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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사법, 복지, 영토, 군대 등에 관한 결정은 누가 할까? 당연히 앞의 4가지는 국가의 권력 영역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민간의 누군가가 이런 행위를 실체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면? 민간의 누군가는 바로 거대 기업 권력이다. 거대 기업은 국가를 능가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국가의 주권을 흔들고 있다.
나는 첩보, 스파이, 음모 관련 영화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긴박한 전개와 스릴 등이 함께 나의 아드레날린을 폭발하게 하는 것에 홀렸다. 물론 인간의 가치와 사랑을 다루는 영화에도 잘 빠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영화 중에서 나의 성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코 범죄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나의 성향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방송사들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겨진 진실을 탐사하는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다. <스트레이트>,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사건들의 내부, 이면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이 책은 어려운 탐사보도를 지원하기 위해 2003년 개빈이 세운 탐사보도센터(CIJ)의 두 필자가 약 10여 년에 걸쳐 25개국을 조사한 결과물이다.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진정한 탐사보도의 바이블'이라는 것이다. 누구의 이해관계와도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풀어내는 기념비적인 책이 될 것이다.
책의 제목인 <소리없는 쿠데타>처럼 세계 전역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거대 기업들이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은 막강한 기업의 권력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연관되어 있어 문제 삼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거대 권력이 민주주의를 해치고,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잘 알지 못한다.
특히 가장 도적적이어야 하는 언론이 잘 알고 있는 사실들에 눈을 감고 있는지,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왜 감추는지, 그들이 거대 기업의 권력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최근의 사태를 통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대통령의 탄핵사건, 유력 대권주자들의 이야기 등 어떻게 언론의 입맛에 따라 보도하는지 말이다. 우리가 더 비판적으로 언론의 보도를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한 영화감독이 남긴 말이 실감난다. 그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고 부패하여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영화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인데, 현실이 그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는 현실이 절망적이기까지 한다.

거대 기업들은 이제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활동하는 국가와 상관없이 민주주의와 법률 등을 잘 활용하여 권력을 행사한다. 책에는 기업들이 어떻게 한나라의 사법체계를 무력화 시켜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에게 법은 법률전문가를 통해 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또한 복지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권력을 넓혀가는지, 한 국가의 군대를 어떻게 유린하는지 영화보다 더 긴장감 넘치고 무서운 현실이다. 특히 스페이스X가 미국의 우주산업을 독점하는 것처럼 군사와 영토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마저도 이미 기업에 넘어간지 오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듯 하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나의 스릴 임계점을 높인 결과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무서운 일들에 대해 우리가 모른척하면 안될 것이다. 아마도 필자들이 원하는 것도 현실에서 기업들의 실체를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은 아닐까? 영화같은 일들은 영화에서만 일어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