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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챗GPT를 만든 CEO가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관련 업계의 1,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6개월 이상 AI발전을 늦춰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인간의 지능으로 인한 사회의 발전은 어디까지이고, 그 기술로부터 인간은 어떤 것들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 책은 과학, 철학, 종교, 역사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기술의 발전이 미치게될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데, 고도로 발달된 기술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기후 위기 등과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이 지구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유한과 무한, 실재와 부재, 의식과 무의식, 시간과 불멸 등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다. 사실 이런 주제는 모든 인간이 최종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공통적인 문제지만 여전히 어려운 주제다. 그래서 관련 분야의 학식 깊은 학자들이 나서 토론한 내용을 공유한다.
결국은 인간에 관한 8개의 인문학적 질문들이지만 인문학의 시선을 벗어나 자연과학의 지성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나름 인사이트를 찾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이견이 생겨 충돌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럼에도 저자는 있는 그대로 담아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려 했으며, 건설적 대화를 이끌어가는 본보기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융합할 수 없는 분야라 생각하면서 살았다. 나 또한 인문학과 과학은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기술이 고도로 발달되면서 인간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두 분야는 서로 공유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예로부터 갈릴레오, 뉴턴 등은 자연과학에 능통했지만 동시에 인문학에도 능통한 자연철학자였다. 과거의 과학자는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을 진리의 유일한 원천으로 인정하고, 인문학은 증명할 수 없는 학문으로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두 문화는 균열이 심화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만 봐도 그렇다. 사대부는 최고의 지위를 누렸고, 중인이라 불리는 기술자들은 천대받는 문화였다. 과학자는 기술자이고, 인문학자는 지식인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형성된 것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들의 8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결국 자연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의 협업을 요구한다.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인간에 대한 대화를 하다보면 각자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과학적으로만 접근하다보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인문학으로 접근하다보면 실체가 불명확해지곤 한다.
과거의 유명한 자연철학자들이 그러했듯이 이 시대의 지성들은 과학과 인문학을 같이 공부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는 것 같다. 한 분야에만 정통한 사람은 전문가가 맞지만 절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인문학적 지식을 통해 다양한 과학적 창조를 이루어낸다. 인문학자들은 과학 지식을 통해 통찰의 한계를 넓힐 수 있다.
유한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을 우주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세상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과학과 인문학의 협업이 아닐까? 이 시대의 지성들의 대화와 저자의 해석을 통해 인간 본연의 실재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시간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