주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보다 더 큰 긍정적인 부분들을 더 강화해 나간다면 저자가 말하는 대로 새로운 협업의 패러다임이 형성되리라 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