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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알리 알라성 - 알수록 행복해지는 유쾌한 性 이야기
오세비.김경헌 지음, 임유영 만화 / 비전C&F / 2021년 11월
평점 :

우리 세대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들 둘이 점점 커가면서 자녀양육과 그에 따른 교육들이 나에게는 관심사항이 되어 가고 있다. 다른 부모들처럼 아주 열성적이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부분은 챙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는 중이다. 가족은 사회화에 있어서 최초이면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째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가면서 또래보다 몸도 크고, 남자만의 2차 성징 징후가 보이면서 본인 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 우리 때는 또래들에게서 배우는 성에 관한 정보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은 몰래 숨어서 죄의식을 가지고 배우는 정도였다.
이 책을 쓰게 된 작가들은 성교육이 더 이상 쉬쉬하면서 배워야 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건강과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서방 선진국들처럼 양지에서 솔직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도 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성매매'라는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생애 첫 성 경험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일시적인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경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 전에 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책을 들었다.
이 책은 성교육과 성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청소년편과 부모편이 별도로 편성되어 있다. 청소년편은 아이들이 읽기 편하게 대화체로 되어 있고, 부모편은 경어체로 쓰여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른인 나조차도 새롭게 인식 전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청소년 편은 큰 아이에게 먼저 읽혀볼 생각이다. 큰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수시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먼저 남자와 여자의 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소중한 부위의 이름과 특징, 그리고 관리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특히 여자 아이는 첫 월경시 두려운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이 책을 먼저 읽고 알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 몸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으로 자위법을 소개한 것도 인상 깊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자위는 무조건 나쁘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몸의 변화가 생기는 것과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것에 대해 전문가답게 거부감 없는 언어로 다룬다. 몸의 변화를 느끼고,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몸과 마음이 민감해지는 현상에 대해 부모도 이해하면 '중2'병도 조금은 약하게 지나가지 않을까?
사랑하는 친구가 생기면 잘 보이기 위해 몸을 꾸미고 싶고, 사랑의 행위를 하고 싶을 때에 대한 내용도 있다. 사실 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훌륭한 지침서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신시 남자와 여자의 대처법이라든가 피임하는 방법까지 청소년의 시각에서 잘 알려준다.
특히 n번방 사태로 잘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것은 요즘 세대들의 눈높이에 잘 맞춘 듯 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써도 손색이 없겠다.
부모편에서는 왜곡되어 있는 성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성문화의 현실, 그리고 학교에서 '바나나에 콘돔 키우기' 수업을 하다가 항의를 받은 경험 등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성문화는 아직도 음지의 것이며, 공개적으로 꺼내서 이야기하기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부모들이 읽어야 하는 부분은 부모들을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 자녀들의 성에 대한 고민에 대처하는 법, 그리고 성인들도 잘못 알고 있는 성지식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런 성교육이 필요하다' 파트는 모든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겠다면 이 부분만큼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포괄적 성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 구조 차이와 같은 생물학적 특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을 말한다. 그 동안의 성교육은 2차 성징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인생의 한 단계로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들을 가르치기에는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 반드시 필요한 교육임에도 수위가 높다는 부모들의 고정관념이 방해물이 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 나라의 모든 부모님이 성교육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을 넘어 이 나라의 모든 청소년과 성인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건전한 성에 대한 지식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