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2022년 이효석문학상 작품집'의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로부터 옮긴다.
[소설가 김연수 슬프지만 용기를 준다고 말한 소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1047521i 김연수 작가가 백수린 작가의 이 작품에 대해 말한다.


Woman with a Parrot (Henriette Darras), 1871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올해 출간된 백수린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 첫 수록작인 이 단편(릿터 31호 발표)은 2022 이상문학상 및 김승옥문학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어느덧 3월 하고도 13일, 르누아르 올해 달력을 함께 담는다.





20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린 끝에 만난 젊은 의사는 앵무새를 기르는 방식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키우시면 안 돼요."
말투는 정중하지만 그가 비난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아챘다. "앵무새는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동물이에요. 하루에 몇 번씩 새장 밖에 꺼내 주셔야 해요. 놀아도 주셔야 하고요."
"놀아 주라고요?" 그녀가 물었다.
"안 그러면 외로워서 죽어요."
앵무새를 목련 송이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망가지는 봄날의 목련 송이처럼, 두 손 가득 조심스럽게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자 새가 그녀의 웃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나와 본 세상이 무섭다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대신, 그녀의 품속으로.
"아이고, 간지럽잖아."
너무 간지러워 웃음이 났다. 한번 터지자 웃음이 계속, 계속 나왔다. - 아주 환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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