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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역사는 승리자를 위한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즉 역사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진실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한 사실이라는 말이다. 필자는 역사를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철저하게 세뇌를 통해 만들어놓은 권력의 프레임이라고 말한다.
서양문명이 가장 발달된 문명이라는 틀 안에서 문명인과 미개인의 차이를 가르고, 이를 규정하는 틀은 권력 게임의 승자들이 결정한다. 전쟁 영화를 보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승리한 나라는 그 나라를 지배하면서 자신의 문화를 강제적으로 주입시킨다. 이런 것들이 바로 권력의 승자들이 하는 행태이다.
필자는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과학, 교육, 문자, 시간, 법, 민주주의, 국민, 예술, 죽음, 공동선 등 10가지 테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것들이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우리 삶을 규정짓고 있다. 과연 이런 개념들은 누가 확립했으며, 이로 인해 최종적인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 머리 속에 남는 의문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과연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것의 진실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것들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끝까지 사라남은 것들이다. 즉 우리에게 더 좋거나 바람직한 것들도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진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 권력의 프레임 속에서 재정의된 것은 아닐까?
'잉카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잉카는 그 어떤 것들을 기록하는 체계가 없었는데도 건축, 공학기술, 관료제와 같이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유지해 문명을 건설했다는 아이러니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잉카 제국은 문자를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매듭 지은 실을 사용하는 '키푸'라는 고유한 기록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재료, 색깔, 가닥의 방향, 매듭의 방향 등으로 수없이 많은 조합이 가능했고, 이는 서로 다른 소리와 모든 단어를 가르킨다는 것이다. 즉 잉카의 문자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기록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섬세한 기록 시스템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문자가 문명의 진화 및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필자는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잉카의 많은 기록과 유물들을 없앴다. 필자는 역사적 평가와 달리 잉카 제국이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여 후손들에게 남길 문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글자 형태가 아닌 매듭 형태였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모두 제거했다.
이 책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인류 문화의 코드 10가지를 다시 되짚어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놓치고 있는 파편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단서를 풀어낸다.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만들어지고 가공되어 세뇌되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