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전 만우절에 윤성희의 단편 '날마다 만우절'을 읽었다. 동명의 소설집 표제작인 이 작품은 계간지 자음과 모음 2020 겨울호에 실렸다.

April Fool - Raphael Kirchner - WikiArt.org






고모와 통화를 한 뒤로 아빠는 종종 술빵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술빵을 주문해주었더니 어릴 적 먹던 술빵맛이 아니라며 한입 먹다 말더라고 엄마가 아빠 흉을 보았다. 엄마가 아빠 흉을 보기 시작하면 통화가 한없이 길어져서 나는 짜장면이 막 배달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응. 불어, 불어. 얼른 먹어." 그렇게 말하고 엄마가 전화를 끊었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나니 정말로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주문을 할까 망설이다 냉동실을 뒤져 짜장 소스가 곁들여진 중화볶음밥을 꺼냈다. - 날마다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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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1399a


작년 만우절에 '만우절 바보'라는 제목의 미국 단편소설을 읽었다. 소설집 '브랜디 대신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수록작이다. 만우절 장난을 친 바보 번팅의 앞날에 어떤 일이 생길까.

April Fool's Point, 1983 - Leo Valledor - WikiArt.org






4월 1일 만우절은 장난치기 좋아하는 번팅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4월 1일에 토머스 번팅은 아침부터 밤까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2년 전, 4월 1일이 다가오자 번팅은 슬슬 장난칠 궁리를 하면서 마을을 바라보며 장난치기에 가장 적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다.

4월 1일 만우절에 그라임스 의사를 장난치기 가장 좋은 상대로 삼으면서, "그 사람 상종하지 마.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야!"라고 누군가 말한 그럴듯한 주장을 번팅이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가 마음속으로 은근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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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 햄릿을 읽고 있었음을 북플이 알려줘 햄릿과 오필리아의 부친 폴로니어스 경의 대화로부터 옮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동물 모양 구름을 찾아보자.


To this Brook Ophelia came - Arthur Rackham - WikiArt.org









햄릿: 저기 저, 낙타 모양을 하고 있는 구름이 보입니까?
폴로니어스: 아이고, 정말 낙타 모양이군요.
햄릿: 족제비 같기도 하군.
폴로니어스: 등 모양은 족제비 같습니다.
햄릿: 어찌 보면 고래 같기도 하고?
폴로니어스: 네, 정말 고래 같습니다.
- 제3막 제2장 성의 어느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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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6a3986a 


모레는 울프의 기일이다. '자기만의 방·3기니'(이미애 역)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Jake Willett





1941년『막간』 수정. 병을 앓고 난 후 3월 28일에 몽크스 하우스 근처의 우즈강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막간』 출판. -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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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해가 길어졌다. 곧 일곱 시인데 캄캄하지 않다.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By Kevin Burkett from Philadelphia, Pa., USA - Dorothy's ruby slippers / Uploaded by SunOfErat






이제 길은 울타리 하나 없는 거친 황무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녁 무렵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커다란 숲에 이르렀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져 나뭇가지가 노란 벽돌길 위에서 서로 맞닿아 있었다. 뒤엉킨 나뭇가지들이 지붕처럼 햇빛을 막아 나무 아래는 거의 캄캄했다. 하지만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숲에서 나가는 길도 있겠지. 에메랄드 시는 이 길이 끝나는 곳에 있으니까, 우리는 이 길을 따라가야 해." 허수아비가 말했다. - 4. 숲속으로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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