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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빌런들 - 당신이 소비하는 사이, 그 기업들은 세상을 끝장내는 중이다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5월
평점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우리를 죽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소비하는 사이, 그 기업들은 세상을 끝장내는 중이다'라는 필자의 메시지가 섬뜩하지만, <시장의 빌런들>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우리를 기만하고 있다. 겉으로는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는 기업들의 적나라한 실체를 제대로 알게해주는 책이다.
간혹 두 얼굴의 악랄한 기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많은 돈을 벌어서 복지사업도 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좋은 기업들이 주로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은 뒤로는 정치권만 결탁하고, 부정 세력과 나쁜 일들을 저지른다. 드라마상으로는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다. <시장의 빌런들>에서는 이런 드라마의 실제 모델을 보게 될 것이다.
필자는 책에서 한보그룹, 대우그룹 등 국내 기업 2곳을 포함해서 총 24개의 빌런 기업을 소개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도덕성을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명백하고 법을 위반하거나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교묘하게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들도 많다.
나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 도덕과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필자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단연코 이윤 추구이다. 따라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나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가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음모론'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 책을 보면 그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들로 쓰인 음모가 결코 허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들은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아 그 작품을 쓴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미국 첩보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방위 산업체의 막강한 영향력이 이 책의 '록히드마틴' 편에 나온다.
1995년에 창립한 록히드마틴은 로비와 비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록히드마틴은 '스컹크웍스'라는 창의력 넘친 팀으로 인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방위 산업에는 항상 로비와 비리가 판을 친다. 록히드마틴 또한 다르지 않았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약 20년 동안 전세계를 상대로 벌인 록히드마틴의 로비와 비리는 통틀어 '록히드 사건'이라 불린다. 록히드마틴은 일본, 한국, 유럽 등의 정재계에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자금을 뇌물로 풀었다. 우리나라도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3년 '율곡사업 비리사건'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전투기의 도입이 좌절되고, 록히드마틴의 F-16기가 도입되기도 했다.
방위산업은 아직도 갖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국가 간의 거래로 이루어지는 방위산업은 실제로 국가 간의 전쟁을 결정할 정도로 기업체의 입김이 강하다. 우리가 그들의 힘을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그들의 진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