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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그리고 리더십 - 개인과 조직을 이끄는 균형의 힘
김윤태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평점 :

우리나라 5000년 역사 중에 오늘날 책, 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대가 바로 조선이다. 아마도 기록을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사료가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럴 것이다. 자료가 많은 만큼 가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꺼리도 많은 법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통한 자료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아닐까?
조선에는 공식적으로 27명의 왕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이후 조, 종, 군 등의 이름을 단 27명의 왕들이 조선을 통치했다.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고 다양한 인재들이 국가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켰다. 27명 중에서 리더십의 측면에서 9명을 뽑아 이 시대에서 참고할만한 인사이트를 찾아본다.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는 것처럼 조선시대는 무려 518년 동안 지속되었다. 저자는 매우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이 있었지만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선의 임금과 관료들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임금과 관료들의 '균형 리더십'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조선에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국왕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존재했다. 특히 국왕의 절대 권력 중 하나인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었던 대간 제도를 통해 왕의 권력을 견제했다. 오늘날 인사권이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이 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는 당시 동아시아와 전 세계의 강국의 면모를 떨쳤던 명나라와 비교된다. 강국이던 명나라는 황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로 300년도 못 버티고 무너지고 만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서 다루는 9명의 왕은 태조 이성계, 악역을 두려워하지 않은 강인한 태종,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천재 리더 세종, 강인하고 무자비한 세조,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던 성종, 유능과 무능함을 겸비(?)한 선조, 때를 잘못 만난 불운의 아이콘 광해군,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영조,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정조이다.
특히 역사상 어떤 리더보다 더 유능하고 천재였던 세종의 리더십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듯 하다. 그의 수많은 업적, 그 중에서도 과학적 업적은 오늘날의 시선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세종의 천재성은 어떤 신하도 따라올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종은 신료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받아들였다. 본인도 천재였지만 신료들의 천재성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신료들이 적극적으로 직언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신하들에게 일의 주도권을 믿고 맡기는 소통 위임형 리더의 전형이다.
특히 백성들을 사랑하고 학문적 성과도 뛰어난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를 가장 발전시킨 두 왕의 시대적 배경, 개인적 배경 등을 비교하면서 읽다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태종의 악역으로 안정적인 조선을 물려받은 세종과 할아버지 영조의 정치를 통해 또 다른 개혁의 정치를 꿈꾸는 정조의 서로 다른 리더십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리더가 모두 뛰어날 수는 없다. 조선의 27명 중에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왕이 있었던 반면 내가 왕이었어도 더 잘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왕도 있다. 다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9명의 서로 다른 리더십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배울 것이 많지만 왕이라는 자리에서 보여주는 리더십은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큰 지표가 되지 않을까? 백성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신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치를 이 시대의 리더들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