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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
폴 록하트 지음, 이수영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평점 :

'선무당이 장구 탓한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전략이나 전술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전쟁을 포함하여 대개의 경우에는 무기보다 전략과 전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국가와 핵무기를 사용하는 국가의 전쟁이라면 결과야 뻔하지 않겠는가?
이 책 <화력>은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로서의 화약, 즉 화력을 다룬다. 화력 이전의 전쟁과 화기를 사용한 이후의 전쟁의 양상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간의 전쟁을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이 유럽에 전파되고 화기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사회, 산업, 정치 등 모든 변화를 촉발하고 결국은 한 나라를 넘어 세계의 정치학적 지형을 바꾸는 계기를 만든다. 그래서 전쟁이 오늘날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화력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럽사와 전쟁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로서 오랜 준비를 거쳐 방대한 자료에 기반한 <화력>을 집필했다. 책에서는 1300년대부터 1945년까지 약 600년 이상의 역사를 다룬다.
창의 시대에서 1300년대부터 화약의 도입으로 다양한 총검이 개발되는 것부터 1800년대 소총, 고체탄, 폭발탄의 발명, 1900년대 대규모 군비 경쟁에 따라 전자동 기관총, 고성능 폭약 등의 발명, 그리고 1920년대 이후 근대의 역사를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임진왜란 때 일본과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부터 화약 제조법을 알아냈고, 무기도 있었다. 하지만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만큼 발전을 시키지 못해서 무기의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지략이 뛰어나서 대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무기가 지원되었다면 더 쉬운 전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다양한 역사 이야기보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특이점"이다. 무언가를 혁신적으로 바꿀 때 사용하는 단어다. 인터넷이 세계의 장벽을 없앴고,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스마트폰이 모든 일상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2023년에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특이점이 왔다. 바로 인공지능 검색엔진 ChatGPT의 등장이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지식을 토대로 학습을 하고, 길들일 수 있고,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조합해서 답을 도출해낸다.
기존의 검색엔진은 인터넷 상에 있는 지식들을 추출해서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검색엔진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1300년대의 화약의 출현, 그리고 이후의 화기의 발전은 지금의 ChatGPT의 등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화약을 도입하고 발전시킨 나라는 자연스럽게 세계사의 승자로 남게 되었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강대국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화약의 출현과 지금의 ChatGPT의 등장은 한 시대를 통째로 바꾸어 놓을 특이점이다. 화약이 전세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었듯 ChatGPT 또한 앞으로의 세계를 인터넷, 스마트폰에 못지 않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화력>을 단순히 역사서로서가 아니라 한 시대를 바꾸어 놓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읽을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알면,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