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 ㅣ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이야기
일본박학클럽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2월
평점 :

요즘에는 역사와 관련된 재미 있는 주제를 다루는 역사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한국사, 세계사 등처럼 틀에 박힌 역사서보다 이렇게 한가지 주제를 다룬 책이 좋다. 한국과 세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스토리도 재미있게 다양한 문화를 통해 공유되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본박학클럽은 역사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주제별 역사서를 많이 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과학으로 풀지 못한 미해결 사건, 미궁에 얽힌 수수께끼, 다양한 역사의 뜻밖의 결말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길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긴다. 사람들은 길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내고 교류를 한다. 길은 세계사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길은 정치적인 문제로 도망가거나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기 위해 개척하거나 민족들의 교류 등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인류는 '길'을 매개로 발전해 왔고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이룩해왔다. 이 책에서는 고대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꾼 10가지 길, 활발한 동서 교류를 통해 중세의 글로벌화를 앞당긴 12가지 길, 제국주의에 이용된 10가지 길, 오늘날 패권 국가의 틀을 만든 7가지 길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길이 몇 가지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 퍼져 나간 불교 전래의 길, 동서 무역과 교류를 위한 튼튼한 혈관 역할을 한 실크로드, 수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수 양제의 대운하 길, 파괴와 학살을 자행한 몽골제국의 원정길, 그리고 근대의 일본 제국주의 길이 있다.
우리나라는 실크로드, 수나라 및 몽골제국 등 중국과 관련된 길,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길과 연결되어 있다. 실크로드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역사에 시련을 주는 길이었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한 길들도 있다. 아테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 사용된 페르시아 전쟁의 길, 동서문화의 융합을 앞당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길, 한니발의 이탈리아 원정길, 서유기의 배경이 된 현장 스님의 서역 여행길, 유럽 사회를 지배한 바이킹의 원정길, 십자군의 원정길, 최악의 전염병인 페스트가 이동한 페스트 로드, 콜럼버스의 항해길, 스페인 무적함대의 원정길, 나폴레옹의 원정길, 수에즈 운하의 길 등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길들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내가 관심 있게 본 분야는 현대의 강대국의 지형을 만든 7가지 길이다. 나폴레옹의 두 번째 몰락으로 인해 유럽이 재편되고 미국이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또한 미국이 오늘날 강대국이 되는 데 기여한 대륙횡단철도 부설의 길은 신의 한수라 말할 수 있겠다. 이로 인해 남북전쟁을 철도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니 말이다.
러시아와 관련된 길이 2가지가 나온다. 오스만 제국과 관련된 러시아 남하의 길, 그리고 러일전쟁의 운명을 결정 지은 발트 함대의 동쪽 항로가 그것이다. 이 2가지 길을 통해 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극동 방면으로 남하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극동 방면의 남하 정책은 일본을 자극하고 러일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이권 다툼은 유럽 강대국들의 최대 격전지가 되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최단 항로를 둘러싼 유럽 강대국들의 첨예한 소유권 전쟁은 정말 흥미롭다. 결국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 대한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수에즈 전쟁이 발발하는 계기를 만드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를 안긴 일본 군국주의의 길에 대해 다시 배우게 되었다.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면서 전쟁의 판도가 달라진 것과 미국의 참여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 참혹한 길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사랑한 절대자의 배려였을까?
내가 배운 세계사 속에 혼재되어 있던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하여 풀어내는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다. 이 길 위에서 벌어지는 각 나라들의 이권 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듯 하다. 흥미로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