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손정수 교수가 악스트 Axt 2021.11.12 월호에 발표한 '존재의 심연에 다가가는 두 가지 이야기 방식 —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마틸다」'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The lost Paradise, c.1897 - Franz Stuck - WikiArt.org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1979)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함께 밀턴의 『실낙원』에 대한 여성적 대항서사로 설명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실낙원』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그로부터 인용한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라는 구절이 에피그램으로 삽입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니까 『실낙원』의 아담의 자리가 『프랑켄슈타인』에서는 괴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인데, 저자들은 괴물과 그를 만든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그들을 만든 메리 셸리가 공유하는 소외와 죄의식이라는 유전자를 감식해내면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남자 괴물이 실은 위장된 여성"*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산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박오복 옮김, 이후, 2009, 423쪽. -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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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때문에 '실낙원'을 찾아 보았었다. 아래 글의 출처는 아르테 출판사의 '프랑켄슈타인'(이나경 역) 역자해제로서 "퍼시"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의 남편인 시인 셸리의 이름이다.

Portrait of Eve, 1578 - Giuseppe Arcimboldo - WikiArt.org






익명으로 발표되었으나, 퍼시의 작품으로 여겨지던 『프랑켄슈타인』은 1831년, 스탠더드 소설 시리즈에서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되면서 메리 셸리의 저작임을 정식으로 밝히게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는 기독교 창조 신화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피조물이 글을 배우고 혼자 읽은 책으로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이 등장하는 것이 이 유사 관계를 재확인한다. 다만, 신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인간 창조는 프랑켄슈타인에게서 쓰디쓴 실망과 악몽으로 반복된다. 신에게서 부여받은 고유한 자질, 인간을 초월적인 존재로 승격시키는 상상력에 대한 믿음은, 프랑켄슈타인에게서 태어난 추한 괴물에 의해 가차 없이 좌절당한다. 비평가들이 지적했듯이, 피조물이 맑은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는 장면은 『실낙원』에서 시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이브를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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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의 '실낙원'(박문재 역)으로부터 옮긴다. 전에 조금 읽어보니 예상보다 흥미로웠고 글이 잘 읽혔다.

Adam and Eve, 1528 - Lucas Cranach the Elder - WikiArt.org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2k0210a 크라나흐




하나님이 이 일을 아셔서 내가 죽음을 맞게 된다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없게 될 것이고, 내가 사라지고 없는 이곳에서 아담은 또 다른 하와와 혼인해서 재미있게 살겠지. 그런 일은 상상만 해도 내게 죽음 같으니, 내가 결심을 단단히 해서, 아담으로 하여금 복이든 화든 나와 함께 하게 해야겠어.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이 너무나 크니, 그와 함께라면 죽음 같은 것은 몇 번이라도 감내할 수 있겠지만, 그가 내 곁에 없다면 내가 살아 있다고 해도 그건 결코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니.

하와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 후에, 마치 신들의 음료인 신주에서 만들어진 지식의 즙을 흠뻑 들이마신 그 나무가 지닌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는 듯이, 먼저 그 나무를 향해 낮게 몸을 굽혀 절을 하고나서 그 나무로부터 돌아섰다. - 제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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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본 앵무새가 있는 초상화가 떠올랐다. 베르트 모리조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이다. 여성 화가 모리조에 관한 아래 글의 출처는 '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이다.

Julie Manet with a Budgie, 1890 - Berthe Morisot - WikiArt.org 줄리 마네는 이 그림을 그린 베르트 모리조의 딸이자 에두아르 마네의 조카이다. (모리조는 마네의 동생과 결혼했다.) Julie Manet | Artnet https://www.artnet.com/artists/julie-manet/ 줄리도 그림을 그렸다.



Woman with a Parrot, 1866 - Edouard Manet - WikiArt.org





그녀 역시 계층과 나이가 같으며 재능 많은 또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내면에서 올라오는 절박함, 그리고 관습적이지만 그만큼 시급한 의무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즉, 사랑에 빠지는 것과 남편감을 찾는 것 사이에서 괴로워했던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재능 있고 야심차며 진보적인 화가가 된다는 것은 결혼을 희망하는 1869년대의 여성에게 그리 득 될 게 없는 일이었다. 모리조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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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2022년 이효석문학상 작품집'의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로부터 옮긴다.


[소설가 김연수 슬프지만 용기를 준다고 말한 소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1047521i 김연수 작가가 백수린 작가의 이 작품에 대해 말한다.

Woman with a Parrot (Henriette Darras), 1871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올해 출간된 백수린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 첫 수록작인 이 단편(릿터 31호 발표)은 2022 이상문학상 및 김승옥문학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어느덧 3월 하고도 13일, 르누아르 올해 달력을 함께 담는다.





20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린 끝에 만난 젊은 의사는 앵무새를 기르는 방식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키우시면 안 돼요."

말투는 정중하지만 그가 비난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아챘다. "앵무새는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동물이에요. 하루에 몇 번씩 새장 밖에 꺼내 주셔야 해요. 놀아도 주셔야 하고요."

"놀아 주라고요?" 그녀가 물었다.

"안 그러면 외로워서 죽어요."

앵무새를 목련 송이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망가지는 봄날의 목련 송이처럼, 두 손 가득 조심스럽게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자 새가 그녀의 웃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나와 본 세상이 무섭다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대신, 그녀의 품속으로.

"아이고, 간지럽잖아."

너무 간지러워 웃음이 났다. 한번 터지자 웃음이 계속, 계속 나왔다. - 아주 환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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