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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이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인다. 영어로 쓰면 Gaslighting이 어떻게 지금의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는 '가스라이트 효과(The gaslight effect)'라는 용어로 2008년 이 책의 저자인 로빈 스턴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 필자는 영화 <가스등(Gaslight)'>에 나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가스라이트 효과를 명명했다.
영화 <가스등>은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여자 주인공을 세뇌시키고, 여자 주인공은 스스로 의심하는 내용이다.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말을 주지시키고, 믿도록 만들면서 상대방을 무력화하여 굴복시키는 행태이다. 영화에 나오는 스토리와 현실의 가스라이팅 피해가 너무나 흡사하여 소름이 끼친다.
필자는 가스라이팅에는 항상 두 사람이 필요하며, 두 사람은 가스라이팅에 공동 책임을 진다고 말한다. 가스라이터는 가해자, 가스라이티는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가스라이팅은 가스라이터에 의한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가 함께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관계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가 적극 참여해서 만들어낸 '가스라이팅에 장단 맞추기'라고 부른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지금은 현실에서도 가스라이팅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필자의 말대로 가스라이팅에는 적극적인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가해자가 아무리 세뇌를 시키고 감정적 학대를 가하더라도 피해자가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스라이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그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학대를 할 때에만 가스라이팅은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을 잘 챙길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이며, 가스라이팅을 잘 만들어내는 조건을 설명한다. 또한 가스라이팅은 탱고를 추는 파트너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선명하게 나누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설명의 편의상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스라이팅은 절대 일방적이지 않다. 가해자에게 맞추려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모여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상대방의 말에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며 부인한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스스로 부인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면 2단계로 넘어간다. 가스라이터가 하는 말들을 무시할 수 없을 때, 스스로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라는 자기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두 내 잘못이야!"라는 인정을 하게 된다.
필자는 각 단계별로 증상을 소개하고, 신호를 알려준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더 진행되지 못하도록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1단계에서는 설명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와 언쟁하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2단계에서는 설명과 절충이라는 덫의 실체를 밝힌다. 3단계에서는 패배가 일상이 되지 않도록 조언을 건넨다.
나는 개인적으로 1단계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스라이팅에 들어서기 전에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아예 사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들어가는 것도 들어가고 나서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1단계는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스라이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스라이터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하고, 초기 위험신호를 잘 포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의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