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로부터 두 달이 지나갔다.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2021) 수록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2018)으로부터 옮긴다.

The Fisherman and His Wife By Anna Pasternak (אנה (חנה) פסטרנק), CC BY-SA 4.0


윤성희 작가의 '느리게 가는 마음'은 올해 2월의 새로운 소설집이다.





내가 여덟 살 때 아빠는 어부가 되겠다는 쪽지를 써놓고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나를 옆집에 맡기고 아빠를 찾으러 동해의 바닷가 마을을 돌아다녔다. 옆집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위아래가 세트로 된 파자마를 처음으로 입어보았다. 옆집 형이 여덟 살 때 입었던 옷이라고 했다. 체크무늬 잠옷을 입으니 내가 소중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았다. 동네에는 아빠가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엄마는 소문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결혼생활이 지겨워서, 자식을 부양하는 게 버거워서, 그래서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엄마에게는 더 치욕적이었다.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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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월의 첫 날, 아래 옮긴 글은 네 편으로 구성된 '올드 뉴욕'의 첫 소설 '헛된 기대'(원제 'False Dawn') 첫 문장이다.

Reseda luteola 목서초 By Ixitixel - Own work, CC BY-SA 3.0


* 이디스 워튼 소설 연구서 '여성과 사회'를 발견했다. 저자인 영문학자 정혜옥은 워튼의 '순수의 시대'와 '그 지방의 관습' (공역)을 번역했다. 





건초, 버베나, 목서초에서 나른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6월 어느 날이었다. - 헛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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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xiété, 1897 - Eugène Grasset - WikiArt.org


cf. '불안에 관하여'와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등을 지은 베레나 카스트는 취리히 출신의 융 학파 심리학자이다.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 "내 불안감의 절반은 엄마 거네요."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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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여성의 지위를 반영한 현대 여성 동화 작가들은 남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비틀어 남성 구원자로 하여금 그의 구원 기능을 거부하게 하거나 공주가 왕자가 아닌 다른 여성 인물에 의해 구원되는 것으로 다시 쓰고 있다.] 출처: 박지희,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 동화의 비교 - 「잠자는 숲 속의 미녀La belle au bois dormant」와 「가시장미공주 Dornröschen」를 중심으로(2013)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785453



* [잠자는 공주를 깨운 이는 없다, 스스로 일어났을 뿐 ] https://v.daum.net/v/20230623205043538 리베카 솔닛의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Sleeping Beauty - Eyvind Earle - WikiArt.org


cf.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란 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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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6-01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베카 솔닛의 저 책 읽었어요~ 오랫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서곡 2025-06-01 15:1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어느덧 6월이네요 솔닛의 해방자 신데렐라는 읽었고 이 책은 아직이랍니다 나중에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5월의 마지막 밤이다. [절제여, 나의 아들, 나의 영감(靈感)이여]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35755.html (신형철) 이 글에 김수영의 시 '봄밤'이 있다.


'리얼리스트 김수영'으로부터 옮긴다.

Spring Night by Ellen Thesleff. 38 × 46 cm, oil on canvas, canvas, Finnish National Gallery, Ateneum https://www.kansallisgalleria.fi/en/object/617515


[사후 50년, 김수영을 기리고 그리는 글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74392.html (2019) 권여선의 단편소설 '봄밤'은 김수영의 시 '봄밤'을 참조한다.





아직 자신은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라는 겸사(謙辭)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지만, "꿈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현실의 제한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다. "서둘지 말라"의 반복이 단지 조바심을 다독이는 독백이었다면 작품 자체가 이렇게 활달할 리가 없다. 1연의 "무거운 몸"이 2연에서는 "나의 빛으로", 다시 3연에서는 "귀여운 아들"로 변주되는 것도 또한 그것을 증명하거니와, 각 연의 마지막 행도 "오오 봄이여"에서 "오오 인생이여"로, 다시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로 변주될 때 우리는 거기에서 부정적인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는 고투의 서정을 읽을 수 있다.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4장 혁명적 존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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